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매수에는 ‘의문’…3기 신도시 사전 청약에 관망세 필수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경기 동두천 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 한국경제신문
경기 동두천 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 한국경제신문
수도권 저가 지역의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수도권 70곳 지역 시세를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누면 집값이 가장 저렴한 저가 지역에 경기도 9곳(안성·동두천·이천·평택·양주·용인 처인구·파주·오산 광주)과 인천 5곳(중구·동구·계양구·미추홀구·서구) 등이 포함된다.

해당 지역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20.9%나 올랐다. 이는 전국 평균인 14.1%는 물론 수도권 평균 18.5%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수도권 저가 지역 아파트 전성시대

올해 3~8월 27주 동안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 주간 상승률 1위 지역 중 절반이 넘는 15주나 저가 지역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중저가 지역이 10주로 2위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3개월(6~8월)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최근 3개월 13주 동안 11주나 저가 지역이 1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수도권 저가 지역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두고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첫째,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다. 규제 지역에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에 1채를 더 사려면 주택 규모에 따라 12.4~13.4%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취득세만 2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취득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은 저가 지역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은 세율 자체가 1.1~1.3%를 적용받아 공시가 1억원 이하 매물이 주로 있는 저가 지역을 찾는 것이다.

둘째, 20~30대의 내집 마련 추세 증가다. 과거에는 주택 시장의 주요 매수 연령대가 40~50대였다. 반면 20~30대는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종잣돈을 모으다가 40대가 되면 집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내집 마련에 조급해진 20~30대가 대거 주택 구입에 나서게 됐다. ‘패닉 바잉’이다.

그런데 20~30대는 40~50대보다 주택 매수 여력이 낮다.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고가 지역이나 중고가 지역 대신 저가 지역이나 중저가 지역에 주택을 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저가 지역 상승의 주된 원인일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진실보다는 가설에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3~7월 다섯 달 동안 20~30대가 매수한 비율을 살펴보면 이들 14개 저가 지역의 평균은 29.7%에 불과해 서울의 41.6%나 수도권 평균 36.1%는 물론 전국 평균 30.5%보다 낮은 편이다. 즉, 저가 지역은 20~30대가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셋째, 서울 집값이나 전셋값이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집값이나 전세가 저렴해 보이는 경기도나 인천으로 실수요자가 밀려나갔다는 설이다.

하지만 이 가설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만약 높은 서울 집값을 피해 실수요자들이 경기도나 인천으로 밀려났다면 경기도에서도 서울로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의 집값이 더 많이 올라야 맞지만 실제로는 동두천·평택·안성·오산과 같이 출퇴근이 불편한 지역이 더 많이 상승했다.

결국 이들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취득세 등 세금이 적게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도 집값이 오르고 있어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투자 수요나 투기 수요가 대거 몰려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저가 지역 투자 주의보…올해만 20.9% 급등[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지속 상승 저가 지역, 지금이라도 사야 할까

투자 관점에서 지속 상승이 예상되는 저가 지역에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하는 것이 맞을까. 저가 지역은 주택 수요가 적어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싼 편인데 매매가가 싸다는 것만 부각돼 저평가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저가 지역의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집값이 싸다’는 저가 지역의 유일한 장점이 사라지고 추가 투자 수요가 없어진다. 초기에 투자해 수익을 냈던 투자자들조차 그 집을 제값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라는 더 큰 위기가 아직 남아 있다. 고가 지역인 과천부터 저가 지역인 양주까지 수도권 지역에서만 총 37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3기 신도시가 공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도시에 안전하고 노동 강도는 약하지만 임금 수준이 높은 A 회사와 노동 강도는 중간 정도이고 임금 수준도 중간 정도인 B 회사 그리고 위험한 일을 많이 하지만 임금 수준이 낮은 C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누구나 A 회사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경쟁률이 높아 모든 사람이 입사할 수는 없다.

그런데 어느 날 B 회사에서 경력 사원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왔다면 어느 회사 직원들이 지원할까. A 회사 직원들은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는 반면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원하는 C 회사 직원들은 대거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3기 신도시가 공급되면 3기 신도시보다 입지가 좋은 지역이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3기 신도시의 평균적인 입지는 수도권에서 어느 정도일까.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지역과 공급 물량을 감안해 가중 평균을 내보면 올해 8월 말 시세 기준으로 ㎡당 674만원 수준이다.

이는 수도권 중가 지역(상위 40~60%)의 하단 부분에 해당한다. 결국 3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은 저가 지역(하위 20%)과 중저가 지역(하위 20~40%)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은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는 수도권 저가 지역이지만 추격 매수는 조심해야 한다. 투자는 당장 오르고 있는 곳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수-보유-매도’라는 사이클 전체에 걸쳐 세금까지 낸 후 수익이 얼마나 남느냐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