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점령한 네이버, 일본 1위 발판 맹추격 나선 카카오…‘웹소설’로 경쟁 번져

[비즈니스 포커스]
네이버 vs 카카오, 달아오르는 웹툰 전쟁
“이번엔 ‘웹툰’이다.”

그간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경쟁을 지속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에는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맞붙고 있다. 한국은 웹툰을 산업으로 성장시킨 ‘웹툰 종주국’이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웹툰에서 웹소설로 이어지는 거대한 지식재산권(IP) 생태계의 승자가 된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다.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을 점령한 네이버는 웹툰과 함께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인수를 통해 IP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에 몰두 중이다. 추격자 카카오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의 활약은 이미 네이버를 뛰어넘었다. ‘마블’로 영화와 만화 시장을 점령한 디즈니처럼 이를 능가하는 IP를 확보하는 것이 양 사의 목표다.
네이버 vs 카카오, 달아오르는 웹툰 전쟁

‘웹툰=네이버’ 공식 적용하며 급성장
2010년대 들어 독자적인 산업으로 성장한 ‘웹툰’을 키운 것은 한국의 양대 포털로 꼽히던 네이버와 다음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웹툰은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과자를 먹듯 5~15분의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뜻)로 빠르게 성장했다. 양 사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물론 신인 작가를 키우는 것에 몰두해 왔다.

2004년 한국에서 처음 론칭한 네이버웹툰의 해외 진출은 무서운 속도로 이뤄졌다. 네이버웹툰은 2013년 일본, 2014년 미국·대만·태국, 2015년 인도네시아에 이어 2019년 유럽·남미에 진출했다. 그간 보유한 IP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 7200만 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넘버원’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다음은 네이버보다 한 해 이른 2003년 ‘다음웹툰’을 통해 한국에서 웹툰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카카오는 다음 인수 후에도 웹툰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 투자를 지속해 왔다. 지난 1월 웹툰과 웹소설 등 원천 스토리 IP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지와 음악·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제작사를 산하에 둔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출범시켰다. 콘텐츠 제작 기지를 일원화함으로써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였다.

그간 웹툰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장악력을 넓히며 ‘웹툰=네이버’라는 공식을 다져 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웹툰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웹툰 사업을 총괄하던 네이버웹툰의 본사를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로 변경했다. 웹툰 산업의 주 무대가 해외라는 점을 고려한 개편이었다.

동시에 네이버는 일본의 라인디지털프런티어와 중국 와퉁엔터테인먼트 등 각 해외 법인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전환했다. 네이버는 당시 “네이버웹툰은 미국을 거점 지역으로 안착시키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의 IP 비즈니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글로벌 인재들과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양질의 웹툰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웹소설 플랫폼 인수로 IP 확보전 나선 양 사
순항하던 네이버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카카오의 일본 시장 성공이다. 주인공은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다.

일본은 만화 시장 규모만 6조원이 넘는 세계 1위의 만화 시장이다. 만화의 종주국으로 여겨지지만 아직까지 출판 만화가 주류를 이루던 보수적인 시장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본은 카카오 웹툰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곳”이고 “만화 종주국인 일본에서 한국이 만든 콘텐츠인 ‘웹툰’이 만화 시장을 재편 중인데 이것에는 픽코마의 활약이 컸다”고 말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시작한 픽코마는 지난해 7월부터 일본 만화 애플리케이션 부문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웹툰 현지화 전략과 함께 카카오의 독자 비즈니스 모델 ‘기다리면 무료(마떼바, 기다리면 0엔)’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픽코마의 거래액은 2018년 630억원에서 2019년 1440억원, 지난해 4146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 5월 5일에는 하루 거래액 45억원을 달성하는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투자 소식도 전해졌다. 카카오재팬은 5월 20일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서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카카오재팬은 8조8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픽코마가 1위에 오르면서 그간 일본 시장에서 선두를 달려오던 네이버의 ‘라인망가’는 2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긴 것은 네이버로서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카카오웹툰은 기세를 몰아 네이버를 쫓고 있다. 6월 7일과 9일, 각각 대만과 태국에서 카카오웹툰의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 시장에서도 하반기 기존 다음웹툰이 카카오웹툰으로 확대 개편될 예정이다. 그간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으로 분산돼 있던 웹툰 플랫폼을 한곳에 모아 결집시킨다는 전략이다.

웹툰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또 다른 스낵 컬처는 웹소설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7일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미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타파스와 래디시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타파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온 플랫폼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타파스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지난해 11월 해외 관계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타파스에 공급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는 80여 개인데 이 IP들이 타파스 매출의 절반을 견인하고 있다. 래디시는 2016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모바일 특화형 영문 소설 콘텐츠 플랫폼이다. 래디시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K웹툰에 이어 K웹소설도 영미권에 본격적으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네이버 또한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검증된 IP 비즈니스 노하우와 수익화 모델을 기반으로 웹툰에 이어 웹소설 시장도 석권한다는 의도다. 네이버는 5월 11일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약 6억 달러에 왓패드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네이버는 왓패드 사용자 9400만 명과 7200만 명이 사용하는 네이버웹툰을 합친 1억6600만 명(월간 순 이용자 합산)을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창작자와 창작물을 확보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네이버는 웹툰이나 왓패드처럼 Z세개가 열광하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