국민 . 조흥은행 등 부동산 전문가 특채...기업은행은 입지전문가 2명 스카우트

셋만 모이면 주식이야기를 한다던 것은 옛말이다. 요즘은 둘러앉기만 하면 부동산이야기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금융가에서도 부동산전문가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저스트알의 김우희 상무는 부동산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방대한 인력 네트워크의 소유자. 그런 김상무에게 요즘 금융권 지인들로부터 ‘일 잘하는 부동산전문가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진다.국민은행은 최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이종아 대리(32)를 청약사업팀에 스카우트했다. 이종아 대리는 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서 컨설팅과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아 8년간 일해 온 경력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 청약사업팀은 이대리에게 인터넷 콘텐츠 관리 등과 관련 신사업을 맡길 계획이다.이대리는 “부동산업계에서 일하면서 금융과 부동산의 접목이야말로 개인적인 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그래서 은행에서 제의가 왔을 때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부동산전문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각종 금융사 중에서도 가장 애타게 이들을 찾고 있는 곳은 프라이빗 뱅킹(PB) 부서다. 최근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PB사업부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조흥은행 PB 사업부는 한 달 전 이남수 차장(33)을 ‘부동산 스페셜리스트’로 특채했다.기존의 PB부서는 대개 직접 고객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뱅커와 함께 세무사, 자문변호사를 지원부서로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기존에는 넣지 않던 부동산전문가도 필요해진 것이다. 조흥은행 이차장은 “은행 PB 고객들의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 이상”이라면서 “이렇게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데도 예금이나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온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PB 고객들 사이에 부동산 상담에 대한 요구가 많고, 이 때문에 PB사업을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금융사들이 부동산전문가를 모셔가게 된 것이다.부자들 부동산 투자 선호 따라 전문가 영입한국 부자들의 부동산에 대한 편애는 익히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3월 컨설팅사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부자들의 대부분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를 쌓았으며, 따라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믿음은 절대적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에 집착이 크고, 세무조사를 우려하는 부자들은 수십억원대의 빌딩이나 골프연습장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행과 더불어 PB시장을 놓고 다투고 있는 삼성증권 역시 앞서 부동산전문가를 데려갔다. 부동산전문지 <부동산뱅크 designtimesp=23031> 기자였던 김재언 주임은 지난 7월부터 삼성증권 웰스매니지먼트 기획팀으로 출근하고 있다.조흥은행 이차장은 “많은 금융사들이 부동산 자문 전문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 단계 더 건너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아 고객만족도가 떨어지고, 그래서 아예 인하우스(Inhouse)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곧 PB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하는 국민은행 역시 부동산전문가를 영입했으며, 이제까지 부동산전문가 없이 PB 부서를 운영해 왔던 하나은행 등도 최근 부동산 관련 인력을 충원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PB 부서 외에도 금융가의 부동산 인력에 대한 구애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점포전략실에 입지선정 전문가를 2명 영입했다. 이들은 패스트푸드업체인 버거킹 출신으로, 앞으로 신규점포의 입지 및 상권분석과 기존점포의 위치를 재평가하는 일을 맡게 된다.금융사들의 부동산전문가 구하기는 주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 김주임은 한 신문사의 재테크 지면에 고정적으로 기고하던 모임을 통해 금융계 인사들을 알게 됐고, 그중의 한 명이던 삼성증권 웰스매니지먼트 기획팀 오희열 부장이 그를 데려갔다.조흥은행 이차장이 은행으로 이직하기까지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이미 몇 년간에 걸쳐 쌓아둔 금융권 종사자들과의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은행 PB들이 부동산을 살 때 조언을 해주었는데 수익률이 아주 좋았다. 또한 이들 PB나 보험사의 FC(파이낸셜 컨설턴트: 종신보험 모집인)들이 고객의 부동산문제로 도움을 청해 올 때 이들의 고객에게도 가끔 컨설팅을 해주곤 했던 것.부동산업계 쪽에서는 입지가 넓어진 데 대해 당연히 매우 반긴다. 금융계로 진출한 이들의 보수가 크게 올랐음은 물론이다. 건설이나 부동산업계는 평균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지 않은 편. 옮겨간 이들은 “대개 두 배쯤 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주5일 근무제를 하는 등 근무 여건도 좋은 편이다.“금융권에서 부동산에 부쩍 관심을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본격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부동산에 워낙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여기서 수익이 날 듯하니까 금융과 부동산을 어떻게든 연계해 봐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 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하나은행 PB지원팀 김성엽 차장은 “금융과 부동산에 두루 정통한 인물이 별로 없다”면서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본다”고 말했다.한편 거꾸로 금융계에 종사하다가 아예 전문부동산 분야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하나은행 부동산 금융팀에서 각종 개발업무를 담당하던 심의전씨는 팀동료 5명과 함께 지금은 부동산 개발전문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그는 “은행에서 10여년간 점포입지 선정, 부동산개발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부동산투자신탁 투자대상 선정 등 부동산 관련 업무만 맡았다”며 “이렇게 실전 경험이 많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