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평가’ 아닌 ‘비재무 성과’에 초점 맞춰…40여 개 부서 참여 콘텐츠 자체 생산
[ESG 리뷰]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읽기⑤ 포스코 포스코가 열여덟 번째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인 ‘2020 기업시민 보고서’를 환경의 날(6월 5일) 에 맞춰 발간한다. ‘기후 변화’, ‘공급망’, ‘안전’을 중요 이슈로 부각하고 포스코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 전략을 보고한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데이터와 수치로 글로벌 수준의 ESG 공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최근 ESG 공시 의무화와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인들의 요구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포스코의 ‘2020 기업시민 보고서’에는 ‘기업시민’ 경영 이념과 이를 반영한 ESG 성과를 담았다. 지속 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대응 수준도 지난해보다 높였다.
기업시민 경영 이념 바탕으로 ESG 추진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시민’은 기업이 경제 활동 주체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기업시민 경영 이념을 토대로 모든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ESG 경영 강화 측면에서 2019년 ESG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타이틀이 ‘기업시민 보고서’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는 1995년 한국 최초의 ‘환경 보고서’를 시작으로 매년 지속 가능성 차원의 기업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2003년 한국에서 셋째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내면서 통합 보고서 개념의 ‘포스코 보고서’를 펴냈다. 창립 50주년인 2018년 ‘제철보국’에서 ‘기업시민’으로 포스코의 탈바꿈을 선언한 뒤 2019년부터 ‘기업시민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기업시민 타이틀로는 올해가 셋째다.
김훈태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장은 “기업시민 선언 1년 뒤인 2019년 9월 비즈니스(Business)·소사이어티(Society)·피플(People) 등 세 영역별로 실천 지침을 담아 기업시민 헌장을 발표하고 각 영역의 성과를 ESG와 연계해 보고서에 담고 있다”며 “기업시민 헌장은 포스코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근간으로 ESG가 중시하는 요소가 이미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2020 기업시민 보고서’는 중요 이슈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소사이어티·피플 그리고 거버넌스 영역에서 10대 핵심 리스크를 선정했다. 기후 변화 대응, 대기 환경 개선, 친환경 제품 혁신, 부산물 자원화, 사업장 안전, 생산 경쟁력 확보, 임직원 역량 개발, 신사업 투자, 기술개발 강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그것이다.
올해 중대성 평가는 ESG 주요 이슈와 경영층의 핵심성과지표(KPI) 연계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연초 진행한 ESG 중대성 평가 결과에 따라 중요 이슈별로 중·장기 전략을 수립, 중요 이슈를 총괄하는 임원 KPI로 해당 이슈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리스크 관리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 채널을 확대해 국내외 고객사·원료사·투자사·직원·전문가 등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팩트북(ESG Factbook)’은 ESG와 관련해 모든 데이터를 한데 모아 표와 그래프로 보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가로 버전의 온라인 PDF로 편의성을 제공했다면 올해는 한 단계 더 진화해 팩트북 신설로 이해관계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포스코를 둘러싼 긍정·부정 이슈를 숨기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수치로 공개했다. 한국 제조업 중에서는 최초로 시도한 팩트북은 투명한 성과 공개를 위해 마련한 방법이다.
포스코는 한국 최대의 탄소 배출 기업이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지난해 말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한편 보고서에서도 비즈니스 영역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핵심 이슈로 꼽았다. 팩트북에서는 2017년 이후 현재까지의 주요 환경 데이터를 수치로 공개하면서 향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ESG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미래 비전과 개선 노력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포스코는 환경 지표와 함께 탄소 저감의 궁극적인 목표로 ‘그린 수소’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2050년까지 수소 500만 톤 생산 체계를 구축해 수소 경제를 견인한다는 목표로 ‘수소 환원 제철’을 구현할 계획이다. 또한 안전 이슈와 관련해서도 사망자 수 등을 KPI 지표로 삼고 다양한 노력을 강조했다.
최근 ESG는 공급망으로 확대되고 있다. ESG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공급망 관리의 범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 철강사는 탄소·미세먼지 배출과 직접 연계되는 원료의 채굴·조달·운송부터 현장 자재 공급까지 거래 전 과정에서의 ESG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소사이어티 부문에서는 ‘공급망 관리’를 핵심 이슈로 꼽고 ESG 공급망 관리 체계를 소개했다.
‘2020 기업시민 보고서’의 또 다른 특징은 포스코 내부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라는 것이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회사의 내부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외부 컨설팅사에 의뢰하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제3자 검증을 제외하면, 내부에서 직접 성과 분석과 전략 수립, 원고 작성 등을 담당한다. 40여 개 부서에서 120여 명의 임원과 실무진이 참여해 콘텐츠를 생산했다. 지속 가능 경영 관련 정책과 주요 성과는 내부 구성원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기업시민 보고서와 함께 지난해 말에는 ‘기후 행동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했다.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20%, 2040년 50% 감축이라는 중·단기 목표를 제시한 것과 함께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에서 강조한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담았다.
김훈태 그룹장은 “포스코의 이해관계인인 임직원, 고객사, 협력사·공급사, 지역사회, 주주·투자자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고자 했다”며 “올해는 주요 이해관계인 심층 인터뷰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주요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스 - 포스코 ESG그룹 실무자가 말하는 ‘지속 가능성 보고서 작성 팁’
- 처음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처음 발간할 때는 타사의 보고서를 우선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표준이나 TCFD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권고안과 같은 지침을 먼저 참고하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선 동종 업계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참고하고 전체 보고서의 구조를 파악한 후 세부 지속 가능성 보고서 지침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 데이터베이스(DB)와 통계(표준협회), GRI 보고서 DB가 대표적입니다.”
- 지속 가능성 보고서의 구성과 주요 내용은 무엇으로 해야 하나요.
“최근 지속 가능성 보고서의 구성은 회사의 특성에 맞게 다양해졌지만 기본 구성은 경제·환경·사회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는 경영 철학, 기업 전략, 위험 관리, 경제 성과 등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경제는 일반적으로 기존 연차 보고서의 요약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핵심은 경영 전략 부문이 환경·사회 등 비재무 전략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환경·사회 부문도 세부적으로 보면 환경 경영, 기후·에너지, 제품 책임, 노동·인권, 동반 성장, 사회 공헌 등 다양합니다. 각 세부 이슈별로 관련 정책-조직-활동-성과(KPI)-향후 계획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장 기본은 성과에 대한 보고이고 목표와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충분히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이슈별 내용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중요 이슈 분석을 통해 내부적으로 중요하고 이해관계인에게 영향을 큰 이슈 중심으로 보고서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 작업 시에는 각 담당 부서에 어떤 활동과 성과가 있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담당 부서와의 인터뷰와 타사 사례 공유 등을 통해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 ESG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요.
“ESG 이슈에는 기후 변화·다양성·윤리·이사회 등 다양합니다. 회사마다 가장 중요한 ESG 이슈는 다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일반적으로 기후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만 제조업이냐 금융업이냐 등 업종별 산업별로 이슈와 성과를 다루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주요 핵심성과지표(KPI)로 볼 수 있다면 금융권에선 투자 포트폴리오에 투자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파악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업종별로 중요한 ESG 이슈에 대해 정보를 얻으려면 미국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 Board) 업종별 표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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