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 ‘선공급 후계약’ 관행에 국회까지 나섰다
최근 유료방송 업계에서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공급 후계약 방식이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 역시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기 때문이다.

‘선공급 후계약’이란 IPTV,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콘텐츠를 우선 수급한 이후 가격 협상을 벌여 비용을 나중에 지불하는 관행을 말한다.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에 존재하는 독특한 거래구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월 2일 발표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의 채널 계약이 신규가 아닌 재계약의 경우, 계약이 지연되는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의 오래된 관행이 유료방송 사업자 간의 협상력 우위에 따라 각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지난 6월 12일 LGU+ 모바일TV에서 CJ ENM의 10개 채널이 중단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선공급 후계약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은 여당 쪽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지난해 12월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최근 유료방송 시장이 위축되고 사업자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시장 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콘텐츠 대가를 두고 갈등이 매년 심화되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선공급 후계약’의 불공정 관행 또한 지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콘텐츠 사업자는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수입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에 대한 제작과 투자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워 유료방송시장의 생태계 발전이 저해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 약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 1야당인 국민의 힘 정희용 의원도 올해 4월 선공급 후계약 금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유료방송사업자와 이들에게 방송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간의 계약이 자율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협상력이 약한 PP에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강요하거나 계약마다 그 내용이 상이해 분쟁의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며 “정부가 권고하는 방송 프로그램 공급계약 표준계약서안은 계약에 따른 지급금액의 명시 및 대가 지급과 관련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프로그램 공급을 요구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선공급 후계약 관련 법안은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계약 방식에 대한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IPTV와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된 선공급 후계약 관행과 관련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어떤 해법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