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 충청 . 남부 수도권은 '이상 호황' ... "하반기가 내집마련 타이밍"

꼭 1년 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신문, 방송 등은 일제히 ‘1/4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9.04%, 전세 7.05% 가격급등, 정부 대책 필요’ 등의 기사로 도배했다. 당시 부동산 지표는 역대 최고 호황을 예고하듯 일제히 상승 청신호를 켰다.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서울 관악구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사철 특수를 잔뜩 기대했는데 너무 허망하게 끝나는 것 같다”면서 “집값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은 분위기다”고 최근 집값 동향을 단적으로 설명한다.2003년 연초부터 갈짓자 행보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은 기어코 1/4분기 동안 최근 3년래 최저수준을 나타냈다.서울 집값 3년 사이 최저 수준부동산뱅크(www.neonet.co.kr)의 조사에 따르면 1/4분기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0.23%, 전세는 0.61% 변동에 그쳤다. 경기도 역시 매매는 1.25%, 전세는 1.21%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장의 반응이 지표보다 더 차갑다는 데 있다. 예년의 경우 겨울은 학교배정 등 학군 특수나 공무원, 기업인사 등 이사수요가 기본적으로 확보되는 데 올해는 이마저도 없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매년 학군 특수로 1년 거래의 3분의 1을 연초에 거래했다는 목동공인 김정수 대표는 “지난해 겨울 이사철의 절반도 거래하지 못했다”며 “한여름철 비수기 때보다 더 심하다”고 말한다.부동산 시장에서 ‘큰손’들의 무대로 알려진 재건축 시장의 위축은 더욱 심하다. 1/4분기 동안 재건축 아파트는 -1.15%를 나타내 하락세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을 거래하는 재건축공인중개사 김모 대표는 “이라크전쟁 전에는 그나마 사겠다는 문의가 있었고, 다소 낮게 팔 경우 거래가 됐지만 전쟁 이후에는 이마저도 끊긴 상태”라며 “재건축 규제 강화와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큰손’들의 움직임이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이 기간에 둔촌주공 1단지 16평형은 2,000만원이 떨어져 2억9,000만~3억원을 기록했고, 고덕시영 17평형은 1,500만원이 하락한 2억3,500만~2억4,500만원을 나타내고 있다.서울, 수도권 일대 신규 아파트ㆍ오피스텔 분양 시장도 예년만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3일부터 당첨자 계약을 실시한 양재동 B주상복합도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합쳐 계약률이 50% 안팎에 그쳤고 C건설이 지난 3월 말에 개관한 역삼동 오피스텔은 하루 방문객이 1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한광호 세중코리아 마케팅 팀장은 “불안심리 확산으로 돈 있는 사람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분양열기를 주도했던 ‘떴다방’ 등 가수요 세력마저 시장을 이탈할 조짐”이라고 말했다.서울 아파트 시장이 ‘최악의 1/4분기’를 보낸 반면, 대전과 충청도, 일부 수도권 남부지역은 호황을 누렸다.1/4분기에 대전광역시는 매매가격 상승률이 12.85%로 전국 16개 시ㆍ도 중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또 충남과 충북은 각각 3.23%와 2.35%로 2위와 4위를 기록, 행정수도 이전 바람이 거셌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대전 둔산동 크로바공인 이광옥 대표는 “크로바아파트 57평형은 불과 3개월 만에 1억원이 올랐다”며 “기존 학군 이주 수요에 행정수도 이전 호재가 더해지면서 가격상승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수도권 남부도시 3인방으로 불리는 화성ㆍ오산ㆍ평택의 가격상승세도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은 천안~수원 전철 복선화 특수에 신도시 착공(화성)과 항만개발(평택) 등의 개발재료가 어우러지면서 6% 이상의 가격상승세를 나타냈다.분양 시장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우미종합건설이 지난 3월26일 대전시 유성구 노은2택지개발지구에 선보인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2만여명의 방문객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우미종합건설 관계자는 “시세보다 3,000만원 정도가 저렴한데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라는 메리트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부동산 투자심리 부활에 시간 걸릴 듯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같은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침체 현상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과 경부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서는 광명, 화성 일대, 저밀도 재건축 등 개발재료가 있는 곳은 선전하겠지만 전체 시장의 흐름은 약세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집값을 지탱하는 정책변수와 심리변수 모두 위축된 상태”라고 단정한다. 또 “정권교체ㆍ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규제정책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돈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라크전쟁이라는 악재가 투자자들의 관망세에 쇄기를 박은 셈”이라며 “정부가 부양책 등 메스를 가하지 않는 이상 하향 안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물론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호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약진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은 “일부에서 제기되는 부동산가격 폭락은 없을 것”이라며 “이라크전쟁이 종결되고, 경기가 체력을 되찾으면 개발 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폭등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 차분한 오름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결론적으로 집값의 회복 시점은 우리 경제가 바닥을 지나는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 비춰본다면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은 3/4분기 내지 4/4분기가 적당한 매입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반면 투자자라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발 호재를 중심으로 투자 포인트를 잡아가는 게 좋다. 이종아 국민은행 주택청약팀 차장은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만큼 시세 이하로 팔겠다는 매도자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결국 실수요자라면 하반기 이후, 투자자라면 경기변동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호재 중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