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릴레이 공개 편지로 원 팀 의식 키워…지난해 순이익 459억원으로 1999년 이후 최대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임재택(왼쪽 둘째) 한양증권 사장과 임직원들이 3월 2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연 ‘원팀 매직’ 출간 기념식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한양증권 제공
(사진) 임재택(왼쪽 둘째) 한양증권 사장과 임직원들이 3월 2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연 ‘원팀 매직’ 출간 기념식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한양증권 제공
“나는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후 따로 인사 기록 카드를 챙겨 본 적이 없다. 섣불리 편견을 가질까 두려워서다. 따라서 나는 김○○ 사원의 고향이 어디인지,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정확히 아는 것은 있다. 김 사원이 언제나 열정적이라는 것, 작은 일도 허투루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임재택 한양증권(15,200 -1.94%) 사장이 2019년 8월 한 직원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한양증권이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임 사장 취임 뒤 임직원 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실적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파른 성장의 비결이 임 사장의 ‘소통 경영’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심 담은 임직원 간 편지 책으로 엮어

한양증권은 최근 임직원 간 주고받은 공개 편지를 엮은 책 ‘원팀 매직(One Team Magic)’을 출간했다. 임 사장은 2019년 8월 작지만 특별한 힘을 지닌 편지를 통해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일체감을 키워 보자는 아이디어로 ‘비둘기 편지’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벤트는 편지를 받은 임직원이 다른 임직원에게 마음을 전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CEO부터 신입 사원, 경비반장에 이르기까지 직급을 가리지 않고 한양증권 전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1년 6개월 동안 총 333통의 ‘마음 릴레이’가 전해졌다.

“친한 직원 몇 명이 떠난 여행은 직장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어. 아침에 함께 산책했던 기억 등 오래된 추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네. 2019년 11월 28일 갑자기 최○○ 부지점장이 이○○ 사원에게 보냅니다” 등의 문구로 마음을 전하는 식이었다.

한양증권 전 임직원의 진심을 담은 책 ‘원팀 매직’은 제작 기간만 3개월이 소요됐다. 총 656페이지, 두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동료에게 쓴 편지, 선후배 간 주고받은 편지, 전체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됐다. 임직원 간 경험 공유, 감사의 인사, 직장 생활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응원 등 다채로운 내용이 담겼다.

도서 제작에 참여한 한양증권 관계자는 “비둘기 편지를 통해 글이 주는 ‘연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며 “변화 혁신을 그려 가자는 333통의 희망 메시지를 엮은 책을 통해 세대 간,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전 직원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편지는 행복한 경험을 주는 것을 넘어 한 개인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며 “사소한 도전도 ‘우리가 하면 다르다’는 것을 비둘기 편지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CEO로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비둘기 편지는 ‘비긴 어게인(begin again), 둘이서 만드는 기적’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의미를 증명하듯 한양증권은 외형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2018년 229명이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40명으로 48.5% 늘었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평균 임직원 증가율은 3% 내외다.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6.8% 증가한 45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4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43억원으로 117.2% 늘었다. 1999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투자은행(IB)·트레이딩·브로커리지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트레이딩 부문은 코로나19에 따른 증시의 변동성 장세에도 전략적 매매 등으로 전년 대비 51.4% 증가한 34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IB 부문은 적극적 영업과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73.1% 증가한 95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도 거래 대금 증가 등으로 67.0% 증가한 15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장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사업 부문 전반에 걸쳐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CEO부터 신입 사원까지 ‘비둘기 편지’ 333통…한양증권의 이색 소통 경영
사명 빼고 다 뜯어고친 임재택 사장

임 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한양증권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사명 빼고 모두 뜯어고치며 회사의 체질 개선 작업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양증권은 1956년 설립된 증권사다. 한국의 아홉째 증권사로 출범했다. 설립 이후 사명을 바꾸지 않은 증권사는 한양증권을 비롯해 신영증권·부국증권·유화증권뿐이다.

임 사장은 취임 첫해부터 ‘업무 효율화’와 ‘업무 표준화’, ‘페이퍼리스’를 원칙으로 비효율적인 업무의 개선을 추진했다. 부서별로 반복적이고 동일한 사무 업무에 대한 자동화를 정착시켰다. 업무 개선과 함께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 프로세스 개선도 추진했다.

임 사장은 최근 클라우드를 통한 문서 중앙화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부서별 부분적 시스템이 아니라 전사적 문서 중앙화를 도입한 업계 첫 사례다.

한양증권의 문서 중앙화 시스템은 ‘가상화 서버’인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통해 사내 모든 문서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디지털 보안’에 있다. 시스템 내 정보 유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문서를 포함한 각종 데이터는 해킹 등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된다. 임 사장은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 구축, 영업점 창구 디지털화 등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맞춘 영업 환경 개선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임 사장은 직원들과 소모임을 수시로 여는 등 소통을 통한 기업 문화 혁신에도 공을 들였다. 2018년 10월부터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매달 ‘브라운백 미팅’을 열었다.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와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으로, 극지 마라토너 유동현 씨와 ‘지식생태학자’로 불리는 유영만 한양대 교수 등을 초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소통이 어려워진 지난해엔 연말이면 회사 임직원이 모여 진행하던 ‘호프 데이’ 행사에 변화를 줬다.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전 임직원이 자신의 꿈과 스스로를 향한 응원 메시지를 한 줄로 간결하게 작성하도록 했다. 사내 엘리베이터에 해당 내용을 게시해 꿈과 목표 의식을 공유했다. 1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부에서 받았다.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최 모 차장은 “40세 이내 금융 자산 10억원 만들기”라고 답했다. ‘자신을 응원하라’는 문구 밑에 강 모 상무는 “새로운 도전, 빛나는 마무리”라고 적었다.

돋보기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사진)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한양증권 제공
(사진)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한양증권 제공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1958년생으로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했다. 2010년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이직해 경영기획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이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에 흡수합병될 때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2016년 AJA인베스트먼트 부회장, 2017년 GB프라이빗에쿼티 부회장 등을 거쳐 2018년 3월 한양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한양증권은 학교법인 한양학원(지분율 16.30%)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40.45%에 달한다. 한양증권의 최대 주주인 한양학원은 회사에 변화를 주기 위해 임 사장을 선택했다. 한양대 출신에게만 최고경영자(CEO)를 맡겼던 관행을 깨고 서울대 출신인 임 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긴 이후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