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스 포커’·‘천재들의 실패’·‘블랙 스완’…국제 금융 흐름 한눈에

[장동한의 리스크 관리 ABC]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경.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경. /연합뉴스
“공부를 왜 해야 하나요.” 많은 학생들이 품고 있는 의문이지 싶은데 필자 또한 소싯적에 분명 가졌던 의문이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공부가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된 것 같고 게다가 공부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경험이 있을 수 없는 학생들은 ‘공부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공부를 포함해 어떤 일이든 가장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방법은 즐기는 것이다. 공부를 즐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학교수는 매 학기 강의를 마치면 학생들에게서 성적표를 받는다. 소위 강의 평가인데 필자의 25년 교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가 있다. “아 공부가 재미있을 수도 있군요.” 실로 감동적인 평가였다. 평생 공부가 전혀 재미없었던 그 학생은 난생처음 공부의 묘미를 깨달았던 듯하다.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한다. 주위 사물의 변화를 보면서 깨우친다는 실로 오묘한 가르침이다. 이론이 됐건 실무가 됐건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눈이 트이고 머릿속이 싹 정리되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즐겨야 한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관심 분야의 좋은 책이나 흥미로운 동영상을 보는 것도 즐기면서 공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효과적인 공부 방법 중 하나는 좋은 참고 도서를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리스크 관리 분야에도 한 시기를 대표하는 좋은 책들이 있는데 이들을 읽으면서 지난 40년간 국제 금융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파생 금융 상품 개발이 본격화된 1980년대를 대표하는 책으로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가 있다. 1980년대 미국 월스트리트 최고의 채권 전문 투자은행이었던 살로먼 브라더스는 오늘날 완전히 자리잡은 ‘주택저당증권(MBS : 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처음 개발했던 은행이다. MBS는 무형의 채권(credit)을 유형의 채권(bond)으로 변환시키는 증권화의 대표적인 예다. 카드 게임 ‘라이어스 포커’를 즐기는 투자은행 트레이더의 삶을 중심으로 도박과 같은 냉정한 투자 세계를 보여 준다.

계량 분석과 퀀트(Quant)가 득세했던 1990년대 최고의 책은 ‘천재들의 실패(When Genius Failed)’다. 대한민국이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발 경제난에 빠졌던 1997년 말 ‘옵션가격결정모형(OPM : Option Pricing Model)’의 연구자 마이런 숄즈 스탠퍼드대 교수와 로버트 머튼 하버드대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OPM은 여하한 금융 상품의 균형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당대 최고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천재 교수는 그들의 이론을 시장에 응용해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라는 헤지펀드에 파트너로 참여해 큰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인 1998년 8월 LTCM은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러시아 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천재들도 실패했고 계량 분석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혼란의 2000년대를 대표하는 책은 ‘블랙 스완(Black Swan)’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벌어지기 직전인 2007년 발간된 책으로, 정규 분포를 맹신하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함께 월스트리트의 허상을 통렬하게 파헤쳐 발간 초기 많은 혹평을 받았지만 나중에 거의 그대로 실현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얻었다.

평균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간혹 일어남으로써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현상을 ‘검은 백조’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피터 번스타인의 ‘리스크(Against the Gods)’다. 가히 리스크 관리 분야 이 시대 최고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전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