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우등생 네이버 사회(S)등급 A→B+
글로벌 사례도 괴롭힘 사실 인식→법 제정→인식 정착 순서

ESG 우등생으로 꼽혔던 네이버는 올해 5월 직장 내 괴롭힘을 결국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부여한 사회(S)등급이 A에서 B+로 떨어졌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살펴보니 지난 3년간 직원 임금 86억7000만원을 체불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괴롭힘 방지법 2년 지났지만…ESG 우등생 네이버도 직장 내 괴롭힘에 발목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부터 임금체불까지

고용노동부는 27일 특별근로감독 결과 사망한 노동자가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어왔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동자는 의사결정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 압박으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는 직장 내 지위나 관계상 우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한 네이버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유사한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를 도울 수 있는 신고채널 운영도 미흡했다. 심지어 직속 상사의 폭언, 과도 업무, 휴가 중 업무 지시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진단을 위해 네이버 내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52.7%)이 최근 6개월 이상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그중 응답자의 10.5%는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혼자 참는다’(44.1%)가 가장 많이 꼽혔다.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네이버는 추가적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미지급을 포함한 임금 86억7000만원 체불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5월 일어난 직원 사망사건 이후 네이버의 사회등급을 조정했다. A등급에서 B+로 떨어진 것이다. 이후 글로벌 ESG 평가 지표를 발표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는 “네이버의 ESG 점수를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전체 등급 하향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대표자가 직접 인사 업무를 관리하는 경영 쇄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괴롭힘 방지법 2년 지났지만…ESG 우등생 네이버도 직장 내 괴롭힘에 발목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나선 글로벌 국가들

한국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을 맞이했다. 지난 29일에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과태료를 부여하고 이행 강제금의 상한액을 높인다는 개정안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과태료는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행위와 위반 횟수 및 위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부과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 내 가족경영에서 비롯되는 ‘갑질’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자와 사용자의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인척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직장 내 괴롭힘을 완전히 뿌리 뽑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노조위원장은 “가해자 옹호부터 멈춰야 한다. 괴롭힘 행위에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하며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사측의 보복을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 대책 마련보다는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는 사전 예방 조치와 기업문화 형성을 위해 기업 구성원들에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사례를 인지하고 법제화가 이루어진다. 이후 기업별로 내부 핫라인 구축, 구제 채널 확보 등으로 정착으로 이어진다.

직장 내 괴롭힘 규제 법안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993년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례를 만들고 형법으로도 이를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직장 내 괴롭힘에 정신적 괴롭힘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 최초의 국가다. 또한 괴롭힘 발생 시 가해자, 회사 경영진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2년의 징역형과 3만 유로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좀 더 처벌 강도가 높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최대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 폴란드의 경우 정신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집단 내 고립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를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해 근로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했다. 미국은 괴롭힘 금지를 법안으로 상정하지는 않았으나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어떠한 상황에서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례와 지침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후 2020년 6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했다. 이전에는 법원을 통해 노동자의 인격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를 판별한 이후 손해가 인정된다면 기업 측에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지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