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확산 이끌고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지속가능성보고서 표준 만든 GRI·SASB 등 대표적

[ESG 리뷰]
ESG 글로벌 기구가 뜬다…‘기후 변화’부터 ‘인권’까지 평가 기준 등 표준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평가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글로벌 기관들이 있다. 이니셔티브(initiative)로 불린다. 이니셔티브는 ESG 관련 주제에 대해 논의의 실천 방안을 만들어 내는 협의체에 해당한다. 또한 자본 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관들이 있다. ESG 지표를 발표하고 기업 가치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 기관은 ESG 경영의 ‘실행·목표·보고·평가’를 위한 기준인 셈이다.

기후 변화 이니셔티브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는 과학적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로, 2015년 설립됐다.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위한 지침과 방법론을 제공한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수준 대비 지구 온도 상승폭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고 섭씨 1.5도 이하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SBTi는 기업들이 ‘과학에 기반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금융 자산의 2도 시나리오 기반 감축 목표 설정 방법론’을 만들었다. 2020년 10월 1일 공식 방법론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이 기구에 참여하는 방법은 약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약정서를 제출하면 ‘커미티드(committed)’ 단계로 인정되고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준을 충족하는 목표를 설정해 제출하면 SBTi에서 해당 목표의 유효성 여부를 검증해 승인한다. 승인이 완료되면 기업명과 감축 목표가 SBTi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전 세계 115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DGB금융그룹·SK텔레콤·SK증권·신한금융그룹 등이 약정서를 제출했다. 이 방법론을 적용해 탄소 감축량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최근 공시 관련 주목받고 있는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2015년 설립했다. G20에서 기후 변화 관련 이슈들이 경제적 의사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를 요청함에 따라 TCFD는 재무 공시 자료를 쉽게 적용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될 수 있는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2017년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TCFD 권고안’을 발표했다. 기후 관련 리스크와 기회, 권고안과 지침, 시나리오 분석 등 3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 중 권고 사항은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정량적 지표 및 목표 등 4가지 핵심 요소로 제시돼 정보 공개를 권고한다.

최근 기후 변화를 중심으로 ESG와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공시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TCFD는 기후 위기 리스크를 금융 안정성 모니터링에 반영하도록 권고한다. 금융회사와 기업은 기후 위기 시나리오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배 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목표 등 4대 영역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TCFD는 2021년 2월 기준 전 세계 1755개 이상 기관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환경부, 한국거래소, 주요 금융지주,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이 지지를 선언했고 2020년 주요 기업에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적용하면서 하나의 공시 표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CDP(Carbon Discloeure Project)는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다. 2000년 설립된 국제 비영리 기구로, 전 세계 9600여 개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및 환경 경영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공시 정보를 분석해 투자자와 금융회사에 제공한다. CDP는 온실가스를 중심으로 기업이나 정부, 기타 조직이 기후 변화·물·공급망·숲·도시 등 환경에 미친 영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고 이를 제시한다. 매년 발표되는 CDP 평가 결과는 전 세계 금융회사의 ESG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한 정보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CDP는 전년도 대비 환경 영향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표준(평균)화해 순위를 매기는 평가 지표도 운영하고 있다. 기후 변화(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전략, 지배구조 등), 수자원(취수량, 사업상 중요도, 관련 정책, 의사 결정 구조 등), 산림 자원(산림 훼손 원자재, 관련 정책, 의사 결정 구조 등) 등 3대 영역에 대해 피평가 기업이 응답한 내용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A~D 등급으로 나뉜다. 2020년 한국에선 삼성전기와 신한금융그룹 등 7개사가 A등급을 받았다.

지속 가능 경영 이니셔티브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개념이 등장한 이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구가 있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1997년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환경 단체 세레스(Ceres)와 텔레스(Tellus) 연구소가 공동으로 만든 비영리 단체로, 기업의 지속 가능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다. 지속 가능성 보고 표준(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이 GRI의 핵심으로,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발돼 왔다. 2000년 발표된 첫째 가이드라인(G1)은 지속 가능성 보고를 위한 최초의 글로벌 프레임워크다. 2016년 최초의 글로벌 지속 가능성 보고 표준인 GRI 스탠더드를 정립했다.

GRI 표준은 경제·환경·사회 부문으로 나눠 기업이나 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설정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만5402개 조직이 GRI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는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라고 부른다.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기업의 비재무 평가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ESG와 관련된 데이터를 회계 보고 기준에 대응하도록 공개, 보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고 이를 제시하는 일을 주로 한다.

SASB는 2018년 77개 산업별 지속 가능성 보고 표준을 발표했고 각 산업별 중대 이슈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GRI밖에 없었던 지속 가능성 보고 표준 시장에 뒤늦게 나왔지만 재무적 성과와 연계된 ESG 요소를 중심으로 간결한 세부 지침이 만들어져 투자자들에게 빠르게 수용되고 있다. 지속 가능성 보고에서 GRI와 함께 가장 널리 채택되며 특히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2020년 SASB 기준과 TCFD 기준 보고서 공시를 요구하면서 주목받았다.

유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유엔이 제시한 지속 가능 발전 목표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를 종료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목표다. 유엔 내에 사무국이 있고 17대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유니레버·파타고니아 등 ESG 경영의 선두 주자들은 지속 가능 경영 목표를 설정할 때 이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이때 핵심은 ESG를 ‘수치’로 관리하는 점이다. ESG 각 항목에 대해 달성할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고 매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통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는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이다. 2014년 유럽·호주·캐나다·영국·미국·일본·네덜란드의 지속가능투자연합 기관들이 함께 설립한 조직으로, 멤버십을 바탕으로 상호 간 네트워크와 협력 강화, 공동의 이니셔티브 수행을 위한 협의체로서 기능해 왔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에서 펴낸 ‘ESG 핸드북(handbook)’에 따르면 GSIA는 ESG 투자 방법론을 7가지 하위 부문으로 구분해 제시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포지티브 스트리닝, 규범 기잔 스크리닝, ESG 통합, 지속 가능 테마 투자, 임팩트·지역사회 투자, 기업 관여 활동 및 주주 행동 등이 그 방법론이다. 1990년대 이후로는 우수한 ESG 성과를 보이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 방식이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 인권 분야에서는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가 산업 연합체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책임감 있는 산업 연합으로 불린다. 글로벌 전자 산업 분야의 이니셔티브인 RBA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국제 규범을 준수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결성된 연합체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애플·인텔 등 160여 개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이들 회원사와 공급망에서는 노동·안전보건·환경 등 지정된 행동 규범을 따라야 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