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화시스템, ‘에어 택시’ 상용화에 속도…SK텔레콤·KT는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 나서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202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막한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사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202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막한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5박 7일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가게 된 직장인 A 씨는 비행기 이륙 3시간 전 도착해 여유 있게 체크인하라는 항공사의 안내 문자를 받은 만큼 아침 일찍 경기 하남의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오늘따라 올림픽대로가 너무 막힌다. 잠실 인근부터 거북이 걸음이다. 이대로 갔다간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 곧바로 다리 건너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로 목적지를 바꿨다. ‘에어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택시를 타면 인천국제공항까지 도착 시간을 기존 차량 대비 3분의1로 줄일 수 있다. 택시 요금에 이착륙장 주차장 이용료까지 더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오늘처럼 차가 밀리는 날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에어 택시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9대가 정차 중이다. 서둘러 주차하고 에어 택시로 갈아탔다. 출발한 지 20분이 채 안 돼 인천국제공항 에어 택시 이착륙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불과 4년 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한화시스템과 현대차 등이 이르면 2025년 시범 서비스를 목표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SK텔레콤은 에어 택시의 항로 등을 조절하는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선 상태다.

오버에어와 ‘버터플라이’ 개발 나선 한화시스템
(사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2020년 11월 11일 주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실증·시연 행사에서 첫 공개된 한화시스템의 개인용 비행체(PAV) ‘버터플라이’의 실물 모형. /한화시스템 제공
(사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2020년 11월 11일 주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실증·시연 행사에서 첫 공개된 한화시스템의 개인용 비행체(PAV) ‘버터플라이’의 실물 모형.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그룹의 방산·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미국 오버에어와 2019년 7월부터 개인용 비행체(PAV) ‘버터플라이’를 개발하고 있다. 오버에어는 PAV 개발 기업인 카렘 에어크래프에서 분사한 곳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월 2500만 달러(약 283억원)를 들여 오버에어 지분 30%를 인수한 이후 버터플라이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버터플라이는 오버에어의 저소음·고효율 특허 기술인 ‘최적 속도 틸트로터’를 적용해 헬리콥터 대비 15데시벨 이상 소음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기식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타입으로 경량 복합재와 고효율 공기 역학 기술을 적용해 기존 틸트로터 항공기보다 최대 5배의 연비 효율을 갖췄다. 최소 10분 만에 충전을 할 수 있어 연속 운항이 가능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약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중 미국에서 PAV의 핵심인 ‘전기 추진 시스템(엔진)’을 테스트한다. 2024년까지 개발을 끝내고 2025년 양산 및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한화시스템의 2030년 UAM 사업의 예상 매출액은 11조4000억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40년 글로벌 UAM 시장 규모는 약 730조원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약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 통신의 상용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년 동안 군 위성 통신 체계 개발에 참여하면서 확보한 기술을 민간 위성 통신에 접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영국의 위성 안테나 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했다. 미국 휴대형 안테나 기술 기업 카이메타에는 지분 투자했다. 두 회사는 기존 ‘접시 모양’의 기계식 위성 안테나가 아닌 ‘작고 평평한 모양’의 전자식 위성 안테나 기술에 특화돼 있다. 항공기 등에서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위성 통신 데이터를 받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2023년 독자 통신 위성을 쏘아 올려 저궤도 위성 통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2025년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김연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위성 통신 사업의 2030년 매출 목표는 5조8000억원”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이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상용화 비용을 낮추면서 효율은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은 UAM 사업의 핵심인 교통 관리·관제 시스템에 활용된다. 수백 미터의 고도에서 날아다니는 PAV는 지상 통신망으로 신호를 주고받기 어려워 위성 통신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화시스템은 올해부터 3년간 저궤도 위성 통신에 5000억원, UAM에 45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위해 3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1조2000억원(7868만9000주) 규모의 유상 증자를 결정했다.

우버와 UAM 상용화에 공들이는 현대차
(사진)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 앞에서 외신들이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 앞에서 외신들이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는 차량 경량화와 배터리 기반 동력 시스템 분야의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UAM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글로벌 차량 공유 기업 우버와 UAM 사업 파트너십을 맺고 실물 크기의 PAV 콘셉트를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PAV 콘셉트 ‘S-A1’은 날개 15m, 전장 10.7m 규모로 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8개의 로터를 통해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한 전기 추진 수직 이착륙 기능을 탑재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90km로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 동안 초고속으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형식이다.

현대차는 이날 협약 이후 우버의 에어 택시 사업 추진 조직인 ‘우버 엘리베이트’와 협업하고 있다. 현대차는 PAV 개발을 맡고 우버는 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UAM 서비스 상용화에 집중하는 형태다. 양 사는 PAV의 이착륙장 콘셉트 개발을 위해서도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S-A1’ 초기 모델 상용화 이후 조종사 없이도 자율 비행이 가능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2028년 출시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비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중형급 화물 운송용 무인 항공기(Cargo UAS)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기존의 소형 화물 운송용 드론과 달리 중형급 화물을 나르기 위해 비행체에 날개가 있는 고정익 형태의 카고 UAS를 2026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UAM 양산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는 한편 무인 항공 운송 산업 생태계를 조기에 조성해 상업화를 주도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 카고 UAS 개발에 대한 기술 콘셉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고 UAS는 기존 도로와 수상 인프라로 충족하기 힘들었던 도시 간 중형 화물의 고속 운송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며 “UAM 상용화에 앞서 법규 인증 및 인프라 확대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뒤 하늘 날아다니는 택시 나온다
에어 택시 운용 핵심 기술 개발하는 SK텔레콤·KT
(사진)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에 구축을 검토 중인 ‘버티허브’. 버티허브는 개인용 비행체(PAV)용 터미널인 ‘버티포트(Vertiport)’의 상위 개념으로 PAV와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사진)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에 구축을 검토 중인 ‘버티허브’. 버티허브는 개인용 비행체(PAV)용 터미널인 ‘버티포트(Vertiport)’의 상위 개념으로 PAV와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통신업계는 UAM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UAM의 현실화를 앞당기기 위해 한화시스템 등과 손을 잡았다. KT는 현대차 등과 협력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9월 현대차·현대건설·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 공동 추진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PAV 개발 및 사업화, 시험 비행 추진 등을 맡고 현대건설은 PAV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운영 모델 및 PAV 복합 환승센터 콘셉트 개발 등을 맡는 내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UAM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관한 연구 등을 진행한다.

KT는 자체 모빌리티 플랫폼을 토대로 지상의 차량은 물론 공중의 PAV까지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에어 그라운드 모빌리티 연계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드론 운항을 관리하는 ‘저고도 무인 비행 장치 교통 관리 시스템(UTM)’ 개발 및 시범 운용 경험을 UAM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향후 전국의 KT 사옥 등을 거점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 등으로 관련 사업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UAM 상용화를 위해 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한국교통연구원과 협업하기로 합의했다. 한화시스템은 PAV 개발 및 항행·관제·ICT 솔루션 개발 등을, 한국공항공사는 버티포트의 상위 개념인 ‘버티허브(PAV와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 구축·운영 검토와 PAV 교통 관리 분야를 담당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UAM 서비스 수요 예측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항공 교통 통신 네트워크 모델을 실증하고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PAV를 안전하게 관제할 수 있도록 최적의 통신 환경을 제공하고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UAM을 위한 모빌리티 플랫폼도 개발해 탑승 예약은 물론 버스·철도·퍼스널 모빌리티 등 육상 교통수단과의 환승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