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유튜브 시청으로 600TWh 에너지 소모…기존 금융 시스템에도 천문학적 비용

[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 오염 주범?…세계 전력 소비 0.66% 불과[비트코인 A to Z]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렸던 엘론 머스크가 환경을 이유로 자사 결제 수단에서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활동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환경 오염이 심한 사업을 운영하거나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기업 또는 내부적으로 특정 인종·성별 등을 차별하는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최근 급성장한 대체 불가능 토큰(NFT) 산업의 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서 NFT를 통한 작품 개발이 환경 오염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블록체인의 작업 증명(PoW : Proof of Work)은 무엇을 지키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의 가치는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에너지의 ‘과다’ 사용을 합리화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낭비’인가…주관적 가치에 좌우

PoW에서의 채굴은 암호화폐의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블록을 생성하는 데 기여한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는 행위를 뜻한다. 비트코인의 채굴 활동은 최소 가격대 형성이 확실하게 설정돼 있고 가장 큰 장점은 높은 보안성이다. 블록체인의 취약점으로 알려진 51%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51%의 공격은 악의적인 공격자가 그들의 행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51% 이상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PoW에서 51% 이상을 획득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에너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하기가 매우 어렵다.

초기에는 채굴 난이도가 높지 않아 채굴에 드는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점차 난이도가 높아지는 특성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됐고 그에 따라 소모되는 전력도 늘어나게 됐다.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은 비트코인을 통한 수익보다 생산된 전기를 에너지 그리드로 다시 되팔았을 때 얻는 수익이 높아지는 시기까지는 계속해 전력 소모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르게 정리하면, 블록체인의 PoW 구조는 전 세계 에너지 생산 그리고 신규 에너지 발전소 구축의 하한이 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인류는 인간 한 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왔다. 원시에 인류의 주 에너지 자원은 사냥과 농사를 통한 직접적인 음식 열량이었고 공업화를 통한 대량 생산이 시작되며 각 공산품의 가치는 해당 물품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에너지의 비용을 반영했다.

정보화 시대가 열리며 방대한 양의 인터넷상에서의 데이터 거래를 클라우드를 통해 처리하게 됐고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매년 조 단위의 금액을 데이터센터 운영 에너지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매년 유튜브 시청이 600테라와트시(TWh)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결국 어떤 목적에 에너지가 쓰이는 것이 ‘덜 낭비’인지는 해당 목적의 가치에 대한 매우 주관적인 문제인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 오염 주범?…세계 전력 소비 0.66% 불과[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채굴 시설 70%, 재생에너지 사용

비트코인은 현재 1년에 1조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청산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로 성장했고 이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노드들은 1년에 5조원 정도의 채굴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케임브리지의 연구소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매년 130Twh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의 0.66% 수준이다.

비트코인에 우리가 기대하는 큰 가치 중 하나는 디지털 골드, 탈중앙화 은행이라고 정한다면 유사한 수준의 중요한 가치를 지닌 우리 사회 시스템들의 에너지 소모를 비교해 보자.

세계은행은 성인 10만 명당 11.5개의 은행 지점이 세계에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구 인구가 76억 명이므로 대략 70%의 인구가 성인이라고 가정할 때 60만 개 정도의 은행이 있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2017년 카를로스 도밍고가 미국 정보기술(IT) 정보 매체에 쓴 ‘비트코인 대 비자 전력 비교’란 기고문을 보면 대략 전 세계에 보수적으로 30만 개의 은행이 있다고 가정하고 은행 운영의 서버 비용, 지점 운용 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비용 등으로 한정해 추산하면 연간 100TWh 수준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계산했다. 인력·보안·법률 비용들까지 포함한다면 전 세계 은행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는 배수로 늘어날 것이다.

비트코인을 이야기할 때마다 과연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인지 화두가 되는 법정화폐는 각 나라의 법으로 인해 강제 통용되는 화폐를 가리킨다. 각 나라는 법정화폐를 발행·유통·제도화하기 위해 국가적 예산을 투자한다. 그동안 강대국들이 자국의 화폐를 전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노력과 전쟁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역사를 보면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실제 생산 인프라의 유동성이 물리적으로 제한적인 금의 채굴, 법정화폐 발행 대비 물리적인 위치의 한계 없이 에너지를 가치를 지닌 화폐로서 직접적으로 전환해 주는 비트코인은 70% 이상의 채굴 시설이 재생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점(아직 40% 이상의 채굴 시설이 화석 연료가 주 에너지원인 중국에 있으므로 정확한 재생애너지 사용 비율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지속적으로 블록 생성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 수를 늘리는 라이트닝과 같은 블록체인의 기술적 고도화, 주문형 반도체(ASIC) 하드웨어들의 퍼포먼스 고도화를 통해 보다 유동적으로 에너지 소모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백겸 해시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