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친환경 급식, 기업·군인 등으로 확대돼야”

[인터뷰]
“유기농 토양, 온실가스 40% 감축 효과…친환경 농산물은 미래 위한 윤리적 소비”
최근 들어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미 지구가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난’ 단계에 와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지구의 마지막 날로 향하는 ‘기후 시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친환경 농산물 소비다. 2018년 국제기후변화협의회(IPCC) 총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힌트가 있다. 유기농 토양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를 최대 4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유기농 토양을 만드는 것이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이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김영재 회장이 “친환경 농산물을 건강한 식품, 수익이 높은 상품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한국친환경농업협회에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전문가이자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농업인이다.

-농업인으로서 ‘기후 재난’을 체감하고 있습니까.

“매일의 일과가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니 해가 갈수록 기후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을 몸으로 느낍니다. 지난해 봄 냉해, 여름 태풍으로 피해를 본 농가가 많았죠. 올해도 느낌이 좋지 않아요. 6월인데도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낮고 장마 수준으로 비가 지나치게 많이 내려 작물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 논 작물보다 밭작물이 기온 변화에 민감해 농민들 사이에 걱정이 많아요.”

-기후 문제가 악화되면 농업계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일차적으로 생산량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겠죠. 최근 일어났던 ‘금파’ 파동이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식량 안보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현재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밀과 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작물도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죠. 그러면 보면 김치 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주재료인 배추뿐만 아니라 양념에 들어가는 고추·마늘·파 등의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니까요. 이런 식으로 우리 식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후 위기의 해법과 친환경 농산물과의 연결점은 무엇입니까.

“친환경 농법은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저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게 봤을 때 선순환을 이룬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화학 비료를 사용한 밭에서 다수확을 하려니 작물이 병해에 약하고 이를 막기 위해 농약을 투입하게 됩니다. 반면 몇 년간 친환경 농법으로 농약을 치지 않은 땅은 확연히 지력(地力)이 좋아집니다. 같은 작물이라도 훨씬 건강한 수확물을 얻을 수 있죠. 동시에 이로운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생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죠.”

-하지만 국내 농산물 중 친환경 농산물 생산 비율이 5%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양측에서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현재는 건강에 좋은 농산물, 수익성이 높은 작물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초점을 미래 지향적이라는 데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친환경 농법은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토양의 질을 높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농법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농법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했으면 합니다. 이것이 곧 미래 세대를 위하는 윤리적 소비라고 생각해요.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이 인식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한 덕분에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증가했습니다.

“점차 학생 수가 줄어들다 보니 학교 급식 시장도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 급식이 이뤄지는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군대나 병원, 차상위 계층 지원 사업 등이 대상이 될 수 있겠죠. 이런 공적 영역에서의 공급을 기반으로 기업 등의 사업체로 확대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친환경농업협회에서 활동하며 노조 위원들을 만나면 요청하는 것이 있어요. 임금 인상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급식을 친환경 농산물로 바꾸는 것은 어떻겠냐고요. 직원들의 건강도 챙기고 기업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친환경농업협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협회가 출범하기 전에는 농산물의 개별 품목 중심으로 단체가 꾸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과 친환경 농법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모두를 아우르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생협 등 관련 단체들이 모여 협회를 꾸렸죠. 한국에서 친환경 농업을 대표하는 조직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농업인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한편 소비자와 생산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은아 SRT매거진 기자 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