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 없이 간편하게 설치 가능…파세코 독주 속 삼성전자 브랜드 파워 주목
[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각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설치 환경 제약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를 위해 탄생한 제품이 바로 창문형 에어컨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1인 가구가 급증하며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에는 파세코가 사실상 독주하던 시장에 삼성전자가 가세하며 치열한 시장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설치 용이…판매량 225% 증가
가격 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해 5~6월 기준으로 창문형 에어컨은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2in1(멀티형) 에어컨은 판매량이 18% 증가했고 벽걸이형은 10% 늘었다. 소형 또는 설치가 쉬운 제품에 소비자들의 선택이 상대적으로 몰린 것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와 실내기를 하나로 합친 일체형 에어컨이다. 1968년 금성으로 불릴 당시 LG전자가 처음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였지만 이후 스탠드형·벽걸이형 에어컨 등이 보급되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2019년 ‘에어컨 사각지대’에 놓인 수요에 주목한 파세코가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하면서 다시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기후 온난화가 극심해지면서 폭염이 일상화됐고 1인 가구, 자녀 방, 원룸, 전셋집처럼 일반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에어컨을 설치하려가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창문형 에어컨은 창문만 있으면 소비자가 직접 설치·분리할 수 있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경제성과 편리함이 큰 장점이다. 특히 실외기를 별도 설치할 필요가 없고 구매자가 직접 설치할 수 있어 일반 에어컨처럼 설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다만, 소음과 낮은 전력 효율은 일체형 에어컨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전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인버터를 이용해 전기 소모가 적은 분리형 에어컨과 달리 창문형 에어컨은 정속형 방식을 사용해 전력 사용량이 높았다. 또한 일체형으로 송풍구 바로 뒤에 실외기가 붙어 있어 소음 문제가 늘 따라붙었다.
가전 업체들은 창문형 에어컨의 ‘저소음·초절전’을 잡는 것에 목표를 뒀다. 그중 시장의 강자 파세코가 한국 최초로 듀얼 인버터를 적용한 2021년형 창문형 에어컨3를 출시하며 최대 난제인 소음 문제 해결에 나섰다. 1등급 LG듀얼 인버터와 함께 브러시리스(BLDC) 모터를 채택해 취침 모드 기준으로 37.1데시벨(dB)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실외기 일체형 제품에 불가피하게 뒤따랐던 실질 소음을 38%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침실 기준 수면에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은 35dB이다. 파세코 관계자는 “37.1dB은 한국 최저치 수준”이라며 “공부방이나 침실 등에도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듀얼 인버터를 통해 전기 효율도 높였다. 파세코는 지난해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을 선보였지만 올해 1등급 LG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를 새롭게 채택해 전력 사용량을 10% 더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파세코는 이번 제품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2019년 한국에 세로형 창문형 에어컨을 처음 선보인 파세코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한국에서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 2년간 총 15만 대 이상의 창문형 에어컨을 판매하며 지난해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파세코 관계자는 “지난 3년간 한국에서 개발·생산을 고수해 온 파세코의 노하우를 집약한 제품”이라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다른 제조자개발생산(ODM) 제품과 차원이 다른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저소음·초절전 전쟁, 삼성전자 가세
‘집콕족’이 늘며 창문형 에어컨 시장 규모가 확대되자 삼성전자도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가세했다. 1990년대 말 제품을 선보인 이후 20년 만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창문형 에어컨인 윈도우 핏은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를 적용해 소음을 차단한다. 두 개의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진동과 소음을 줄여주는 트윈 인버터와 2개의 관을 이용해 냉매의 마찰음을 감소시키는 트윈 튜브 머플러가 작동함으로써 저소음 모드로 사용 시 40dB 수준을 유지한다. 또한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제품으로 소비 전력을 낮췄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최근 각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설치 환경 제약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윈도우 핏을 도입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위니아딤채와 한일전기 등이 초절전과 저소음을 잡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창문형 에어컨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에어컨업계 3위인 위니아딤채는 2021년형 위니아 창문형 에어컨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은 인버터 모델에 적용된 정음 모드를 통해 도서관 실내 수준의 소음인 39dB을 실현했다. 선풍기로 유명한 한일전기는 57년의 모터 기술력을 활용해 초절전 인버터 가동 방식을 적용,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본격 더위가 시작된 지금, 창문형 에어컨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지혜 한국기업데이터 선임전문위원은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설치비가 많이 들고 이전 설치가 불편한 타 에어컨 대비 창문형 에어컨의 장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현재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삼성’이란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파급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유일한 파세코 대표는 4월 26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삼성을 비롯해 에어컨 전문 업체, 중견·중소기업 등 스무곳 이상에서 (창문형 제품을) 내놓을 텐데 그중 국내 생산은 우리밖에 없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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