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구조조정 문제 ‘발등의 불’, 부동산·실업대책도 필요

새 대통령 앞에는 많은 경제 현안이 쌓여 있다. 당선의 기쁨을 맛볼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이번 대선과정에서도 경제문제는 가장 큰 이슈였다. 국민의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경제문제도 산적해 있다.경제문제는 국민생활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칫 새 대통령이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보내다가는 새로운 문제를 파생시킬 수도 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경제는 특히 때를 놓치면 더 큰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경제문제 가운데 새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처리해야 할 과제를 뽑아봤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최근 이슈로 부상한 것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대선과정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끈 것들을 고려했고, 최근 각 경제단체들이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과제로 제시했던 것들도 참고했다.시한폭탄으로 떠오른 ‘눈덩이 가계빚’올해 개인의 경제생활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가계부채 문제다. 가계부채는 올 들어 매달 약 6조원씩 증가해 97년 말 211조원에서 지난 11월 말 431조원으로 불과 5년 만에 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가구당 부채규모는 3,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가계부채의 급증은 개인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대목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매달 약 9만명이 신용불량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12월17일 현재 260만명인 신용불량자가 내년 8월에는 35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회사들이 신용카드 및 가계대출 한도 축소조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 개인신용불량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전문가들은 개인신용회복 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연체 3개월이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지금의 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또다시 해 넘기는 구조조정 마무리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구조조정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여전히 ‘미완의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완결되지 않고 있다. 우선 하이닉스반도체 처리가 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채권단협의를 통해 21대1의 감자안을 발표하고 구조조정 안건을 확정했지만 언제 최종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채권단이 처리시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어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조흥은행 처리 역시 오리무중이다.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기관들이 있지만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쳐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투증권, 현대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현대금융 3사 처리 역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정부와 AIG측과의 협상도 올해 초 결렬되고 현재 푸르덴셜이 실사를 마친 상태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명한 의지와 원칙을 갖고 추진하지 않으면 또다시 시간만 끄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서민들 울리는 부동산시장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수도권의 경우 20~30%는 족히 상승했다. 특히 집값 상승은 부동산 전체로 번져 주상복합 열풍과 땅 투기를 불렀다. 일부 부유층은 투자수익을 얻기도 했지만 서민층은 대부분 소외됐고, 오히려 심리적 박탈감만 맛봤다.이 와중에 정부가 10여 차례에 걸쳐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뒷북 대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부동산시장은 잡히지 않았고 투기마저 극성을 부렸다. 최근 들어 투자열기는 규제가 덜한 인천 등 수도권으로 번져 정부대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부동산문제와 관련, 가장 시급한 대책은 집값안정과 투기억제다. 올해처럼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면 새해에는 서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정책이 신뢰성을 회복해 투기를 억제하고 건전한 거래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는 “냉온탕식 뒷북 정책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면서 “수요와 공급을 감안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일할 의욕 꺾는 실업문제실업문제, 특히 청년실업문제 역시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 중 하나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7%에 달하던 전체실업률은 올 들어 1분기 3.6%, 2분기 2.9%, 3분기 2.6% 수준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 4분기 중 실업률이 다시 2.8%로 높아질 것이며 새 정부 집권 첫해인 내년에는 3.2%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단순 실업률 통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실업의 내용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장은 “전체 실업률 자체는 경제사회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경제성장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유휴인력의 노동시장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실업문제는 제조업의 공동화와 3D업종 기피 풍조, 기업구조조정 등 여러 문제들이 얽혀 있어 풀기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걸린다.경영활동 제약하는 기업규제기업규제 개혁은 노태우 정권 말기부터 이슈로 부각된 뒤 김영삼 정권에서는 주요 경제정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철폐된 규제만큼 새로운 규제가 들어서는 상황이 빚어졌다. DJ정부에서는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기구까지 만들어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기업활동을 막는 요소들이 잔존하고 있다.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역대정권들이 매번 기업규제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며 “새 정부에는 시장경제론 신봉자들과 기업인 출신 실력자들이 많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도나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철폐 등은 개혁세력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기업경영이 투명하고 기업지배구조가 합리적이라면 출자총액 제한제도와 같이 과도하게 기업을 규제하는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기타이외에 새 정부가 당면한 경제현안으로는 공공부문 민영화, 4대 보험의 부실화, 물가와 경상수지 악화 문제, 쌀시장 개방 문제와 뉴라운드 대비 등이 있다.먼저 새 정권 초기부터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등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민영화를 추진하되 현실성 있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4대 보험 부실화 문제,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국민연금 문제 역시 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혜택을 축소해야 연금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기존 연금 수혜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지난 3분기까지 2.5%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분기 중 4%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3.5%를 넘을 것이란 전망(KDI)이 나와 있다. 또 해외여행객 증가 등으로 내년 중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