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둔 50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 이들에게 노후는 더 이상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할 수 있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들에게 노후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래서 20·30대와 달리 국민연금에 관심을 쏟는다.
국민연금이 국내에 도입된 것이 1988년이므로, 지금 40·50대 직장인들은 입사하고 줄곧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입해 왔을 것이다. 따라서 이전 세대보다 노령연금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마따나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국민연금을 더 받고 싶어 한다.
이들이 전업주부인 배우자를 국민연금에 임의가입 하도록 하는 것도, 의무가입 기간이 끝난 60세 이후에도 국민연금에 임의계속가입을 해서 보험료를 내는 것도, 과거 직장을 이직하면서 돌려받았던 반환일시금에 이자까지 더해 국민연금공단에 반납하는 것도, 과거 실직이나 경력단절로 내지 못했던 보험료를 애써 나중에 납부하는 것도, 모두 연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노력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까. 이를 알려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받는 노령연금 수령액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학창시절 수학 문제를 잘 풀려면 공식을 알아야 하듯, 노령연금 수령액을 산출하는 공식을 알면 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러면 출발해보자.
과거에 받았던 반환일시금에
이자까지 더해 반납하는 까닭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받는 노령연금 수령액은 크게 기본연금액과 부양가족연금액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먼저 기본연금액을 산출하는 공식부터 살펴보자. 기본연금액을 산출하는 공식은 상당히 복잡한데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결국 기본연금액은 소득대체율, A값, B값, 가입 기간의 네 가지 요소에 따라 정해지는 셈이다.
소득대체율부터 먼저 살펴보자. 소득대체율은 연금으로 받는 급여를 가입자의 생애평균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쉽게 말해 생애평균소득에 대비해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에서는 가입 기간이 40년일 때를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정하고 있다.
통상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라고 얘기하는데, 이 말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40년 동안 꼬박 보험료를 납부하면, 가입 기간 동안 평균소득의 40%를 연금으로 준다는 얘기다. 가입 기간 40년을 채우려면, 스무 살에 국민연금에 가입해 예순 살까지 빼먹지 않고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가입 기간이 이보다 짧으면 40%보다 낮은 소득대체율이 적용된다.
실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얼마나 될까. 1988년에 국민연금을 국내에 도입할 당시만 해도 소득대체율은 70%였다. 하지만 국민연금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명목하에 1999년에는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췄다. 2008년에는 다시 소득대체율을 50%로 인하했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리는 중이다. 2028년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떨어지는데, 이후에는 40%를 유지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라고 하는데, 이는 2028년 이후에 적용되는 소득대체율이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같은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더 받으려면, 과거 소득대체율이 높았던 기간을 살려내면 된다. 그게 바로 반환일시금 반납이다. 반환일시금 반납을 이해하려면 반환일시금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가입 기간이 최소 10년은 돼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끝났는데도 가입 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국민연금공단에서는 가입자가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에 정기예금 이자를 더해 가입자에게 반환한다. 이를 반환일시금이라고 한다. 이 밖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에도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다.
현재는 가입자가 해외로 이주하거나 사망한 경우가 아니면 60세가 넘어야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998년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격을 상실하고 1년이 지나면 60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반환일시금을 청구해서 수령할 수 있었다. 실제 외환위기 당시 실직자들 중 상당수가 반환일시금을 받았었다. 갑자기 반환일시금 청구가 늘어나니, 60세 이전에는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다.
1998년 이전에 수령한 반환일시금에 이자를 더해 국민연금공단에 돌려주는 것을 ‘반납’이라고 한다. 굳이 이자까지 내가면서 반환일시금을 반납하려는 이유는 소득대체율이 가입 기간을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이전 소득대체율은 70%였기 때문에, 반납을 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납부하고,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높은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하면, 반납할 보험료와 반납으로 늘어나는 연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임의가입자가 보험료를
적게 내려는 까닭은
이번에는 A값과 B값에 대해 살펴보자. A값과 B값은 가입자의 소득과 관련이 있다.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라고 보면 된다. 연금 수급 이전 3년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을 평균해서 구한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에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A값’은 253만9734원이다. B값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 동안의 소득을 평균한 것이라 보면 된다. 이때 과거 소득은 연금 개시 전년도 가치로 재평가한 다음에 평균한다.
여기서 잠시 소득대체율 얘기로 돌아가보자. 앞서 2028년 이후 소득대체율이 40%라고 했다. 소득대체율 40%를 만들기 위한 소득대체율 상수가 1.2로 돼 있는데, 이 값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살펴보자. 기본연금액을 계산하는 산식에 A값과 B값을 동일하게 250만 원이라고 해보자.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40년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20년 초과 월수는 240개월이 된다. 여기에 소득대체율 상수 1.2를 적용해서 기본연금액을 계산하면 1200만 원이 나온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100만 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 기간 동안 평균소득(A값, B값)이 월 250만 원이고, 연금수령액이 월 100만 원이므로, 소득대체율은 40%가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A값)과 가입자 본인의 가입 동안 평균소득(B값)을 합산해서 연금액을 산출하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세대 내 소득재분배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A값보다 B값이 큰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연금을 덜 받고, 반대로 A값보다 B값이 작은 가입자는 연금을 더 받게 된다.
이 같은 세대 내 소득재분배 효과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발표하는 국민연금 예상월액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위의 국민연금 예상월액표는 올해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기본연금액을 예시한 것이다.
100만 원인 가입자는 매달 보험료로 9만 원을 납부한다. 이렇게 40년 동안 9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매달 71만414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400만 원인 가입자는 보험료로 36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올해부터 40년간 36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매달 131만9390원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전자보다 후자가 보험료는 4배나 더 내는데, 수령하는 연금은 채 2배가 안 된다. 두 사람의 차이라면, 전자는 A값보다 작고, 후자는 A값보다 크다는 점이다. A값과 B값을 합산해 연금액을 산정하면서 자연스레 소득재분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스스로 보험료를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임의가입자와 임의계속가입자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책정할 수 없다. 그래서 보험료 상한과 하한을 정해두고, 그 범위 내에서 가입자가 납입할 보험료를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임의가입자와 임의계속가입자의 보험료 하한은 월 9만 원이고, 상한은 월 45만2700원이다. 당연히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보험료를 선택할 것이다.
임의(계속)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얼마나 내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표를 보면 보험료를 적게 낼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실제 대다수 임의(계속)가입자들이 최저 보험료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서 보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익률만 놓고 판단하면 옳은 듯 보여도, 연금액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매달 45만 원 남짓 되는 보험료를 10년간 납부하고, 매달 39만 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자. 찾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반납과 추납으로 가입 기간을
늘리려는 까닭은
앞서 기본연금액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소득대체율과 소득(A값, B값)에 대해 살펴봤다. 이 밖에 연금액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가입 기간’이 있다. 앞서 수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 20년일 때 기본연금을 100% 지급하고, 이후 가입 기간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연금액이 5%씩 늘어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연금을 더 받으려면 가입 기간을 늘려야 한다. 반환일시금을 반납하는 것도, 추후납부를 하는 것도, 임의(계속)가입을 하는 것도 다 가입 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임의(계속)가입과 반환일시금 반납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으니, 여기서는 추후납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추후납부란 실직으로 납부예외를 신청했거나,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퇴직해서 경력이 단절된 기간 동안 납부하지 못했던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하는 제도다. 추후납부를 하려면 과거에 한 번이라도 보험료를 납부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상태여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추었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에 언제든 추후납부를 할 수 있다. 추후납부 보험료는 추후납부를 신청한 달에 납부하는 보험료에 추후납부 할 기간(월)을 곱해 산출한다. 추후납부 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119개월까지다. 보험료는 한꺼번에 낼 수도 있고, 최장 60개월에 걸쳐 나눠서 납부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출산, 군복무, 실업 기간 중 일부를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크레디트 제도가 있다. 먼저 출산 크레디트 제도는 2자녀 이상을 출산(2008년 이후 출산 자녀부터 인정)하는 경우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2자녀는 12개월, 3자녀는 30개월, 4자녀는 48개월, 5자녀 이상이면 50개월을 추가로 인정해준다. 그리고 2008년 이후 군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이해한 자에게는 6개월의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준다. 실업 크레디트 제도도 있다. 이는 가입자가 구직급여를 수령하는 기간 동안 연금보험료 납부를 희망하면, 국가가 연금보험료의 75%를 지원하고, 나머지 25%만 본인이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이 방법으로 가입 기간을 최대 12개월까지 추가할 수 있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연금을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나
이상으로 기본연금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살펴봤다. 노령연금은 기본연금액에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해서 지급된다. 부양가족연금은 소득이나 가입 기간과 상관없이 부양가족이 있으면 지급되는 일종의 가족수당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부양가족이란 배우자, 자녀(19세 미만, 장애등급 2급 이상), 부모(60세 이상 장애등급 2급 이상)로서 수급권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를 말한다. 2021년에 지급되는 부양가족 연금액은 배우자는 연 26만3060원, 자녀와 부모는 1인당 연 17만5330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을 운용해서 꽤 괜찮은 수익을 냈다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한 번 물어보자. 기금 수익률이 좋으면 내가 연금을 더 많이 받을까. 그렇지는 않다. 연금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면 장기적으로 득이 되긴 하겠지만, 내가 받는 연금액은 기금운용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해진 공식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연금액을 결정하는 공식을 알아야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전략도 세울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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