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고용 위축 부를까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피해 복구를 넘어 글로벌 리더십 강화에 나섰다. 재원 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도록 국내외 조세 질서를 개편하고 있다.

안으로는 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늘리고 밖으로는 글로벌 법인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28%로, 100만 달러 이상의 자본 이익에 대해 최고 세율을 20%에서 39.6%로 올린다.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해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회피와 국가 간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막으려고 한다.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선회했고 적용 대상을 디지털 서비스 기업은 물론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으로 아예 확대하려고 한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도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유럽이 제안하는 12.5%의 두 배 가까운 21%로 높이자고 한다.

다국적 기업은 현재 자회사의 소재지 국가에 해당 국가의 법인세율에 따라 법인세를 낸다. 이러자 세계 각국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낮췄다. 반면 다국적 기업은 물리적 사업장이 없으면 납세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업이 그랬다. 구글과 넷플릭스처럼 서버 등이 한국에 없으면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과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도입되면 다국적 기업은 물리적 사업장의 여부에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법인세를 내야 한다. 게다가 특정 국가에 납부한 세금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본사가 있는 국가에 납부해야 하고 본사의 이익 중 통상 이익의 초과분의 일부를 해외 매출이 발생한 국가별 비율에 따라 해당 국가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글로벌 법인세 질서 개편으로 미국 등 선진국은 이익을 보는 반면 신흥국은 수출과 선진국의 자국 투자 위축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있는 한국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이해득실이 달라진다.

한국은 법인세 이외에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이 많고 복잡한데 글로벌 법인세의 질서 개편이 기업의 추가적인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득 주도 성장과 코로나19로 재정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준법인세에 해당하는 기본소득세·탄소세·데이터세·국토보유세·로봇세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세금 부과는 법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이미 기업에 대한 세금과 규제가 과도해 해외 직접 투자는 많고 외국인의 직접 투자는 적어 일자리가 악화됐는데 글로벌 법인세 질서 개편으로 더 악화할 수 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글로벌 법인세 질서 개편에 대응해야 한다. 충격을 완화하도록 디지털 서비스업부터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 산업을 확대하며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의 한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기가 어려워지고 반면 기업의 해외 사업과 거래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보완책을 만들고 글로벌 법인세 개편이 다국적 대기업을 겨냥한 것인 만큼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적용을 면제할 필요하다.

명칭에 관계없이 기업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글로벌 법인세의 범주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세금은 규제와 관료주의 문제와 맞물려 고용 창출을 저해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