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유망 기업 - 누비랩
[스페셜 리포트]미래의 식탁을 주도할 기업은 누가 될 것인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푸드테크’에 인재와 자본이 몰리고 있다. 전 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푸드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배달을 제외한 푸드테크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통 산업에 혁신을 더하는 도전, K푸드테크의 유망 기업을 소개한다.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1 서울관’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이 있다.
인공지능(AI) 푸드 스캐너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 나선 스타트업 누비랩이다. 누비랩의 AI 푸드 스캐너는 0.5초 안에 음식 정보를 분석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 중 3분의 1이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자원 가치는 1조4000억원에 이르고 처리 과정에서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누비랩은 이 같은 자원 낭비에 주목해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하는 AI 푸드 스캐너를 만들었다. 이 회사 기술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한 번에 인식하며 저울 없이 음식 무게를 계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의 배식량·섭취량·잔반량을 측정하며 이렇게 쌓인 데이터로 정확한 소비를 예측해 낭비되는 식자재와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나아가 개인별 섭취량과 잔반량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건광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컨대 AI 푸드 스캔에 음식이 담긴 식판을 가져다 대면 AI가 이를 스캔해 칼로리를 계산한다. 식사를 마친 후 잔반이 담긴 식판을 가져다 대면 식사 전후의 섭취량과 잔반량의 데이터를 계산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식습관을 AI로 분석해 부족한 영양소를 점검하고 섭취량을 조절해 준다. 누비랩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 50% 절감해 식자재비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개인별 영향 균형과 칼로리, 식사 시간 등을 분석해 맞춤형 건강 가이드까지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비랩의 AI 푸드 스캐너는 학교 급식소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고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각광받으면서 관공서와 기업 급식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한국 최대 AI 대회 ‘2020 AI 그랜드 챌린지’의 사물 인지 분야에서 상위 3개의 연구 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인터뷰/ 김대훈 누비랩 대표
“쏟아지는 음식물 쓰레기…AI 스캔 기술로 해결합니다”
-누비랩을 창업하게 된 이유가 있나.
“누비랩 창업 이전에는 완성차업계에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연구했다. 자율주행차는 물체를 빠르게 인식하는 순간 감지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인공지능(AI)으로 감별해 낸다. 이 기술로 푸드테크를 떠올린 것은 순간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사내 급식소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이 어마어마한 것을 보고 잔반을 측정해 데이터화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부해 보니 전국에 급식소 4만여 곳에서 매일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6000여 톤에 달할 만큼 문제가 심각했다.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 AI 스캔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
-이 분야의 사업 전망은 밝은 편인가.
“유엔은 2030년 세계 인구가 8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구 증가는 곧 음식 소비량을 늘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증가시킬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양은 2030년 전 세계에서 1초에 66톤씩, 1년에 21억 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해당 산업에서 기회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의 기술은 독자적이다. 음식물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원리는 비슷할 수 있지만 누비랩은 무게를 직접 재지 않고 스캐닝만으로 한 번에 여러 음식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다. 설치에 제약도 없다.”
-누비랩이 생각하는 푸드테크는 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환경 문제가 얼마나 큰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지 전 세계가 체감했다. 사회 인식도 달라졌다.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를 줄입시다’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기술을 통해 내가, 우리가 음식으로 환경에 얼마나 해를 끼쳤는지, 얼마만큼의 탄소를 내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통해 선순환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장·단기적 목표는 세웠나.
“ESG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ESG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할 잣대가 마땅하지 않은 실정이다. 환경 측면에서 우리가 데이터를 갖고 있으니 수치화해 잣대를 만들 수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병원과 운동 등에 대한 건강 관리 기록은 많지만 식습관을 기록하는 서비스는 없다. 기록의 불편함 때문인데, 우리 서비스로는 스캐닝만으로 기록할 수 있다. 지금 이러한 식습관을 갖고 있으면 질병 발생 확률이 몇 퍼센트 높아질 수 있다는 등의 유의미한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을 보여줄 수 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