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평가 기관, 공시 정보로 한국 기업 평가…지배 구조 보고서 이어 환경 정보 공개도 의무화

[스페셜 리포트]
ESG 등급 하락이 새로운 ‘리스크’로...기업 이해관계인 된 평가사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대세(mainstream)가 된 해.’ 스위스 소재 ESG 평가 기관인 로베코샘(RobecoSAM)의 지속 가능성 통합 부서를 총괄하는 마스자 젠드베르헨은 2020년을 ESG의 해로 정의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ESG가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하는 ESG 평가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의 ESG 평가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서스틴베스트·대신경제연구소·지속가능발전소·로베코샘을 꼽을 수 있다. 스위스 소재의 로베코샘은 다우존스지속가능성지수의 구성 종목을 선정하기 위해 ESG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 ESG 평가 기관의 데이터를 재가공해 평가 등급을 발표하는 몇몇 평가 기관도 있다.

해외 ESG 평가 기관들도 최대 400사 정도의 한국 기업들을 평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상장 기업의 공시 수준을 평가하고 있고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ESG, MSCI(Morgan Stanley Composite Index),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비지오 아이리스(Vigeo Eiris), 톰슨 로이터 등은 한국 기업들을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들에 별도의 정보 제공 요청 없이 기업들의 공시 정보만으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ESG 정보 확보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활용

ESG 공시는 ESG 평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ESG 관련 정보가 많이 공개될수록 ESG 평가가 보다 수월하고 고도화되고 보다 많은 기업들을 평가할 수 있다.

다수의 상장 기업들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통해 ESG 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지난 1월 2025년에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에 대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하고 2030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전체에 대해 발간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인들이 존재하며 이들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해관계인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상대적 중대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해관계인들이 ESG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하는 ESG 평가 기관은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인 중 하나일 것이다.

ESG 평가는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지배 구조, 사회 책임 경영, 환경 경영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배 구조는 주주의 권익 보호, 이사회, 감사 기구, 공시, 경영 과실 배분 등을 평가한다.

주주의 권익 보호에 대한 평가는 주주, 다시 말해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정도를 평가한다. 내부 거래에 대한 합리적 의사 결정,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 기업들이 제공하는 편의성 등을 주로 평가한다.

이사회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사회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감사 기구 평가에서는 회계와 일상적 업무 감사에서 내·외부 통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며 공시 평가는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시기적절하게 잘 공시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경영 과실 배분 평가는 배당에 대한 평가로, 기업들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해 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또한 기업과 그 임직원의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해 평가에 반영한다. 상법·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 지배 구조 관련 법규 위반 여부와 그 경중을 조사해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기업 지배 구조 평가에 필요한 정보는 주로 사업 보고서와 지배 구조 보고서에서 얻는다.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 제24조의 2에 따라 사업 보고서의 법정 제출 기한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지배 구조 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ISO-26000, 사회 책임 경영 가이드라인 규정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사회 책임 경영 가이드라인인 ISO-26000에서는 사회 책임 경영의 범주를 지배 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 운영, 소비자, 지역 사회 참여로 구분하고 있고 사회 책임 경영 평가는 이 범주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사회 책임 경영 지배 구조는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의사 결정과 추진 체계를 의미하고 인권 측면에서는 사내 인권 존중의 정도, 즉 사내 차별 금지와 약자 보호 등을 비롯한 기업의 직원 인권 제도와 실태를 평가한다.

노동 측면에서는 회사가 직원들의 안전·보건·복지 등의 수준을 평가한다. 최근 이슈가 됐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로 대변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기업의 정책 또한 평가에 포함된다.

공정 운영은 기업이 하도급 업체에 대해 소위 ‘갑질’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시장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소비자는 소비재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소비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만족도 개선을 위한 활동 등을 평가한다. 지역 사회 참여에 대해서는 기업이 속한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공헌 활동을 수행하고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사회 책임 경영 평가에서도 관련 법규 위반 여부가 반영되고 있고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3법·소비자기본법·공정거래법·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대한 위반 여부를 조사해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환경 경영 평가는 크게 체계와 성과로 구분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체계는 환경 경영을 위해 회사 내에 갖추고 있는 체계를 말하며 환경 경영 지배 구조라고도 부른다. 환경 경영에 대한 보다 강력한 추진을 위해 이사회에서 환경 경영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환경 경영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추진 조직을 갖추고 전 임직원들에게 환경 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시로 환경 경영 이슈와 잠재적 리스크를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성과 부문은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의 유형과 업종에 따라 달라진다. 제조업에 속하는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용수 사용량,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 수질 오염 물질 배출량, 유해 화학 물질 배출량, 폐기물 발생량 및 재활용량 등을 평가한다. 이 성과에 대한 세부 산식은 평가 기관의 고유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대상 기간은 최근 3년 평균 또는 전년 대비 증감으로 볼 수도 있고 세부 지표는 일반적으로 단위 매출액당 배출량·발생량·사용량을 의미하는 집약도(intensity)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생산 설비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면 배출량의 증가는 필연적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단위 매출액당 배출량의 증감을 통해 기업들의 배출량 감소 노력을 확인하고 있다.

환경 경영 평가에서도 지배 구조, 사회 책임 경영 평가와 마찬가지로 환경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해 평가에 반영한다. 대표적으로 대기환경보전법·물환경보전법·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대한 위반 여부가 반영된다. 환경 경영 평가에 필요한 정보는 크게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와 환경부의 환경 정보 공개 제도로부터 얻는다.

특히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사회 책임 경영과 환경 경영에 대한 주요 정보원이다. 환경 정보 공개 제도는 지난 3월 24일 환경 기술과 환경 산업 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지배 구조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의무적으로 환경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는 ESG 평가 등급의 하락 또한 일종의 ESG 리스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ESG 평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이 리스크를 관리하기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ESG 경영의 추진을 통해 이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들 스스로 ESG 경영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