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필수 요소…능력은 물론 ‘진심’ 보여야

[경영 전략]
‘요즘 시대’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 ‘진정성’ [김한솔의 경영 전략]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일을 잘해야 한다. 맡은 업무에 대해 전문성이 있어야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전문성만 갖춰서는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없다. 리더는 본인 혼자가 아니라 ‘구성원’을 통해 업무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구성원 관리 능력이다. 구성원들에게 정확한 목표를 주고 이를 어떻게든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업무 전문성’과 ‘관리 역량’, 이 두 가지가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이자 핵심 역량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리더에게 이전과 다른 수준의 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구성원에게 ‘열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인생 선배’라는 명목으로 자꾸 개인사를 묻는 것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다. 친분이나 개인사에 연연하지 말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달라진 세대에 맞게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하나 더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게 있다. 업무든 사람이든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것이다. ‘일 잘하고 관리를 잘해 성과를 잘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진정성이 필요한 거야’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 이유와 함께 리더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더 이상 ‘전문성’만 갖춰선 안 돼진정성의 사전적 정의는 ‘진실하고 참된 성질’이다. 이를 비즈니스 업무 상황으로 풀어내면 리더가 구성원과 일을 대할 때 진실된 마음으로 참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를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왕인 시절이 있었다. 이때는 기업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몰려들었다.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물건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도 딱히 하소연할 곳도 마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 어떤 기업이 새로운 것을 만들면 금방 비슷한 다른 게 나온다.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퍼뜨릴 수 있다. 댓글 하나로 여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소비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건 기업 내 역학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그냥 ‘조용히’ 일했다. 상사의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잘못된 조직 문화가 눈에 거슬려도 대부분 넘어갔다. 기업 안에 속한 구성원은 힘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양한 분출구가 있다.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회사 내부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집단 행동이 이어지기도 한다. 당사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사소한 행동 하나, 말투 하나가 이슈가 될 때도 많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응이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다. 기자들을 모아 놓고 고개 한 번 숙이는 형식적인 사과에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앞으로 개선책은 무엇인지 진심을 담은 사과가 있어야 상황이 바뀐다. 조직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서느냐를 지켜본다.

설사 그 대안이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도 현재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면 만족하기도 한다.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또는 당장의 곤란함을 피하기 위한 대응보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움직이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게 리더에게 필요한 진정성이다.

그렇다면 리더가 구성원에게 진정성을 보이려면 어떤 행동이 필요할까. 첫째는 ‘의도적’ 솔직함이다. 여기서 ‘의도적’이라는 수식어가 중요하다. 이는 업무와 관계, 두 가지 측면에 다 필요하다.‘의도적’ 솔직함을 보여라먼저 업무에서의 솔직함 부분을 살펴보자. 구성원이 리더에게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풀지 못하는 어려운 과제를 리더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함을 바라지는 않는다. 리더 역시 틀릴 수도 있고 당연하지만 실수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때의 대응이다. 그럴 때 누구를 탓하는 모습의 리더를 따르고 싶은 구성원은 없을 것이다. 본인의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리더를 존중할 구성원 역시 없을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의도적’ 솔직함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처럼 모르는 건 모른다고 틀린 건 틀렸다고 솔직히 말하는 리더에게 구성원은 진정성을 느낀다.

둘째, 관계에서의 솔직함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한 구성원이 며칠 동안 야근을 자청하며 기획서를 올렸다. 고생은 했지만 결과물은 영 아닌 상황이다.

이때 솔직하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A 리더와 고생했으니 일단 ‘잘했다’라고 칭찬하는 B 리더 중 구성원은 누구에게 진정성을 느낄까. 당연히 A다. 당장은 쓰고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지만 ‘친목’이 아닌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조직에서 ‘진짜’ 해야 할 행동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솔직한 피드백에 구성원들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의욕이 꺾여 구성원들이 다음에 일을 열심히 안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에 비난이 아닌 개선을 이끌어 내려는 ‘좋은 의도’를 담고 있다면 오히려 구성원들은 솔직한 리더의 피드백에서 진정성을 느낄 것이다.

일이 잘못돼 가고 있음에도 지금의 곤란한 상황을 넘기기 위해 괜찮다고 말하지 말자. 결국 언젠가는 구성원도 당시의 괜찮음이 진짜 괜찮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때의 배신감은 훨씬 더 클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관계에서의 솔직함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놀래키지 않기(no surprising)’다. 힘들더라고 할 말은 하는 리더의 모습이 필요하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런 모습이 왜 현실 세계의 리더들에게서 자주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없어서다.

진정성을 발휘하는데 무슨 시간이 필요하느냐고 말할 수 있는데, 한 심리학 실험 결과를 살펴보자.

두 집단에 ‘사회적 가치’에 대해 질문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겠습니까”, “신설된 규정을 잘 지키겠습니까”라고 물은 것이다. A그룹엔 개별 질문에 11초 이내에 답하라고 했고 B그룹엔 11초 이상 생각한 뒤 답하도록 했다. 단지 시간만 달리했을 뿐인데 결과는 빠른 응답을 지시한 A그룹에서 ‘옳은 행동’을 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시간에 쫓기면 주변의 반응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그 상황을 빨리 넘겨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다 보니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남들이 봐도 문제가 없을 만한 답변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려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 그리고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니까.

구성원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그 구성원이 어떤 점은 잘하지만 무엇은 부족한지 알아야 진짜 솔직함이 가능하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피디한 업무 처리도 성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그것에만 집착하면 구성원들은 ‘이 회사는 원래 이러니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자신의 판단은 사라지고 주변의 기준만 남는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진실하고 참된 진정성은 살아남을 수 없다.

진정성은 더 이상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달라진 세상에서 다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자신은 자기가 일하는 업무 현장에서 얼마나 ‘진심’으로 행동하고 관계를 맺고 있을까. 바로 답하지는 말자. 11초만 더 생각해 보자.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