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불확실 사라졌다며 ‘환영’, 브렉시트로 인해 더욱 각광받는 베를린 부동산
[글로벌 현장] 지난 4월 15일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가 베를린시의 ‘월세 상한제’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후 독일 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내 부동산업계에서도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베를린시 정당들은 2019년 11월 주택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베를린시 주택 임대 법안’에 합의했고 이후 2020년 3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의 임대료는 5년간 동결되고 법안이 제출된 2019년 6월 18일 이후 맺어진 계약은 무효가 돼 기준 임대료 이상을 받지 못한다. 또한 임대료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면 ㎡당 9.80유로를 상한선으로 이를 조정해야만 했다. 이는 임대료 급등 이전 시기인 2013년의 평균 임대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 법안은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2014년 이후 지어진 주택도 상한선의 20% 이상은 부과할 수 없도록 했다. 2022년에는 물가를 반영해 인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 상승 폭을 1.3%로 제한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월세 상한제 무효’ 둘러싼 엇갈린 반응
대체로 세입자 보호가 잘돼 있는 독일에서도 이는 ‘실험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한 독일 내 16개 주에서 베를린시가 단독으로 진행한 첫 시도였던 만큼 이번 헌재의 결정에 이목이 쏠렸다. 이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는데 임대법이 기본적으로 주 법이 아닌 연방 정부에서 정한 민법이기 때문에 주의 결정이 ‘무효’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에 대해 호르스트 제호퍼 연방건축부 장관은 “월세 상한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건축 정책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잘못된 길이었다”며 헌재의 결정을 반겼다. 또한 월세 상한제가 “부동산 시장에 큰 불확실성을 가져다줬고 이로 인해 투자가 지연돼 신축 건물이 늘어나지 않아 주택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제호퍼 장관은 “임차인을 위한 최상의 보호 수단은 신축을 통해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독일의 건축·부동산 정책 방향을 밝혔다.
부동산업계도 이를 환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테파니 프렌치 독일 중앙 부동산위원회 동부지역 회장은 DPA와의 인터뷰에서 “월세 상한제 때문에 오히려 임대 주택의 공급이 감소하면서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갔고 집을 빌리고 싶은 사람이 집을 찾기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만들었다”며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 이후 독일 세입자협회는 연방 정부에 세입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을 취할 것을 요구했다. 루카스 지벤코튼 세입자협회 회장은 “베를린의 월세 상한제는 실패했을지라도 소득이 낮은 세입자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논쟁의 가장 핵심”이라며 연방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세입자협회 주도로 베를린의 많은 시민들은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해 “전국적으로 임대료가 동결돼야 한다”며 헌재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번 결정으로 2020년 3월부터 인하된 만큼만의 임대료를 지불했던 세입자들은 소급해 모든 임대료를 임대인에게 다시 지불해야 해 가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약 150만 호의 가구가 ‘월세 상한제’의 혜택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를린에 약 4만2000호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의 대형 부동산 회사 보노비아는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입자가 지불해야만 하는 추가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베를린 상원도 긴급하게 거액을 추가 임대료로 납부해야 하는 세입자들을 위해 베를린 투자은행(IBB)을 통한 무이자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유럽 내 가장 전망 밝은 부동산 시장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유럽 부동산 트렌드 2021’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도시 중 떠오르는 부동산 시장으로 베를린이 1위로 꼽혔다. 특히 10군데의 유럽 도시 중 4위 프랑크푸르트, 6위 함부르크, 7위 뮌헨이 선정돼 유럽 내에서도 독일의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가장 밝다. 베를린은 특히 사무실 시장의 안정성과 임대료 상승 가능성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런던과 파리에 집중됐던 자금이 점차 베를린·뮌헨·프랑크푸르트로 옮겨 오면서 독일 내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독일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에 있고 저금리 덕분에 부동산이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인 임모벨트는 “2021년에도 독일 대도시의 임차료 인상이 예상되고 코로나19 위기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견고함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 부동산협회는 “‘부동산 매물의 공급 과잉’을 경고하며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도심보다 도시 외곽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주택 시장의 변화를 예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주택 가격은 평균 4% 올랐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유럽은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한 봉쇄 조치가 확대되면서 경기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초저금리와 재정 부양 정책에 따라 유럽 내 물류·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오피스 부동산 시장은 아직 전망이 불투명하다. 즉,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물류 창고의 임대 면적이 2500만㎡로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리테일·소매업체의 파산이 증가함에 따라 상가 부동산의 공실률은 앞으로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산 운용 회사 베어링은 유럽의 부동산 투자자와 대출 기관들이 리스크 축소에 중점을 두고 자산 특징에 따른 선별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도 독일, 그중에서도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떠오르는 부동산 투자지다. 이번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베를린 월세 상한제가 위헌 판결이 나면서 베를린의 부동산 시장은 더욱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로존의 코로나19로 인한 부실 채권이 2012년의 금융 위기 때보다 증가한 1조4000억 유로에 달할 수 있고 모기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주택 가격의 하락을 야기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베를린(독일)=이은서 유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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