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과천청사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겸한 ‘경제민생점검회의’를 갖고 세금감면을 통한 투자유치 등 향후 경제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을 확정했다.이 자리에서 정부는 국내 기업의 투자독려와 세제지원,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구제완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전략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정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방위 부양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경기불황이 장기가 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이미 정부는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인하했고, 4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도 밝혔다. 특별소비세와 근로소득세 등에 대해서도 인하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하지만 이것만으로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는 데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각 연구기관들이 잇달아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수준에서 맴돌 것이라고 발표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정부가 밝힌 하반기 경제운용의 전체적인 플랜을 보면 기업들의 투자의욕 고취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부진한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 투자 집행분에 한해 임시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10%에서 15%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100억원을 투자할 경우 15억원을 법인세에서 빼준다는 것이다. 또 15%까지 세액공제해주는 중소기업의 연구 및 인력비에 대해 내년부터 3년간 최저한 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볼 경우 올해 3%대 중반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외국인 투자유치에도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홍콩에서 시행 중인 외국기업 경영인에 대한 ‘소득세 단일세율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외국기업인들의 세금이 대폭 낮아지게 된다.국내 투자여부에 결정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외국인 경영자들에게 인센티브 효과를 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또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각종 외국인 투자지원 제도를 통합할 방침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요건은 건당 5,000만달러 이상에서 단위지역 내 투자건 통합 5,000만달러 이상으로 완화할 예정이다.또 산업단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외국인 투자기업을 위한 공단으로 조성해주는 ‘외국인 기업 전용단지’와 투자규모가 큰 외국기업에 따로 공단을 조성해주는 ‘외국인 투자지역’이 통합돼 운영된다.조금 세부적이지만 외국인학교 설립조건과 내국인 입학자격 완화도 포함돼 있다. 내국인 입학자격의 경우 해외거주 5년에서 3년으로 줄여 입학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규제완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먼저 수도권 입지 규제 차별철폐가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었던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숨통을 틔워준다는 계획이다.구체적으로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 입지 규제를 폐지해 그동안 공장증설을 희망해 온 삼성전자, 쌍용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지방이전 기업에 금융과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지방이전시 법인세, 재산세 등의 세제혜택을 받는 기업의 소재지역이 과밀억제권역에서 전체 수도권으로 확대된다.공장 3년 이상, 본사 5년 이상으로 이원화돼 있는 기업 소재기간도 공장, 본사 모두 3년으로 통일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비과밀억제권역에 위치한 기업이 지방으로 옮아갈 경우 법인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모두 3년간 100%, 그후 2년간은 50%를 감면받게 된다.산지개발도 쉬워진다. 지방 산지 개발을 촉진하고 낙후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보전산지 내 병원 사회복지시설, 농어촌휴양시설 등은 면적(현행 1만㎡ 이내)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된다.대신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설과 폐수배출 시설은 보전산지 내 입지가 제한되며 축산시설과 창고의 면적제한은 강화된다.2만달러 달성 전략도 하반기 경제운용의 핵심 틀 가운데 하나로 잡았다. 취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대해 언급해 왔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를 당장 이룰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이와 관련, 정부는 7~10년 후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놓았다.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는 먼저 기술혁신을 꼽았다. 석ㆍ박사 병역특례 전문요원의 복무기간을 현행 5년에서 3년 10개월로 크게 단축한다는 내용 등이 중심을 이룬다. 또 노사개혁도 눈길을 끈다. 노조전임자 급여지원, 파업기간 중 임금지급 관행 등을 국제표준에 맞춰 개선한다는 방침이다.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 제도와 병행해 실시하는 방향으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연내에 수립하고 지역특화발전특구법도 연내에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구조개혁 차원에서 103개 부담금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이밖에 정부는 추경 외에 5,000억원을 시중 금융회사 등에서 빌려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의 설비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추경을 5,000억원 더 늘린 셈이다.아울러 임시투자세액 공제율을 늘려 기업들의 내년 법인세 부담을 2,000억원 줄여줄 예정이다. 7월부터 1년간 신규투자된 사업용 자산에 대해서는 감가상각 기간을 50% 단축, 연말까지 300억원의 세감면 혜택도 준다.이번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경기를 살리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대책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낸다.특히 규제완화 등의 경우 청와대의 민관합동 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대상이라는 점은 앞으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균형발전위원회는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허용할 경우 지방과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내용상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2금융권 구조조정이다. 제2금융권 문제는 자칫 국내 경제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 경제계의 공통된 시각이다.기업투자의 근본적인 걸림돌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중장기 개선 검토나 수도권 규제에 대한 대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