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미디어리서치 대표박빙의 승부로 국민들의 마음을 졸였던 제16대 대통령선거. 한 리서치회사가 대선결과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예측해 화제가 되고 있다. 2002년 12월19일 오후 6시, 방송 3사가 일제히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KBS-미디어리서치’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2.3%포인트 앞설 것이라고 발표했다.개표 최종 결과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놀랍게도 적중했다. 신기에 가까운 완벽한 예측을 한 미디어리서치의 비결은 과연 뭘까. 김정훈 미디어리서치 대표(41)는 ‘대표성 있는 투표소 선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199개 투표소를 선정해 각 투표소당 조사요원을 6명씩 파견했습니다. 그 지역의 투표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투표소를 추출했죠. 총 5만5,000여명의 투표자가 응답했습니다. 응답자 선정시에도 무작위성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투표자 여섯 명 중 한 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했어요.”다른 리서치회사들도 물론 투표소와 응답자 선정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경쟁사들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낸 노하우가 분명 존재할 법하다.“한 리서치회사에서 12년 이상 일했던 것이 효력을 발휘한 것 같아요. 조사회사 종사자들은 보통 재직주기가 짧고 이직률이 높은 편이죠. 업계에서는 드물게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자료를 모으고 조사방법을 발전시켜 나가는 등 ‘연속성’을 지켜 나갔습니다.”실제로 김대표처럼 리서치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출발해 CEO까지 오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려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90년 미디어리서치가 설립되자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선임연구원과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과 이사직을 차례로 거친 후 2002년 11월25일 CEO로 취임했다.그는 92년 대선부터 시작해 97년과 2002년 대선까지 대통령선거 결과 예측만 벌써 세 번째, 96년과 2000년의 총선과 각종 보궐선거까지 수십차례 선거여론조사를 맡아 왔다. 출구조사를 시작한 것은 99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였다.그당시에는 조사원이 투표자와 인터뷰해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김대표는 투표자가 인터뷰 방식을 꺼린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비밀을 보장하기 위한 출구조사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결과 2000년부터 ‘밸럿메서드’(Ballot Method)라는 무기명 조사방식을 채택했다.“조사원이 수거함을 들고 투표자에게 조사지를 나눠준 후 돌아섭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답변을 회피한 사람도 20%에 이르렀어요. 이들 또한 조사에서 제외하지 않고 성별과 연령을 파악해 지지성향을 분석, 결과에 반영했습니다.”아직은 ‘초보사장’이라며 겸손을 잃지 않는 그는 2003년 슬로건을 ‘도약’으로 잡았다. 회사 인지도와 이미지가 최고점에 달한 현재, ‘2002년 대비 50% 성장’을 새해에 이뤄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