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매출 급감해 가능하다는 이례적인 판단 내려

[법으로 읽는 부동산]
코로나19로 매출 급감한 임차인, 임대차 계약 중도 해지 가능할까? [최광석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약 90% 격감한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임대차 계약 중도 해지를 요구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하급심 판결이 선고돼 소개한다. 계약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불가항력이나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를 여간해선 인정하지 않는 재판 실무상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5월 선고한 임대차 보증금 사건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을 청구한 이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한 사실 관계의 요지는 이렇다.

원고는 의류·액세서리·패션잡화 도소매 및 프랜차이즈업을 하는 사업자였다. 2019년 5월 피고와 서울 명동에 있는 점포를 다음과 같은 조건에 임차해 프랜차이즈 사업의 직영점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임대 기간은 2019년 6원 1일부터 2022년 5월 31일까지였고 임대 보증금은 2억3000만원, 월차임은 약 2200만원이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외국 관광객 입국이 중단되면서 이 사건 점포에서의 매출이 90% 이상 감소했다.

결국 원고는 2020년 2월분 임대료를 지급하고 그 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가 2020년 5월부터 이 점포에서의 영업을 중단한하게 된다. 이후 임대인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외부 사유가 발생해 이 사건 임대차 계약서 제13조 제4항에 근거해 2020년 7월 2일자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해지 의사 표시를 했다.유사한 사건에 큰 파장 예상돼하지만 피고로부터 임대차 계약의 해지 통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받게 되자 원고는 2020년 12월 점포의 내부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고 원상 회복시킨 뒤 피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인도했다.

임대차 계약 해지 인정에서 법원은 사정 변경의 법리를 주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법리는 다음과 같다.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 또는 계약 해지는 물론 민법 제628조 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임증감청구권은 민법의 일반 원칙인 계약 준수 원칙에서 벗어나 계약의 내용을 바꿀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일부 훼손하는 것이므로, 그 해석과 적용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해지 또는 차임증감청구권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하지 않았고 예견할 수도 없었으며 그 사정 변경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이다. 당초의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기거나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비로소 계약 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

이런 법리 하에 법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이 사건 점포에서의 매출이 90% 이상 감소한 것은 이 사건 임대차 계약 제13조 제4항에서 정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이상 자신의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설령 위와 같은 계약 해지 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의 경우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의 변경이 발생했고 이런 사정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 해석했다.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로서 사정 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사건 점포는 명동에 있는 매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통한 매출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 입국자들의 입국이 제한되고 모든 해외 입국자들에게 2주간의 격리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해외 여행객의 국내 입국자 수가 99%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됨에 따라 매출이 90% 이상 감소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둘째, 코로나19 사태가 발생되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며 매출이 90% 이상 감소될 것이라는 사정은 원·피고는 물론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또 이와 같은 현저한 사정 변경의 발생과 관련해 원고에게 어떠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예상하지 못한 경제 여파 속에 약 90%나 매출이 격감된 명동 임차인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된 판단인데, 유사한 다른 사건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