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디지털 인재’ 모시기 분주
상반기 일반행원 채용 꽁꽁…하반기도 ‘글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의 채용문이 좁아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대규모 공개채용을 채용을 진행하는 대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에 능숙한 디지털 전문인재 채용을 늘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고 금융권에 진입하려는 빅테크(네이버·카카오 등 대형IT기업)와 경쟁의 막이 오르면서 신입보단 IT분야의 전문인력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디지털과 정보기술(IT) 분야 인재 채용에 한창이다. 반면 올해 상반기 일반 신입 행원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일반 직군에 대한 수급은 줄어들고 있지만, 디지털 등 전문인력 채용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우리은행은 빅데이터사업부, 디지털 제휴·신사업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수시채용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디지털·IT부문 신입 행원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류심사, 필기전형,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인터뷰, AI 역량검사·인터뷰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채용할 신입 행원들은) 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대학의 디지털금융 경영학석사 과정을 통해 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등 핵심역량을 기른 후 디지털·IT 유관부서에 배치될 예정”이라며 “디지털·IT부문 인재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클라우드 서버 개발과 리브 모바일 플랫폼 설계 등 전문직무직원을 수시채용하고 있으며, 신한은행 역시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수시채용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IT, 연금, 신탁 등 주요 직무에 대해 수시채용을 진행 중인데 이 중 상당수가 디지털 직무 관련 채용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최근들어 디지털 전문인력을 따로 뽑거나 채용 우대사항에 ‘지원분야 경력 보유자’ 항목을 적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문과생들의 은행권 채용문이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하반기 채용도 예년처럼 대규모 일반채용을 진행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고 면서 점포수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모바일 금융업에서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통상 하반기 채용이 9월~10월 진행한다. 전공을 보고 뽑지는 않았지만 과거엔 문과 계열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환경이 급변했다. 디지털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쟁력 제고를 위해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각 은행별로 필요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 점포수는 총 6405개로 전년 말(6709개) 대비 304개 감소했다. 이중 시중은행의 감소규모(238개)가 78.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