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익 LG생활건강 마케팅담당 상무(47)가 잠시 자리를 비울라치면 그의 노트북 화면에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여자모델의 얼굴이 나타난다. 조상무는 지난 2월 출시한 치아미백제 ‘클라렌’(Claren)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투명재질로 만들어진 클라렌은 매일 두 차례 30분씩 2주간 치아에 붙이면 치아가 하얗게 된다는 제품이다. 컴퓨터 화면보호기 역시 이 제품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았다.클라렌은 출시 2개월여 만에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목표액도 12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수정했다. 이렇게 ‘잘나가는’ 제품 마케팅 총책임자의 첫마디가 “저 여기에 목숨 걸었습니다”였다.“솔직히 경기가 이렇게까지 안 좋을 줄 몰랐습니다. 그랬다면 지금 출시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불황에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기업이 돼라’고 하지 않습니까. 바로 이 교과서적인 교훈을 저희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죠.”클라렌은 7만원대로 고가인데다 기존에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이런 제품을 놓고, 그것도 지금 같은 불황기에 조상무가 큰소리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이전에 이렇게까지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출시한 제품은 없었으니까요. 6년간 향후 시나리오까지 함께 준비했습니다.”제품에 자신이 있는 만큼 ‘알리는 일’만 잘하면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우선 출시기념회를 크게 벌였다.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행사였다. 광고비도 늘려 잡았다. 당초 6억원이었던 예산을 50억원으로 늘렸다. 2개월간 쓴 비용만 22억원이다.“마케팅은 누가 의사결정을 순발력 있게 정확히 하느냐가 관건이죠. 기존에 없던 상품이니까 당연히 자주 매체에 노출을 시켜야 하고 오피니언리더들에게 사용해 보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골프장 직원들이나 미용실 고객에게 샘플을 나눠주는 것도 이런 의도에서죠.”가격부담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나는 윗니용만 따로 포장해서 파는 게 그중 하나. 초기 구매시 느끼는 부담감만 줄인다면 사용효과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성숙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 어려워요. 앞으로는 이 제품처럼 아예 낯선 카테고리를 공략하는 게 가격경쟁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1~2년 후쯤 한국에, 또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을 내놓기 위한 개발팀인 ‘드림팀’도 결성돼 있고요.”따라서 조상무는 클라렌의 성공이 곧 회사와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제가 목숨 걸고 이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