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수입액 사상 최대, 전문점도 15% 늘어…고급화 추세 타고 ‘스페셜티’ 인기

[스페셜 리포트]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커피 시장이다.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주요 업체들의 매출액 기준)는 2018년 약 43억 달러다. 미국(261억 달러)과 중국(51억 달러)에 이은 세계 3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을 빗대 ‘커피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음료류 품목별 국내 판매액을 봐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얼마나 유별난지 잘 나타난다. 2019년 기준 전체 음료류 판매액은 약 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전체 판매액 가운데 약 30%가 커피 음료였다. 탄산음료의 비율은 약 20%로 나타났다. 콜라나 사이다보다 커피를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에 더 진해진 ‘커피 사랑’…홈 카페·친환경 새 트렌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어닥친 지난해에도 커피 시장은 계속 성장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원두와 생두 등을 포함한 커피 수입량은 17만6000톤을 기록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억3800만 달러(약 8240억원)어치다. 수입량은 전년(약 16만8000톤) 대비 4.76%, 수입액은 전년(6억6200만 달러)보다 11.48% 각각 늘어났다.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사상 최대치다.

시장 규모에 발맞춰 커피 전문점 수도 매년 더 많아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커피 전문점 수는 약 7만1900개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정도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 속에서도 커피 창업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고 여전히 뜨거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매장 수를 100여 개 이상 늘리며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커피 수입량 사상 최대 기록

커피 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현재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매출과 커피 전문점 수 등을 고려한 전체 시장 규모를 약 13조원대로 추정한다. 2006년 약 3조원대였던 시장이 이렇게 커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꾸준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를 음용하며 시장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다.
코로나19에 더 진해진 ‘커피 사랑’…홈 카페·친환경 새 트렌드로
최근 커피업계를 관통하는 새 키워드는 단연 ‘홈 카페’다.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커피 전문점 방문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호 식품인 커피를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대신 마트·편의점·온라인 주문 등을 통해 커피를 구매한 뒤 집에서 즐기기 시작한 이들이 급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마트나 편의점 등에 새롭게 출시되는 커피 제품들이 하루가 멀다고 나오고 있다”며 “홈 카페족들을 잡기 위한 신제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전문점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테이크아웃 고객들을 잡기 위해 수많은 업체들이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자사의 브랜드를 내건 RTD(Ready To Drink) 제품을 선보이고 나섰다.

홈 카페족의 증가로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원인이다. 어느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커피 머신을 구입한 뒤 직접 원두를 갈아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에스프레소 머신 등 커피 기기 수입액(약 1360억원)이 전년 대비 35%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들이 점차 제조 과정에서의 ‘귀찮음’을 느끼며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갈아타는 현상이 일어났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인스턴트 원두커피 ‘맥심 카누’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홈 카페 시장에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의 합성어)’ 바람이 불고 있다”고 진단했다.

커피업계도 뒤흔든 ‘ESG’ 열풍

소비자들의 입맛은 더 고급스러워지는 추세다.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규정하는 엄격한 품질 기준에서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고급 커피를 의미한다.

가격이 비싸지만 좋은 맛과 깊은 풍미를 즐기기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의 커피 입맛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이런 니즈를 반영해 여러 업체들이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해 맛과 품질을 강화한 제품들을 계속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이 커피를 음용하는 횟수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반영한 대용량 제품의 인기도 식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더 진해진 ‘커피 사랑’…홈 카페·친환경 새 트렌드로
용량이 약 500mL에 달하는 제품들이 보통 대용량으로 분류되는데 최근에는 900mL짜리 제품도 등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 만큼 대용량 음료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불어닥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은 커피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피 전문점들은 이제 대부분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매장을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RTD 커피 제품들도 변하고 있다. ESG 바람을 타고 비닐 라벨을 뗀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페트 용기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과 로고를 양각 형태로 구현한 이른바 ‘무라벨’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