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거버넌스의 핵심 ‘탈중앙 자율 조직’…생태계 개발 등 위해 토큰 할당해 관리

[비트코인 A to Z]
조 단위 자금 관리하는 블록체인 DAO…미래의 연기금 될까[비트코인 A to Z]
블록체인 프로토콜들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화두는 거버넌스다. 각 프로토콜들은 각자의 토큰 이코노믹스·문화·초기 기여자들에 따라 특색 있는 탈중앙 자율 조직(DAO :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을 구성해 왔다.

미국 와이오밍 주는 지난해 7월부터 DAO를 하나의 법인 형태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의 급성장에 따라 이 DAO들은 오늘날 조 단위(원화 기준)의 프로토콜 자금을 관리하게 됐다. 이는 프로토콜 세계의 모든 가치가 온 체인에서 포착됨으로써 개인과 DAO가 보유한 집단 자본도 엄청난 수치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대부분의 기관 투자를 받은 프로토콜들은 네트워크를 론칭할 때 전체 토큰의 배분 비율을 정해 둔다. 디파이에서는 보편적으로 발행될 전체 토큰의 40∼60%까지를 미래에 DAO를 통해 관리되는 프로토콜 자금으로 배치한다.
테이블에 포함된 Compound의 매출 그래프
테이블에 포함된 Compound의 매출 그래프
이 자금은 꼭 필요한 생태계 개발·마케팅·투자·토큰 인센티브 설계 등 다방면에서 프로토콜 전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검토·결정·펀딩은 DAO의 참여자들이 투표한다.

사실상 프로토콜 초기에 있는 팀들에 개발만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그리 많지 않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특성상 기존 회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일반 조직과 같이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토콜이 운영하는 경제 규모 대비 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실제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한 예로, 디파이 톱10 프로토콜 중 팀 인원이 50명이 넘는 프로토콜은 정말 손에 꼽는다.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유사 기업들과 매출과 투자 규모를 비교해도 극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유니스와프 탈중앙화 거래소 대 코인베이스, 컴파운드 대출 프로토콜 대 미국 유명 대출 핀테크 기업 식이다.
조 단위 자금 관리하는 블록체인 DAO…미래의 연기금 될까[비트코인 A to Z]
<표1>은 현재 디파이에서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의 프로토콜 자금을 가늠한 수치 테이블이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부풀어 오른 조 단위 자금 규모를 불특정 다수의 탈중앙화 프로토콜 DAO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할지는 매우 어려운 난관이다. 이 DAO들은 어디에 자금을 분배해야 할까.

지난 몇 년간 알트코인들의 유틸리티성을 연구하고 시장에서 실험해 온 것에 비해 아직까지는 성숙한 DAO의 부재로 이 DAO 모델이 어떻게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지는 선례가 많지 않다.

지금의 초기 시장에서 흔한 DAO들의 운용 케이스들이 있다. 예를 들면 첫째, 자금의 일부를 스테이블 코인 등 다른 코인으로 전환해 가격 노출을 분산하는 것이다.

둘째, 다른 메이저 프로토콜에 토큰을 매수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프로토콜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토큰 오너십이 섞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해당 프로토콜의 자금을 이루는 프로토콜 네이티브 토큰을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들을 대출 받음으로써 단기적인 변동성을 헤징한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초기 프로젝트들에 벤처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실험과 참여가 일어나지 않았고 프로토콜들은 직접민주주의·대의민주주의 등 각자 개별적인 구조를 디자인해 운영하고 있다. 오르카(Orca)나 보드룸(Boardroom)처럼 점점 더 DAO 참여를 수월하게 해주는 모바일 서비스와 툴키트 등이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프로토콜들의 경제 규모가 빠르게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DAO 운용 방식은 블록체인 생태계에 제일 중요한 다음 혁신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미래의 DAO 자금들은 오늘날의 국부펀드, 연금 기금(pension fund), 대학 총기금(university endownment) 펀드 등과 유사한 운용 방식을 취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오늘날 각 정부마다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전체 사회의 운영을 가이드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DAO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탄생도 가능할 것이고 프로토콜 간의 외교를 현명하게 풀어 갈 수 있는 리더들의 가치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김백겸 해시드 수석심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