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간판’ 바꾸고 환경 기업 변신
폐플라스틱 등 순환 자원 연료로 재활용

[비즈니스 포커스]
쌍용C&E 동해공장의 폐열 발전 설비 /쌍용C&E 제공
쌍용C&E 동해공장의 폐열 발전 설비 /쌍용C&E 제공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멘트업계가 환경 오염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화석 연료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으로 분류된다. 원료 물질 중 탄산염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 연료 중에는 유연탄과 같은 화석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시멘트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주요 연료원인 유연탄을 대신해 폐타이어·폐합성수지 등을 순환 자원으로 재활용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창출하는 친환경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의 얘기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폐기물 처리 시장 진출…친환경 사업 강화

쌍용C&E는 친환경 사업에 베팅하며 시멘트에 이어 폐기물 처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쌍용C&E는 최근 폐기물 처리 업체 KC에코물류를 인수했다. KC에코물류는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가연성 수지류 폐기물을 수집·처리하는 업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순환 자원 처리 시설의 주 연료원인 폐기물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C&E는 그동안 다른 폐기물 처리·가공 업체를 통해 폐플라스틱 등을 받아 왔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직접 수집과 처리까지 가능해졌다. 현재 추진 중인 매립지 사업과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쌍용C&E가 폐기물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환경 관련 리스크를 줄이면서 소각 수수료 등의 수익이 발생하고 부재료와 연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제조 공정에 필요한 연료원으로 순환 자원을 활용하면 천연자원인 유연탄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순환 자원 재활용은 최고 섭씨 2000도에 이르는 고온으로 오염 물질이 상당 부분 분해되고 2차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으로 평가된다.

폐기물 처리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폐기물 양이 급증하면서 매립장 부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한국 매립장은 2027년 잔존 연수가 0.74년으로 하락하고 매립장 고갈이 예상된다. 좁은 국토 면적과 주민 반대 등으로 결국 소각을 통한 폐기물 처리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시멘트 산업에서 순환 자원 연료 대체율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생활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직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직매립 제로(0)’ 정책을 추진하면서 폐기물의 재활용과 소각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어서 재활용과 소각을 위한 폐기물 중간 처리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6조7000억원에서 2025년 23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순환 자원 연료 대체율이 78%에 달하지만 한국은 24%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도 높다.

쌍용C&E는 2016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지분 77.44%를 인수해 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친환경 사업에 대한 설비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5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친환경 생산 설비 구축 등에 투자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정관을 변경, 사업 목적에 다수의 환경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쌍용C&E의 환경 분야 투자는 4700억원(연평균 470억원)으로 추산된다. 설비 투자를 통해 2021년 순환 자원 대체율 38%를 달성했고 2022년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선제적인 투자에 힘입어 쌍용C&E의 환경 부문 매출액은 2019년 463억원에서 2020년 710억원을 거뒀으며 2021년 91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영월 석회석 폐광산에 폐기물 매립 사업으로 추가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C&E는 제천·단양과 인접한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쌍용리 구 쌍용양회 석회석 폐광산 19만1225㎡에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산업 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추진 중이다. 향후 16년 동안 560만 톤을 매립할 수 있는 규모다.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2022년부터 폐기물 매립장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산업 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주민 갈등 문제는 해결 과제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녹색 채권 최고 인증 등급 획득

쌍용C&E는 2021년 3월 60년을 써 온 사명인 ‘쌍용양회’를 버리고 시멘트와 환경을 뜻하는 쌍용C&E(Cement&Environment)로 사명을 바꾸고 친환경 산업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사승 쌍용C&E 회장은 “순환 자원을 재활용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환경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미래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종합 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SG 경영도 본격화했다. 쌍용C&E는 2020년 업계 최초로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경영 비전으로 ‘그린 2030’을 발표했다. 기존 시멘트 사업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해 2030년까지 유연탄을 폐합성수지로 대체하고 폐열 발전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 사업 이익을 기업 전체 이익의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친환경 전략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쌍용C&E는 2021년 5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녹색 채권 발행을 위한 인증 평가에서 업계 최초로 최고 인증 등급(GB1·G1)을 각각 획득했다.

녹색 채권은 친환경 투자를 위해 발행하는 ESG 채권의 한 종류다. 쌍용C&E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 채권은 사용처가 환경부 녹색 채권 가이드라인과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녹색채권원칙(GBP)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ESG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운영 평가 프로세스 등도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고 인증 등급을 획득한 만큼 실제 채권 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발행 시기와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해당 자금은 순환 자원 처리 시설(2차)과 폐열 발전 설비 구축에 활용할 예정이다. 쌍용C&E의 친환경 전략이 유동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쌍용C&E는 환경부문 투자→시멘트 제조 원가 개선, 순환 자원 처리 수수료 발생, 탄소 배출권 매각 이익→경쟁사 대비 수익성 개선→환경 부문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쌍용C&E의 친환경 전략은 시멘트 산업 고유의 환경 관련 리스크를 낮추면서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익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