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프리랜서 오디오PD“어린아이가 ‘매우 좋다’는 감정을 표현할 때 두 팔로 큰 원까지 그려가며 하는 말이 바로 ‘하늘만큼 땅만큼’이잖아요. 히딩크 감독 목소리로 이 말을 들으니 한국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나요?”지난 1월1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교보생명 광고는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의 똑 부러진 한국어 발음으로 화제를 모았다.이 광고의 오디오감독을 맡은 박순 프리랜서 오디오PD(32)는 히딩크 감독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의외성 때문에 기업의 슬로건 ‘하늘만큼 땅만큼’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회사의 슬로건은 귀에 쏙 들어오게 만들어야죠. 부정확한 듯한 히딩크 감독의 발음 탓에 매끄러운 성우 목소리와 달리 한 번 걸러서 듣게 해주었던 겁니다.”처음부터 히딩크 감독 목소리가 담긴 안에 대해 자신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완성도 면에서는 아무래도 성우를 쓰는 게 낫기 때문.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바쁜 스케줄로 광고촬영장에서 동시녹음으로 땄던 한국어 발음이 웬일인지 들을수록 매력이 있었다.“10여회 녹음 끝에 얻어낸 게 요즘 광고에 나오는 바로 그 목소리입니다. 같은 말을 성우가 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의 이미지를 만들었겠죠.”‘오디오는 영상물의 반’이라고 할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광고의 배경음악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이처럼 카피를 낭독하는 주체를 결정짓는 일까지 오디오PD가 신경 써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히딩크 감독의 모습 뒤로 애국가가 흘러나오게 한 것도 그렇다. TV만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소리로 시선을 잡아끄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방송이 끝나는 시간이 아니고서야 자주 나오지 않는 게 애국가죠. 다시 한 번 모니터를 바라보게 되지 않겠어요?”그는 오디오의 이런 역할을 두고 ‘귀에는 귀꺼풀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눈에는 눈꺼풀이 있어 정보를 가려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귀로 듣는 정보는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결국 ‘딩동딩동’ 하는 인텔 인사이드 광고의 차임벨 소리처럼 오디오만 잘 활용해도 장문의 카피보다 기업이미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박PD는 지난해 대한민국광고대상 등 국내 광고상과 클리오ㆍ칸 등 해외 유명 광고제에서 수상하기도 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최근에는 LG싸이언, LG카드, TTL 등의 오디오를 감독했다.“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 일을 통해 광고음악이 음반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만큼 음악의 사업 가능성도 크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 이 일을 ‘뮤직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