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적신호’, 공급과잉 지속으로 채권수익률 급등 가능성도

최근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채권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채권버블 조짐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채권을 매집하는 이상 과열현상까지 일고 있어 주목된다.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채권 보유물량이 적정한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채권 보유물량은 현재 적정수준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2001년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뚜렷한 대체투자수단이 없어 국제투자자금의 채권매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4분기 이후 이라크전쟁에 대한 우려와 북한의 핵문제가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안전자산으로 채권이 부각됨에 따라 채권 보유물량이 크게 늘어났다.갈수록 국제금융기관들이 채권 과다보유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면서 적정수준으로 환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문제는 앞으로 국제금융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주목해야 할 것은 각국의 정책금리가 적정수준보다 밑도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갈수록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세계 각국간의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각종 글로벌 펀드들도 그동안 안전자산을 선호(flight to quality)해 왔으나 이라크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더욱이 글로벌 펀드간에 앞 말이 뒷 말을 끌어주는 소위 밴드웨건(Band Wagon) 효과까지 나타나면서 단기간에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3년간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채권수급 측면에서도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공급과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국의 재정수지와 재정계획을 감안할 때 신규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를 대신해 회사채를 직접 금리조절풀(pool)로 사용할 경우 국채에서 회사채로의 교환현상(switching)까지도 예상된다.결국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 과다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최근의 채권버블 혹은 매집현상이 채권덤핑 현상으로 급반전하면서 채권수익률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는 현상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또 다른 현안은 유로화 가치의 초강세 현상과 미국의 달러화 약세 유도 조짐이다. 지난해 초 0.80달러대까지 떨어져 2류 통화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던 유로화 가치는 5월 초에 한때 1.15달러를 넘어섰다. 그만큼 달러화가 약세라는 의미다.현재 미국과 유럽간의 실질금리 차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 미 달러화의 고평가 정도를 감안할 때 유로화 강세국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경기부양과 무역적자 해소를 목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최근 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됨에 따라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영국, 스웨덴, 덴마크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유로랜드에 가입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이들 3개국이 유로랜드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내년에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 확대를 규정한 니스협약에 따라 동유럽과 지중해 연안 10개국을 EU(궁극적으로는 유로랜드)에 받아들이기로 확정한 상태다. 앞으로 유로랜드는 러시아의 일부 지역과 북부아프리카를 포함한 ‘범(汎)유럽경제권’으로 확대 발전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범유럽경제권이 형성될 경우 21세기 국제통화질서에는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각 권역별로 공동화폐 도입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동화폐 도입 논의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유럽 이외에 가장 빨리 진전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 중남미다. 최근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간에 공동화폐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더욱이 그동안 금융위기 과정에서 자국통화 가치가 불안정함에 따라 중남미지역에서는 미 달러화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의 경우 미 달러화 예금이 70%를 넘어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 실질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간의 공동화폐 도입 논의는 중남미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유로화가 정착되고 중남미에서 공동화폐 도입과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됨에 따라 이에 자극을 받은 동아시아지역 내에서도 공동화폐 도입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이미 동아시아지역 내 공동화폐 도입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할 싱크탱크가 마련됐고, 공동화폐명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다.앞으로 이 기구를 통해 동아시아지역에 단일통화가 도입될 경우 유로화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단일통화 도입의 전 단계로 아시아통화제도(AMS)에 의해 각국간 통화가치를 일정범위 내로 수렴시킨 뒤 아시아중앙은행(ACB)을 설립해 경제상황이 비슷한 국가부터 단일통화를 우선적으로 도입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21세기 국제통화질서는 유럽경제권의 유로화, 미주경제권의 미 달러화, 동아시아경제권의 단일통화간의 3극 통화체제로 굳어진다는 의미다. 3대 광역경제권과 3극 통화체제하에서는 환율결정 메커니즘도 이들 3대 통화간의 환율움직임에 상하변동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우리나라는 동아시아지역 내 공동화폐 도입을 위한 각종 연구과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공동화폐 도입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전제돼야 할 원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과제가 현정부 들어 정치적 이유로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앞으로 진전될 공동화폐 도입 논의에서 우리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원화의 위상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이제는 ‘원화의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중장기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지금처럼 달러에 대한 네 자릿수의 원화 환율체계로는 개도국이라는 이미지를 지워버릴 수 없고 공동화폐 도입 논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없다. 현재 우리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세 자릿수대 혹은 두 자릿수대의 원화 환율체계는 유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