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확장 재정 중독
재난 지원금 실질적 효과 의문
재정 건전성 점검할 때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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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1년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를 공식화했다. 재난 지원금 지급 방식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할지 아니면 선별 지급으로 할지 논의 중이지만 그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추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섯 번째가 된다. 작년 4번의 추경으로 66조8000억원이 풀렸고 올해 3월 추경으로 14조9000억원에 이어 2차 추경이 편성되면 코로나19 이후 추경은 총 10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정부는 추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증가한 세수를 재원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증가한 세수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정 건전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추경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및 이슈 6월호’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4월까지의 세수는 13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조7000억원 증가했다. 세수가 기대 이상으로 늘어났으므로 추경 재원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지만 그 절반에 해당하는 16조7000억원은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저 효과와 과세가 작년에서 올해로 이연돼 세금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 현상으로 봐야 한다. 또 증권 시장의 활황과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대폭 늘어났지만 지속 가능하다고 간주하기 어렵다. 지난해 세수가 부족해 국가 빚으로 채운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까지 4차례 지급된 긴급 재난 지원금이 52조원에 이르는데 그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찾아볼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으로 인해 경기가 급속하게 하강하는 경우 정부의 확대 재정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확대 재정 지출이 소비와 투자 확대를 통한 유효 수요 증가로 이어짐으로써 경기 불황을 벗어나는 생산적 재투자 과정이 아니라면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고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하락시킬 뿐이다.

전 국민에게 살포한 현금성 지원은 소비 지출의 순증가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 사람들이 절대 소비량을 증가시키기는 쉽지 않고 받은 바우처는 현금을 대체해 사용되기에 급급했다. 재난 지원금이 정치적 일정에 따른 매표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오해가 충분히 가능하다.

2021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까지는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논지가 과연 국가 재정과 국민을 고려한 정책 방향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실질적 효과가 불확실한 현금성 지원금을 마구 살포함으로써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국가 채무를 300조원 넘게 증가시켰다. 정부가 직접 갚아야 하는 국채 등의 채무와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등을 환산한 잠재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가 2020년 1985조300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역대 최초로 국내총생산(GDP) 1924조원을 추월했다.

국제 신용 평가 회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 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고 이는 장기간 유지해 온 한국의 재정 규율 이력을 시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도 한국은 우리만의 재정 준칙이라는 미명하에 60% 룰까지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확대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 더 늦기 전에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