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거래소 줄줄이 폐쇄 우려

가상화폐, 날개없는 추락에 주요 은행들 ‘고심’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NH농협은행·케이뱅크 등 3곳은 재계약 결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KB국민·하나·우리·카카오뱅크 등 4곳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수료 이익보다 자금세탁, 해킹 등 범죄와 금융 사고에 대한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상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코인원과 제휴를 맺은 농협은행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7월 안에 제휴 연장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서 제시한 ‘가상자산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방안’을 기준으로 자체적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코빗과 손잡은 신한은행,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인터넷 전문 은행 케이뱅크도 실명계좌 승인 여부를 다시 확정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7월까지, 케이뱅크는 6월까지 제휴 기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들은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와 재계약는 물론 다른 거래소와 제휴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00개로 추정되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현재 은행 실명 계좌발급을 갖춘 거래소는 앞서 언급한 빗썸·코인원·코빗·업비트 등 네 곳뿐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 거래소에 대해선 (조직·체계 등에 대해) 심사해봐야 하는 상황이고, 신규 거래소와 계약은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다른 거래소 검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업비트와 제휴 연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금융권에선 거래소가 자금세탁 등 범죄에 연루되고 해킹 등 금융 사고가 발생해 은행이 간접으로 피해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혹여나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내부 단속에 나서는 은행도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임직원 근무 윤리 당부 사항 등을, 국책은행은 ‘근무 시간 중 주식·가상화폐 투자 등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공지했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소와 손잡지 않았던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등을 위한 검증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거래소의 신청을 아예 받지 않거나 까다로운 내부 기준을 설정해 실명계좌 발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의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 거부가 거세질 경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대부분이 오는 9월 말 영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도입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은행은 9월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승인 여부를 재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까지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 못한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살아남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소수에 불과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빗썸과 업비트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들어 크게 폭락하더니 현재 4000만원대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