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사업 확대 위해 사이파이브 인수 추진 설…현실되면 중·장기 주가 상승 전망

[돈 되는 해외 주식]
M&A 통해 최선의 공격과 방어 동시에 노리는 인텔[돈 되는 해외 주식]
연초 이후 반도체 주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업종 내 대표 종목 중 하나인 인텔(Intel)은 최근 반도체 설계 자산 기업인 사이파이브(SiFive) 인수에 나서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6월 16일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시장이 호황일 것”이라며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반도체 설계 기술과 이에서 비롯되는 생태계 경쟁일 것이다. 생태계 경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다름 아닌 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 발표였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프로세서 설계기술(IP) 기업 Arm을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Arm의 IP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앙처리장치(CPU)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텔과 AMD의 CPU와 같은 복잡 명령어 집합 컴퓨터(CISC) 방식의 x86과 이와 반대되는 축소 명령어 집합 컴퓨터(RISC) 방식의 Arm IP가 있다. 성능과 호환성에 강점을 가진 x86이 PC와 서버 시장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면 뛰어난 전력 효율성의 Arm IP는 주로 모바일 기기 등에 쓰이고 있다.

만약 여기서 PC와 서버 시장에서 그래픽 처리 장치(GPU)로 정점을 찍은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Arm 기반의 CPU를 PC와 서버 시장에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즉 인텔의 x86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Arm 인수 전부터 Arm IP 기반의 서버 CPU 그레이스(Grace)를 4월 공개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6월 10일 블룸버그·로이터 등의 주요 외신은 인텔이 미국의 사이파이브를 20억 달러에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사이파이브는 Arm처럼 IP와 설계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주력하는 RISC-V IP는 Arm IP와 유사한 RISC 계열의 일종으로, Arm IP의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그렇다면 x86의 정점에 있는 인텔이 왜 굳이 RISC-V 기술을 탐낼까. 우선 사이파이브의 RISC-V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인텔의 사업이 다각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x86 프로세서(PC·서버)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RISC-V 기술을 확보하고 나면 인텔이 목표로 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둘째, RISC-V 생태계 구축을 촉진해 Arm의 위협을 견제할 수 있다. 애플(Apple) M1, 엔비디아 그레이스 등 Arm 기반의 프로세서들이 조금씩 x86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는 시점에서 역으로 RISC-V를 통해 Arm의 생태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때로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Foundry Services)의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할 때 약점으로 꼽히는 대표적 요소는 x86 외 반도체 생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RISC-V 기반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의 강점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면 추후 파운드리 사업이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인텔의 중·장기 턴 어라운드 시나리오(IDM 2.0 전략)에 새로운 기대감을 더해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양 사가 이와 관련한 공식 발표가 없었고 RISC-V IP가 태생 단계임을 고려하면 단기로 주가를 움직일 만한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텔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펀더멘털의 방향성이다. 현재 주가에 가장 큰 촉매제는 인텔의 서버 시장 지배력과 CPU 점유율 변화, 하반기 관련 기업들의 정보기술(IT) 투자 재개 여부 등일 것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