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붐·중국산 수입 자제 분위기 속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실적 '청신호'

[비즈니스 포커스]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OCI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OCI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

OCI는 4월 초 진행한 회사채 발행 수요 예측(사전 청약)에서 모집액의 2배가 넘는 금액이 몰렸다. 600억원(3년물)을 모집할 예정이었는데 1250억원의 청약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자들의 관심에 결국 OCI는 4월 13일 당초 계획 보다 증액한 97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6월 회사채 800억원어치(3년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쓴맛’을 봤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기관투자가들이 OCI에 넣었던 자금은 110억원에 불과했다. 69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하며 흥행에 참패한 바 있다.
불과 1년여 만에 OCI를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OCI의 주력 상품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한 것이 배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설치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폴리실리콘 업사이클’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이런 호재를 등에 업고 OCI의 실적 전망도 모처럼 밝아졌다. 주식 시장에서도 단숨에 뜨거운 종목으로 떠올랐다.

중국 업체 공세에 추락한 실적

폴리실리콘은 태양 전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다. 그래서 폴리실리콘을 태양광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OCI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연산 3만 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글로벌 시장 물량(업계 추산 50만 톤)의 6% 정도를 OCI가 책임진다.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내세워 OCI는 지난해 태양광 소재 부문에서 약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폴리실리콘이 만들어낸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중국 업체들이 계속해 싼값의 폴리실리콘을 대량 생산하며 한때 부르는 게 값이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폴리실리콘을 팔아도 수익이 나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고 말았다.

결국 2019년을 기점으로 OCI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큰 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OCI의 신용 등급은 ‘A+’에서 ‘A’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행한 회사채 발행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 흥행은 참패했고 OCI를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에는 우려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반전됐다. 최근 폴리실리콘의 가격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연일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산업 가격 조사 기관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Kg당 6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현재(4월 기준) 2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OCI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1년 만에 뒤바뀐 평가…OCI의 ‘폴리실리콘 뚝심’ 통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들은 향후에도 계속해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들을 내놓고 있어 OCI를 바라보는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이런 예상이 나오는 배경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기후 변화 문제와 맞물려 폴리실리콘 수요처인 태양광 설치량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늘어나는 부분이다.

새롭게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를 비롯해 중국과 유럽 등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규모나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빠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나서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태양광 신규 철치량이 최대 209GW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정도의 태양광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폴리실리콘이 최소 50만 톤 이상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년 만에 뒤바뀐 평가…OCI의 ‘폴리실리콘 뚝심’ 통했다
둘째는 중국 신장 지역과 관련한 이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신장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폴리실리콘 판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경은 이렇다. 저렴한 인건비와 전기료를 앞세워 중국 신장은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무려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지역이 됐다. 폴리실리콘 산업의 ‘메카’라고도 불린다. 중국 기업들 역시 이 지역에 생산 공장을 세워 물량 공세를 펴며 폴리실리콘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신장의 소수 민족 인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들은 신장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 수입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에선 중국산 태양광 패널 구입 금지 법안까지 등장했다.

이 부분은 특히 OCI에 긍정적인 측면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는 중국 폴리실리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이외 폴리실리콘 공장 중 가동이 가능한 업체는 OCI와 독일 바커 정도에 불과하다. 반사 이익을 개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OCI의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2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부터 적자였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큰 폭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1년 만에 뒤바뀐 평가…OCI의 ‘폴리실리콘 뚝심’ 통했다
급증하는 수요를 끌어안기 위해 OCI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 능력을 5000톤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증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OCI 관계자는 “내년 말 말레이아 공장 증설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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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얻은 교훈…“무리한 증설은 NO”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멈춘 군산 공장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강 애널리스트처럼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호황이 도래한 만큼 OCI가 다시 군산 공장을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OCI는 폴리실리콘 업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연산 5만 톤 규모의 군산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정확한 시장 통계는 집계되지 않고 있는데 군산 공장의 생산 중단으로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도 현재는 약 7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OCI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재로선 군산 공장 재가동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신동하 OCI 매니저는 “시장 상황이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급변하는 것이 최근의 글로벌 정세”라며 이를 부인했다.

이처럼 OCI가 조심스러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OCI는 2008년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폴리실리콘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가격은 1Kg당 400달러까지 폭등했는데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태양광 기업들이 공장을 멈추는 일도 벌어졌다. 안정적 소재 공급 없이는 태양광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OCI를 시작으로 한국의 여러 기업들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키고 만다. 중국 기업들의 거센 물량 공세 이어지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수익성은 떨어졌고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던 한국 기업들도 하나둘 무너져 갔다.

한때 한국 2위였던 한국실리콘을 비롯해 웅진과 KCC 등이 모두 폴리실리콘 사업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한화솔루션마저 한국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OCI도 이를 피해 가긴 어려웠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무리한 증설은 결국 대규모 적자로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결국 주력 생산 공장인 군산 공장(연산 5만 톤)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일본 도쿠야마로부터 인수했던 말레이시아 공장을 여전히 남겨두며 후일을 도모했는데 최근 폴리실리콘 시장이 살아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신 매니저는 “무리한 증설 없이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전기료가 싼 말레이시아 공장을 주축으로 삼아 안정적으로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