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매출 544억원 달성…자사몰 강화로 철저한 고객 분석 ‘성공 비결’

[비즈니스 포커스]
(/널디)
(/널디)
편한 옷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함께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Z세대들의 취향이 어우러져 ‘스트리트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브랜드가 주류를 이뤘던 1990년대의 거리 패션과는 조금 다르다. 최근엔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활약이 오히려 외국 브랜드를 앞지르는 추세다.

스트리트 브랜드 ‘널디’는 2017년 5월 브랜드 론칭 3개월 만에 매출 15억원, 지난해에는 연매출 544억원을 달성하며 놀라운 시작을 알렸다. 아이유·지코·빌리 아일리시 등 셀러브리티들이 착용해 관심을 모았고 연보라색 컬러와 오버핏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최근에는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 진입 1년 만에 30개로 매장을 확장하며 홍대 패션을 바꿔 놓고 있다.
연보라·오버핏으로 Z세대 옷장 차지한 ‘널디’

트랙슈트 열풍 등에 업고 온·오프 공략
널디의 성장 비결을 분석하기 전에 변화하는 패션업계의 트렌드를 먼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거리 두기가 확산되면서 집 안과 밖에서 모두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원 마일 웨어’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의 활성화로 정장보다 스트리트 브랜드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최근 인기 있는 아이템은 트랙슈트다. 상의와 하의를 맞춰 입음으로써 실용성과 멋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트랙슈트는 이제 운동복이 아닌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널디의 성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널디는 올해 상반기 3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다. 특히 트랙슈트 판매량이 늘면서 널디에서도 팬츠 매출이 300% 증가했다. 널디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트랙셋업 슈트의 판매 추이를 보면 상의 1 대 하의 0.7의 비율이었지만 코로나19 시국 이후 일대일의 비율로 올라왔다”고 말한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스키니진보다 와이드핏이, 딱 맞는 사이즈보다 넉넉한 오버사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Z세대는 과거 소녀시대가 유행시켰던 스키니진을 ‘맘핏(엄마가 입던 바지)’라고 부를 만큼 ‘오버핏’을 선호하는 세대다.

널디는 ‘널디핏’으로 불리는 오버핏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택하면서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널디 관계자는 “널디는 기본적으로 1~2인치씩 큰 사이즈로 이뤄져 있고 팬츠도 조금씩 긴 편이다. 이러한 오버핏이 젊은 층에겐 트렌디하게 다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트레이닝복’에서 볼 수 있는 슬림핏과 스탠더드핏이었더라면 널디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오버핏과 함께 널디의 또 다른 특징은 블랙과 화이트 등 기본 컬러 제품보다 다른 색깔의 인기가 더 높다는 점이다. 이는 널디의 상징 컬러인 보라색 제품의 높은 인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보라색 트랙슈트의 히트로 널디는 ‘컬러 맛집’이라는 별칭도 얻게 됐다. 올해 널디의 제품 판매량에서도 라이트퍼플·스카이블루 등이 출시 1개월 만에 약 3만 장이 완판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품질을 높이는 것에도 집중했다. 널디는 자체 개발을 진행한 한국 원단을 중심으로 제품을 제작한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의 국제 표준 테스트를 통과한 원단과 원사만 사용한다. 널디 관계자는 “널디는 품질 이슈가 발생한 적이 없고 고객들의 후기를 봐도 대부분이 품질에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고 말한다.
콘서트장에서 널디 'NY 트랙 퍼플'을 입은 아이유 (/유투브 '월아조운' 채널 캡처)
콘서트장에서 널디 'NY 트랙 퍼플'을 입은 아이유 (/유투브 '월아조운' 채널 캡처)

플랫폼 대신 자사 몰 확장 택해
패션업계는 고가의 명품과 패션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저가 브랜드는 패션 플랫폼 입점이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단일 브랜드 몰보다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는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모이는 것은 최근 패션업계에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 몰’에 집중하는 널디의 전략은 어쩌면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널디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D2C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자사 몰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렇게 자사 몰에 모인 고객들의 후기와 피드백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널디는 별도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리뷰의 상품별 만족도, 키워드 빈도, 연령대 등을 분석해 상품 기획에 반영한다.

널디는 자사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꾸준한 투자를 해 왔다. 자신의 체형을 입력하면 유사 후기를 자동으로 제시하는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널디 관계자는 “나이키의 성공 사례와 비교해 널디도 자사 몰을 중심으로 고객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널디에 따르면 자사 몰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다.
美팝스타 '빌리 아일리시'가 개인 SNS에 입고 나와 화제가 되었던 널디 스웻셔츠. (/빌리 아일리시 인스타그램 캡처)
美팝스타 '빌리 아일리시'가 개인 SNS에 입고 나와 화제가 되었던 널디 스웻셔츠. (/빌리 아일리시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널디는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총 544억원의 매출 중에서 해외에서의 매출이 17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 배경을 토대로 널디는 해외 각국에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선 대만·홍콩·일본에서는 플래그십 스토어와 함께 자사 몰 중심의 비즈니스를 전개 중이다. 미국에서는 자사 몰 중심으로 성장 중이고 중국에선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중국에서는 왕훙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널디에 따르면 1회 방송마다 준비되는 물량이 모두 ‘완판’된다고 한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서 인기지수 10위 안에 꾸준히 들고 있다.

일본에서 널디는 ‘최상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인지되고 있다. 이는 확고한 브랜드 세계관과 디자인 콘셉트가 일본 현지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현재 널디는 일본에서 플래그십 스토어 1곳과 자사 몰 판매를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만 벌써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널디에 따르면 최근 일본 연예계에서도 널디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 내 잡지·CF·드라마·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 부문에서 협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또 일본 내 메인 브랜드들의 컬래버레이션 섭외도 활발하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가 패션업계의 트렌드를 바꿔놓은 만큼, 각 브랜드들이 '위드 코로나'에는 어떤 시기로 대응할 지도 관심사다. 널디 관계자는 "널디는 코로나 이전에도 메인 타겟층인 MZ세대에 큰 인기를 누렸고 매니아층을 형성했다"며 "코로나가 완화되더라도 스타일에는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스포티 캐주얼에서 스트릿브랜드로 확장한 것이 널디의 성공 비결이기 때문에, 캐주얼 브랜드와의 경계를 머물며 '1000억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