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재 몰리며 한국에도 속속 성과…식물성 고기로 대체육 만들고 3D 푸드 프린팅 도전
[스페셜 리포트] 미래의 식탁을 주도할 기업은 누가 될 것인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푸드테크’에 인재와 자본이 몰리고 있다. 전 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푸드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배달을 제외한 푸드테크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통 산업에 혁신을 더하는 도전, K푸드테크의 유망 기업을 소개한다.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생산·가공·유통·판매·소비·폐기 등 식품의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기술을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이다. 2015년부터 푸드테크와 관련한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푸드테크 시장 200조원 규모로 급성장
전통적인 식(食)산업에 기술이 더해지면서 생겨날 신산업은 무궁무진하다. 식품 산업에서 푸드테크 관련 분야는 식품 제조·가공 분야와 외식·식품 유통 서비스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식품 공급 분야의 식자재 생산과 대체 소재·식품 개발, 식품 기자재 분야의 과학적 요리법과 주방의 스마트 기술(3D 식품 프린터, 주방 로봇 등), 외식·식품 유통 서비스(음식 및 식당 추천·검색·주문·배달 서비스 등)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까지 한국의 푸드테크는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기타 분야의 푸드테크 발전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 역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더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평가받으면서 수많은 정보기술(IT) 인재들이 식산업에 미래를 걸고 있다. 자본과 인재가 몰리는 신산업, 미래 먹거리로 통하는 푸드테크 시장에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의 유망 푸드테크 스타트업 3곳을 만났다. 유망 푸드테크 - 지구인컴퍼니
식물성 고기로 대체육…식량 손실 줄이고 탄소 감축 효과도
지난 5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중소 벤처 스타트업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 최초로 식물성 고기를 선보인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다.
지구인컴퍼니는 못생긴 농산물의 가치를 재해석해 제품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식물성 단백질을 생산해 대체육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다. 이 제품은 100% 식물성 고기다. 한국의 기술력으로 처음 선보인 미래형 고기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식물성 고기인 언리미트(230g)를 한 번 먹으면 30년 된 소나무 1.8그루가 연간 탄소를 흡수하는 양과 같은 탄소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올해 3월 31일까지 언리미트의 누적 생산량은 약 10만kg으로, 소나무 그루 수로 환산하면 총 79만 그루가 1년간 탄소를 흡수하는 양과 같은 효과다.
식량 손실을 줄이고 탄소 감축 노력도 실천하면서 지구인컴퍼니는 지난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식품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A-벤처스’에 선정됐다. 미디어 속의 대체육을 넘어 대중화에도 앞장섰다. 2020년 9월에는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서브웨이와 함께 ‘얼터밋썹’이라는 샌드위치를 선보였고 지난 4월에는 편의점 CU와 함께 100% 순식물성 원료로 만든 채식주의 도시락을 출시했다. 이 밖에 온더보더·매드포갈릭·마켓컬리·쿠팡·SSG 등 유명 유통사를 거래처로 두고 있다.
해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 포워드 푸딩이 지속 가능성이 우수한 기업을 발굴해 선정하는 ‘푸드테크 500’ 안에 들었고 미국 비영리 조직인 더 굿 푸드 인스티튜트가 뽑는 ‘2020 아시아 ALT’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현재 홍콩·미국·중국 등지에 언리미트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기세를 몰아 올해 1월에는 IMM인베스트 등에서 10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현재 미트볼 개발을 완료했고 추후 대체육 외에도 비건 관련 식품으로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유망 푸드테크-누비랩
버리는 음식물 줄이는 ‘AI 푸드 스케너’…식습관 분석해 건강 가이드까지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1 서울관’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이 있다.
인공지능(AI) 푸드 스캐너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 나선 스타트업 누비랩이다. 누비랩의 AI 푸드 스캐너는 0.5초 안에 음식 정보를 분석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 중 3분의 1이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자원 가치는 1조4000억원에 이르고 처리 과정에서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누비랩은 이 같은 자원 낭비에 주목해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하는 AI 푸드 스캐너를 만들었다. 이 회사 기술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한 번에 인식하며 저울 없이 음식 무게를 계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의 배식량·섭취량·잔반량을 측정하며 이렇게 쌓인 데이터로 정확한 소비를 예측해 낭비되는 식자재와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나아가 개인별 섭취량과 잔반량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건광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컨대 AI 푸드 스캔에 음식이 담긴 식판을 가져다 대면 AI가 이를 스캔해 칼로리를 계산한다. 식사를 마친 후 잔반이 담긴 식판을 가져다 대면 식사 전후의 섭취량과 잔반량의 데이터를 계산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식습관을 AI로 분석해 부족한 영양소를 점검하고 섭취량을 조절해 준다. 누비랩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 50% 절감해 식자재비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개인별 영향 균형과 칼로리, 식사 시간 등을 분석해 맞춤형 건강 가이드까지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비랩의 AI 푸드 스캐너는 학교 급식소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고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각광받으면서 관공서와 기업 급식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한국 최대 AI 대회 ‘2020 AI 그랜드 챌린지’의 사물 인지 분야에서 상위 3개의 연구 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망 푸드테크-슈팹
‘식자재가 잉크로’…음식 찍어내는 3D 푸드 프린팅 기술 개발
영국의 ‘푸드 잉크’는 세계 최초의 3D 푸드 프린팅 레스토랑이다. 모든 요리를 3D로 프린트하는데, 식자재가 프린터를 거치면서 먹을 수 있는 잉크로 바뀌고 프린터 노즐을 통해 음식 모양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음식이 인쇄되는 3D 푸드 프린팅 산업은 첨단 3D 프린팅 기술과 음식의 결합으로, 미래 식품 생산과 유통 구조를 바꿀 신개념 기술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 꾸준히 소개되며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지 오래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시제품을 출시하거나 레스토랑에 선보이며 대중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3D 푸드 프린터와 관련된 규제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3D 푸드 프린팅 개발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이화여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슈팹이다. 2019년 설립된 슈팹은 3D 디자인 식·의료바이오 제품 개발 기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증한 연구소 기업이다. 슈팹의 대표를 맡은 식품공학과 이진규 교수와 연구진은 3D 푸드 프린팅으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건강식품을 제공할 수 있는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목표로 식품 3D 프린터, 3D 프린터 기술로 만들어진 개인 맞춤형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슈팹은 이미 2018년 3D 프린터를 활용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식감과 체내 흡수를 조절할 수 있는 음식의 미세 구조 생성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는 우리가 원하는 식감과 맛을 만들어 내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23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장관 표창)을 수상하며 기술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해외에 지사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더 많이 투자할 계획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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