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이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선도하며 산업계의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기조로 바꿨다면 한국에선 은행권이 ‘기후 금융’ 논의를 이끌고 있다. 그 선봉에 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넷제로(net-zero) 전략을 짚어봤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승부를 걸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신년사에서 “ESG 경영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ESG 경영을 선도하는 KB가 돼야 한다”고 단언한 만큼 ESG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월 금융권 최초로 은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ESG 추진위원회’를 신설하며 ESG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이 위원회에선 탄소 배출 저감, 친환경 상품·투자 활성화, 리스크 관리 체계 정립 등 ESG 주요 추진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그룹의 ESG 방향과 연계한 ESG 스타(STAR) 전략을 수립하며 ESG 경영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이 전략을 통해 KB금융그룹이 수립한 ‘KB 그린 웨이(GREEN WAY) 2030’과 중·장기 탄소 중립 전략 ‘KB 넷제로 스타(Net Zero S.T.A.R)’를 달성하는 데 힘쓰겠다는 목표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으로 확대하고 그중 25조원을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포부다. 또 그룹 내부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2040년까지 ‘0’를 달성하고 그룹사가 대출·투자한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2050년까지 ‘0’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우선 KB국민은행은 ESG 금융 상품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올해 4월 ‘KB 그린 웨이브(Green Wave) ESG 우수 기업 대출’ 상품을 공개, 자체적으로 선정한 ESG 평가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 금리·한도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5월엔 필(必)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KB 그린 웨이브 1.5도 금융 상품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KB맑은하늘 금융상품, KB맑은바다에 이은 친환경 특화 상품으로 예금·신탁·카드로 구성된다. 상품 가입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기후 변화 대응 및 탄소 배출 감축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친환경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금융 자문 및 신디케이트론(두 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 또는 은행단을 구성해 일정 금액을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 주선 역할을 활발히 수행 중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도 ‘한국판 뉴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총 1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ESG 채권 발행도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은 친환경·친사회적 사업 지원을 위해 총 6조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올해 3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은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 한국 저탄소 녹색 사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기후 변화 대응 재무 정보 공개(TCFD) 권고안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방안도 마련 중이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 분석을 수행해 고탄소 배출 산업을 식별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파악한다. 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신용 평가 시 ESG 관련 평가 가이드라인을 정비한다. 기업의 ESG 활동 평가 결과를 기업 신용 평가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하고 이 같은 ESG 기반의 투자·대출 평가를 통해 채무 기업의 ESG 경영 강화를 촉진한다.
KB국민은행은 올해 2월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향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여신 취급 시 위험 등급을 분류해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도원칙 절차에 기반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은행 내부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감축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본사에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는 등 자체 전력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은행 내 친환경 업무용 차랑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본부 업무용 전기차 24대, 수소차 2대를 도입했다. 2021년까지 약 500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배치할 계획이다. 올해 4월엔 환경부가 주관하는 ‘2030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선언에 동참했는데, 이번 무공해차 전환 선언을 시작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무공해차 비율을 높여 향후 1000여 대까지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그린 먼데이(Green Monday) 프로그램도 내부 탄소 배출량 감축 사업의 일환이다. KB국민은행은 매주 월요일 구내식당 메뉴를 저탄소 식단으로 구성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저탄소 식단은 채소와 과일 등 식물성 식품을 제공하는 식단으로, 동물성 식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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