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투자 수요 억누르기는 불가능…간접 투자 상품 통해 부작용 최소화·관리 감독 가능

[비트코인 A to Z]
‘5월의 악몽’ 그 후…가상 자산, 규제보다 ‘간접 투자’로 양성화해야[비트코인 A to Z]
5월은 가상 자산 투자자들에게 힘든 한 달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월간 기준 약 37%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최대 월간 낙폭이다. 알트코인 대부분의 가격 하락폭은 훨씬 크다. 지난 몇 달간의 강세장에서 수익을 당연하게 여기던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감은 이번 조정으로 인해 확실히 치유됐을 것이다. 중국의 강력한 가상 자산 규제,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철회와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무분별한 트윗, 비트코인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부각,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이슈 등 시장의 하락을 이끈 요인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가상 자산 강세장, 이대로 끝일까

가상 자산 시장의 강세장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하게 관측되는 글로벌 트렌드는 2021년 가상 자산 시장의 펀더멘털이 2017~2018년 가상화폐 공개(ICO) 버블 당시와 비교하면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자산 배분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택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많아졌고 페이팔·테슬라·스퀘어·DBS·골드만삭스·JP모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참여자로 뛰어들어 저변이 확대됐으며 탈중앙화 금융(Defi),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 분산 응용(DApp) 플랫폼으로서의 이더리움의 활용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미국·일본·유럽과 같은 선진 금융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일종의 금융 투자 상품으로 취급하며 제도권으로 포섭하고 있는 추세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가상 자산을 대하는 G2 미·중의 행보가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가상 자산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 재무부 통화감독청(OCC), 미 중앙은행(Fed), 연방 예금보험공사를 포함한 3개 기관은 최근 ‘스프린트’라는 팀을 조직하고 가상 자산 규제 관련 회의를 열었다. 또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가상 자산 시장에도 뉴욕 증권거래소나 나스닥 같은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자산의 혁신 잠재력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 자금 및 자금 세탁 방지, 과세, 투자자 보호 등에 초점을 맞춰 역기능을 최소화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미국의 명확한 규제 방향성 덕분에 미국의 가상 자산 시장 참여자는 거래소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테크 회사와 벤처캐피털, 월가의 금융회사 등 다양하다.

반면 중국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가상 자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그와 관련한 사업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류허 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에서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위안화를 밀고 있는 중국은 국가가 통제하기 어려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사실 중국은 이미 2013년과 2017년 가상 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취한 바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엄포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규제로 중국의 채굴자들이 해외 사업 이전을 모색함에 따라 비트코인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지목된 ‘중국의 채굴 지배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가장 큰 반사 이익을 얻는 집단은 미국의 채굴 사업자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은 원래 ‘허가형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가상 자산은 내재 가치가 없다’는 시각으로 중국에 근접한 쪽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정책 방향도 미국에 가까운 방향으로 조금씩 선회하고 있다. 한국의 가상 자산 투자자들은 587만 명 수준으로 집계되고 가상 자산 거래소 거래 대금이 유가증권시장에 육박한 상황에서 이 시장을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당정청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이다.

가상 자산이 고위험 자산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인식시키고 불건전 영업 활동을 하는 잡초들을 뽑아 내자는 취지로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뒤늦게나마 한국에서 이런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책들은 투자자 보호, 과세, 시장의 투명성, 불법 행위 근절 등의 측면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가상 자산과 무허가형 블록체인의 특징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한 P2P 가치 전송 및 저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정화폐와 가상 자산의 연결 고리인 거래소를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당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가상 자산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해외 가상 자산 거래소 또는P2P를 통해 불법 행위를 하거나 개인 지갑을 활용해 국외로 자본을 유출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는 사례 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5월의 악몽’ 그 후…가상 자산, 규제보다 ‘간접 투자’로 양성화해야[비트코인 A to Z]
간접 투자 상품 활성화로 양성화해야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간접 투자 상품 활성화를 통한 가상 자산 시장의 양성화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상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 특히 2030 청년 세대의 수요를 일방적으로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투자자들은 직접 투자 혹은 간접 투자를 통해 해당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투자할 권리가 있는데 이는 가상 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가상 자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원금 보전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적법한 투자 인프라와 공정하고 투명한 게임의 룰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 금융 시장에서는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검증된 가상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여기에 더 나아가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등장해 가상 자산 간접 투자 상품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상황이다. 운용사와 판매사는 해당 상품에 내재된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고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기대 수익과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한다. 간접 투자 상품의 고객들은 가상 자산을 직접 취급하지 않아 P2P 거래 및 개인 지갑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국이 우려하는 자금 세탁 방지, 탈세, 관리 감독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다.

한국에서는 사실상 거래소를 통한 가상 자산 직접 투자밖에 허용되지 않고 간접 투자 상품이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거래소에 투자 수요가 몰려 해외 가상 자산 가격과 괴리가 발생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하고 거래소 해킹 문제 등에 대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아직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개인 지갑으로 P2P 거래를 하면 발생하는 불법 범죄 자금·탈세·증여 등의 문제를 당국이 관리 감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간접 투자 상품이 활성화된다면 어떨까. 현재 가상 자산 거래소들이 무분별하게 독식하고 있는 유동성을 자본 시장에 흡수해 당국이 관리 감독할 수 있다면 투자자 보호, 과세, 자금 세탁 및 불법 행위 근절 등의 문제를 보다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극성적인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나 가상 자산-블록체인 기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닌 이상 중·장기적으로 볼 때 가상 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 수요는 서서히 간접 투자 상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가상 자산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매매 차익이지 개인 지갑 활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에서 가상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 중에는 개인지갑을 활용해 가상 자산 P2P 거래 및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불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가상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이 아닌 간접 투자 상품으로 돌리는 것이 가상 자산 시장 관리 감독의 문제로 골치가 아픈 당국으로서도 괜찮은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장려할 유인이 있다.

오늘날 금이나 원유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듯이 미래에는 가상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보다 간접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 스스로 비트코인 프라이빗 키를 관리하는 것이 마치 실물 금괴를 사고 금고에 보관하는 것만큼 희귀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간접 투자 상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를 억제하고 간접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당국으로서는 통제하기 어려운 가상 자산 시장을 효과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 금융 시장은 가상 자산을 길들이는 방법을 빨리 깨달은 것 같고 중국은 특유의 폐쇄적인 세계관으로 인해 미래 산업의 헤게모니를 놓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떤 국가의 모습을 닮아 갈까.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 자산팀 팀장,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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