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신 회장, 풋 매수나 이자지급 의무 없다” 결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4월 28일 본사에서 열린 ‘비전 2025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사진=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4월 28일 본사에서 열린 ‘비전 2025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사진=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과의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관련 분쟁에서 일단 승기를 잡았다. 어피너티 측이 신 회장을 상대로 제시한 행사 가격(40만 9000원)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너티을 상대로 한 국재중재재판에서 승소했다고 6일 밝혔다.

교보생명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재판부는 신 회장이 어피너티가 제출한 40만 9000원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어피너티는 풋행사 가격 40만 9000원이 신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으나 중재 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신 회장이 기업공개(IPO)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무를 위반했다’는 어피너티의 주장에 대해 ICC 중재 재판부는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1명을 제외한 다른 이사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 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며 신 회장이 어피너티에 손해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ICC 중재 재판부는 또 어피너티의 주장과 달리 신 회장의 비밀유지의무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교보생명은 전했다.

반면 어피너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 회장 측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풋옵션 조항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신 회장 측 계약위반 책임이 인정됐다는 것이다.

이 소송은 2019년 3월 어피너티가 ICC에 중재 신청을 하면서 진행됐다.

어피너티는 2012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1조2000억원 규모)를 매각할 때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는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신 회장은 2015년까지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된 기한을 넘겼다. 어피니티는 추가로 3년을 제시했지만, 마찬가지로 IPO에 실패했다.

교보생명의 IPO가 무산되자 어피니티 측은 사전에 한 약속을 어겨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2018년 10월 2조 122억원(1주당 40만 9000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옵션 행사 가격에 반발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ICC까지 가게 됐다.

한편, 국재중재와 별개로 어피너티 임원과 이들로부터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를 수주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형사재판은 아직 국내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