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슈퍼 앱 성공에 맞대응
간편 송금부터 자산 관리, 맞춤형 상품 추천까지 통합

[비즈니스 포커스]
합치면 매력 상승?…‘원 앱’ 내세우는 은행들
합치는 게 유리할까. 쪼개는 게 경쟁력 있을까. 은행권이 수십 개로 흩어져 있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한두 개로 통합하고 있다.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슈퍼 앱(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이에 맞서 은행도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특장점인 ‘간편 송금’을 옮겨 오고 세대별·상품별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등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별도의 금융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은행 앱 하나에서 보유 자산, 카드 결제 대금과 이용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발 빠른 신한, 기대되는 KB국민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2018년부터 ‘원 앱’ 전략을 내세웠다. 신한 에스(S)뱅크, 써니뱅크, 스마트 비대면 실명 확인, 온라인 등기, S통장 지갑, 써니 계산기, 엠(M)-폴리오 등 용도에 따라 흩어져 있던 6개 금융 앱을 ‘쏠(SOL)’ 하나로 통합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은행 앱을 사용하는 거래의 대부분이 조회(75%)와 이체(23%)인 점에 주목해 이체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예컨대 계좌 번호와 연락처만 알면 실시간 송금이 가능한 키보드 뱅킹, 자주 보낸 계좌는 보안 매체 없이 간단하게 송금이 가능한 원터치 송금, ‘엄마에게 10만원 이체해 줘’ 한마디면 송금이 완료되는 챗봇 이체 등이다.

부동산과 관련 금융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신한 쏠 랜드(SOL Land)도 탑재했다. 매물·분양·청약·경매 등 부동산 콘텐츠를 고객의 거주지, 관심 지역, 보유 금융 상품 등 고객 정보와 결합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합치기’ 전략은 주효했다. 쏠을 출시한 직후 모바일 뱅킹 이용자 수는 기존보다 5배 빨리 증가했다. 쏠 가입자는 반년 만에 65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 125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3년 만에 7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간편 송금 서비스인 ‘마이(My) 링크’를 선보이며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설계했다. 이 서비스는 돈을 보낼 사람에게 계좌 번호 대신 인터넷 주소(URL)나 QR코드를 문자 등으로 전송하는 게 특징이다. 마이링크는 출시 50일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전기차 가격 조회 플랫폼을 쏠에 탑재하는 등 생활 금융 플랫폼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합치면 매력 상승?…‘원 앱’ 내세우는 은행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로 슈퍼 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나원큐에서는 금융 서비스 외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를 지원하는 ‘원더카 직거래’ 서비스를 담는 등 ‘생활 금융 플랫폼’ 기능에 힘을 쏟고 있다. 예컨대 차량을 파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중고차 직거래에 합의한 뒤 하나원큐 앱을 이용하면 관공서나 차량 등록 사업소 등을 방문하지 않아도 중고차 직거래를 할 수 있다. 직거래 차량의 보험 사고 이력 등을 무료로 확인하고 차량 동행부터 정비, 원거리 탁송까지 원 클릭 서비스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7개 앱을 NH스마트뱅킹·NH기업스마트뱅킹·올원뱅크 등 3개의 앱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NH스마트뱅킹이 금융 관련 업무를 전부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은행 앱이라면 올원뱅크는 디지털에 초점을 맞춘 ‘생활 금융 플랫폼’ 성격을 띤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중 어떤 앱을 선택하든지 다른 자회사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우리원(WON)투게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거래 고객이 우리원뱅킹에 접속하면 우리원투게더 플랫폼을 통해 우리카드를 신규 발급 받을 수 있고 우리종금 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 ‘쪼개기’ 전략을 고수해 오던 KB국민은행도 ‘합치기’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간 KB국민은행은 연령별 또는 금융 이용 목적별로 앱을 세분화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앱은 20개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뱅킹앱 ‘KB스타뱅킹’과 간편 금융 ‘리브(Liiv)’, 은행원처럼 비대면 고객을 상담해 주는 ‘리브똑똑’ 등을 비롯해 리브부동산·KB마이머니 등도 별도로 내놓았다. 특히 다른 은행들이 뱅킹 앱에서 세대별로 메인 페이지를 다르게 했다면 KB국민은 연령에 맞게 앱을 나눴다. 40~50대는 ‘스타뱅킹’, 20~30대는 ‘리브’로 분리한 것이다. 억 단위를 거래하는 고객과 소액을 거래하는 고객이 같은 앱을 사용하면 고객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안팎에서 앱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전략을 바꿨다. 큰 방향은 개인 뱅킹 앱을 2개로 통합하는 것이다. 오는 10월 ‘뉴 스타뱅킹’을 선보이는데, 자산 관리 기능 등이 담길 것으로 추측된다. 조회나 송금과 같이 비교적 간편한 뱅킹 서비스는 ‘리브’로 일원화된다. 리브에는 선물하기나 경조사 알림 기능 등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앱 자체를 ‘생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제외하고 시중 은행 앱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앱이 KB스타뱅킹”이라며 “얼마나 많은 기능을 앱에 올릴 수 있을지, 또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왜 합치게 됐나…비대면 고도화 불가피
그렇다면 은행 앱 ‘합치기’의 물결은 왜 거세진 걸까. 우선 기존 은행권의 원 앱 전략은 인터넷 뱅킹이나 은행 서비스를 앱으로 단순 이전시키는 형태에 불과했다. 간편 송금 등 소비자 편의와 요구에 부합하는 혁신적 기능을 제공하지 못해 빅테크 앱과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또 빅테크의 채널 전략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김규림 삼정KPMG 이사는 “금융권에서 한국의 빅테크는 종합 생활 금융 플랫폼과 슈퍼 앱으로 거듭나며 금융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제조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또 마이데이터-마이페이먼트 등 개방화된 금융 환경이 조성되며 (이들이) 은행권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기존 은행권에선 디지털과 지점을 연계한 옴니 채널 전략을 취하고 핀테크나 기술 기업과 협력해 비대면 채널 전략을 고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직 갈 길은 멀다. 전부 한 앱에 모으다 보니 구석구석 어디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졌다는 지적이다. 앱을 제대로 이용하고 싶다면 곳곳에 있는 페이지 탐방이 먼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서비스가 추가될수록 앱 구동 속도도 신경 써야 할 문제다. 또 대중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과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빅테크와 ‘고객의 데이터 확보’ 부분에서 밀린다. 일례로 카카오톡·네이버 메일 사용 빈도가 은행권 앱 사용 빈도 대비 월등히 높다.

김 이사는 “빅테크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금융‧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활용해 슈퍼 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은행권의 앱 전략도 빅테크를 벤치마크하며 다양한 형태로 통합·분화되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은행권 앱이 커버하는 데이터의 범위와 고객과의 상호작용 자체가 빅테크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소액의 금융 상품에선 중·장기적으로 은행권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처럼 비용이 저렴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금융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업 금융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금융 상품의 영역에선 전통적 금융사가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