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전망한 비트코인의 미래…정부 통제·국제 정치 리스크에도 영향 받지 않아

[비트코인 A to Z]
환 위험에서 자유로운 비트코인…무역 결제 화폐로 ‘매력’[비트코인 A to Z]
얼마 전 씨티그룹이 ‘변곡점에 서 있는 비트코인’이라는 제목의 108페이지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 블록체인업계에 화제였다. 씨티그룹의 비즈니스 자문, 핀테크, 블록체인, 글로벌 데이터 인사이트, 시장·증권 서비스 부서에서 근무하는 금융 전문가들과 코인메트릭스(가상 자산 정보 서비스 운영) 임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조망한 해당 보고서는 비트코인의 역사부터 시작해 생태계, 투자 근거, 금융회사의 행보, 규제, 한계 등이 총망라돼 있다.

기관투자가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 시장 참여자로 본격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앞으로 이와 같은 전통 금융 기업과 블록체인 기업 간의 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한화자산운용도 크로스앵글(가상자산 정보 서비스 쟁글 운영)과 협력해 매달 말 디지털 자산 시장 동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화자산운용 유튜브에서 웨비나(웹+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 변한 비트코인 인식
씨티그룹의 보고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트코인의 인식 변화를 도식화해 나타냈다. 처음에는 기술에 초점을 맞춘 결제 시스템에서 검열 저항성에 따른 화폐 그리고 오늘날 주목 받고 있는 희소한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비트코인이 국제 무역 결제에 쓰이는 화폐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미래 시나리오였다. 오늘날 비트코인은 거래의 매개체로 쓰이는 화폐라기보다 가치를 저장하는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미래에는 어쩌면 비트코인이 국제 무역에 활용되는 화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분명 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국제 무역에 쓰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번역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전반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의역한 부분이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은 초기에는 그것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이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의 핵심은 희소성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미래의 인식은 어쩌면 전 세계적인 접근성과 중립성일 수 있다. 만약 상점이 법정 화폐와 암호화폐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나 스테이블 코인과 차별화되는 몇 가지 장점들을 제공할 수 있다.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

국경 없는 디자인 :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돼 있다. 그 어떠한 정부도 비트코인을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그 대신 전 세계 누구나 비트코인 시장에 참가해 비트코인을 계약 협상과 크로스보더 거래에 쓰이는 보편적인 결제 화폐로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다.

환율 노출도 없음 :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복수의 통화를 사용하는 대신 무역 파트너들은 자체 비트코인 지갑을 가지고 다른 거래 상대방의 비트코인 지갑과 결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계약 언어를 단순화할 수 있고 환율 노출도를 잠재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빠르고 잠재적으로 저렴한 돈의 이동 : 암호화폐 거래는 법정 화폐 기반의 거액 결제보다 더 빠르고 매끄럽다. 거래는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실제 자금의 전송은 수분 안에 처리되거나 통상적으로 보다 낮은 금액에 체결된다. 비트코인의 P2P 특성은 정부로 하여금 해당 거래에 대해 과세하거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안전한 결제 : 비트코인을 수령하는 개인과 상점은 자금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을 전송하는 주체가 결제 요청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지갑에 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제와 신용 거래에 관한 리스크를 경감시킬 수 있다.

추적성 :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특징은 모든 거래가 투명하고 추적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이러한 거래들을 관찰하도록 디자인됐다. 추적 알고리즘은 비트코인 결제가 지정된 지갑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크로스보더 거래를 위한 복수의 단계, 특정 국가의 세관 데이터베이스를 오가는 상품의 이동을 관찰하는 단계의 업무를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비트코인 결제는 국제 무역의 로지스틱스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
환 위험에서 자유로운 비트코인…무역 결제 화폐로 ‘매력’[비트코인 A to Z]

처리 속도 개선은 비트코인의 숙제
위와 같은 특성들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일정 부분 진실이 될 수 있지만 아직 국제 무역에서 비트코인의 사용은 제한적이다.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다. 2020년 초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평균적으로 초당 5거래를 수행했다. 이는 비자 네트워크가 처리하는 수준인 초당 2만4000거래에 비하면 4800배나 느린 것이다.

비트코인의 처리 속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진행 중이다. 현재의 계획은 라이트닝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새로운 유형의 확장성 개선 기술에 집중돼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접근은 거래를 처리하는 별도의 레이어를(실제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아닌 별도의 사이드 체인에서 빠르고 저렴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 생성하고 여기에서 이뤄진 거래를 주기적으로 비트코인 메인 네트워크에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업은행들이 거액의 거래를 정산할 때 상업은행 간 B2B 결제 시스템(페드 와이어)을 사용하면서 고객들에게 내재화한 거래 내역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 (중략)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는 특정한 정부 혹은 외부 주체가 무역 화폐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슈에 기인한 무역과 무관하기 때문에 선호될 수 있다. 오늘날 미국 달러는 기본적인 무역 화폐이지만 점점 커지는 미·중 갈등은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특성에 따라 비트코인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무역에 수혜를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은 한 무역 거래자의 디지털 지갑에서 다른 무역 거래 상대방의 디지털 지갑으로 별다른 마찰 없이 움직일 것이다. 국제 무역에 쓰이는 화폐로서 크로스보더 활동과 연관된 활동은 자금이 필요할 때까지 비트코인을 지갑에 남겨 둘 수 있을 것이다. 후속 거래는 화폐 교환 없이도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상에서 왔다 갔다 하는 자금은 계정 주인이 로컬 경제 활동을 수행하는 데 돈이 필요할 때만 인출되거나 교환될 수 있을 것이다.

씨티그룹은 보고서 말미에 쇼펜하우어의 명언을 인용했는데 참고할 만하다. “모든 진실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그것은 조롱을 당할 것이다. 둘째, 그것은 맹렬하게 반대될 것이다. 셋째, 그것은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러한 정서가 비트코인이 탄생하기 150년도 더 전에 표현됐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도입과 진화는 변화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나타낸다.”

* 본 기고는 회사의 공식 의견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 자산팀 팀장(‘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