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상반기 한국 게임 시장
하반기…크래프톤‧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 주목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로 반격 채비

[화제의 리포트]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게임 산업 여름이 가고 겨울 성수기가 온다’를 선정했다. 안 애널리스트는 “게임 시장 최대 성수기인 겨울방학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대작 출시를 앞둔 게임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지난 8월 2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가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지난 8월 2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가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여름 성수기 시즌(6~8월)에는 다수의 신규 게임이 양호한 성과를 거두면서 기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게임들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넷마블의 제2의 나라 및 마블퓨처레볼루션,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 웹젠의 뮤아크엔젤2와 같은 신규 대작들이 출시됐고 네오위즈의 블레스언리쉬드, 위메이드의 미르4,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 킹덤처럼 기존에 출시됐던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낸 사례도 있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은 리니지가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던 한국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오딘은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마블과 같은 과거에 히트했던 주요 지식재산권(IP)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반면 겨울은 11월 지스타 게임쇼를 시작으로 다음 해 2월까지 이어지는 최대 성수기다. 연중 매출이 가장 크게 발생하고 모든 게임 회사들이 집중하는 시기다. 특히 게임 회사들은 지스타 게임쇼 기간 전후로 다양한 신규 게임들을 공개하고 마케팅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된다. 유저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엿볼 수 있는 시기다. 하반기 신작에 다시 주목할 때
사진=크래프톤 제공
사진=크래프톤 제공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크래프톤의 ‘펍지 뉴 스테이트(PUBG:New State)’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펄어비스의 ‘검은 사막 모바일(중국)’,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가 주목된다.

특히 올겨울 가장 기대되는 대형 신규 게임은 크래프톤의 PUBG : New State다. 전작인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은 2017년 출시 이후 글로벌 연간 총매출이 6조원을 넘어서며 큰 성공을 거뒀는데 후속작인 PUBG : New State가 10월 말이나 11월 초 출시될 예정이다.

슈팅(FPS)이나 배틀로얄 장르의 특성상 게임의 형태가 크게 바뀌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전작과 기본적인 구성은 유사해 자기 잠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준 높은 그래픽 퀄리티, 현실적인 사운드, 다양해진 이동 수단과 무기 등을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출시된 지 4년이 됐기 때문에 매출 순위가 하락한 미국·한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전작 출시 시점에 중국 최대 비디오 게임 업체인 텐센트가 퍼블리싱(배급)하면서 다양하게 전개하지 못했던 유명 IP·브랜드와의 협업도 본격적으로 개시해 부가적인 매출도 기대된다.
사진=한국경제신문DB
사진=한국경제신문DB
한국의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사업자로,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았던 엔씨소프트는 연내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인 리니지W를 통해 명예 회복을 준비 중이다. 리니지W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엔씨소프트의 첫째 MMORPG로, 최근 글로벌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둔 검은 사막 모바일, 미르4 수준 이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현재 한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도 카카오게임즈에 내준 상황이다. 게다가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를 중심으로 지켜온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작인 ‘리니지W’로 인해 반등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펄어비스는 검은 사막 모바일의 중국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판호(게임 판매 허가권)를 발급받았고 퍼블리셔인 텐센트를 통해 사전 예약을 실시하고 있어 연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플랫폼 사인 텐센트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어 출시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사전 예약이 8월 11일부터 진행되고 있고 이미 판호를 발급받았다는 점에서 출시 지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16세 이상 등급으로 심의를 받았고 MMORPG 장르의 특성상 중국 정부의 청소년 셧다운 제도 강화에 따른 매출 부진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름 시즌을 휩쓴 카카오게임즈는 6월 말 출시한 ‘오딘 : 발할라라이징’이 견조한 성과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에는 ‘오딘’의 대만 출시도 예정돼 있는데 한국 MMORPG를 선호하는 시장의 특성상 양호한 성과가 예상돼 또 한 번의 모멘텀이 기대된다.

또 내년 초 ‘우마무스메 : 프리티더비’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우마무스메는 2월 출시 이후 일본 앱스토어에서 7월까지 줄곧 1위를 기록한 게임이다. 경주마를 미소녀 캐릭터에 의인화해 트레이너로서 이들을 육성하고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형태다.

한국 게이머들의 취향에서는 다소 벗어나지만 경마의 특징을 잘 묘사했고 높은 애니메이션 그래픽 퀄리티와 스토리라인 등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업체의 세대교체?
사진=한국경제신문DB
사진=한국경제신문DB
지난 20년간 한국의 게임 시장을 선도해 왔던 3N(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흥 게임 업체들(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의 성과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게임 업체들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2~3년 동안은 기존 3N과 신흥 세력의 상호 경쟁과 발전이 한국 게임 산업 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1세대 게임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은 이미 2020년 기준으로 연매출 2조원대를 기록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자금력과 우수한 인력들로 퀄리티 높은 게임들을 개발해 왔다.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이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한 게임들에 대해 높은 기대를 할 수밖에 없고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망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 게임도 일종의 창작물인 만큼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미 등을 다 충족해야 하는데, 모든 게임마다 이러한 부분을 다 채우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사례로 볼 수 있듯이 기대작이 성과에 못 미이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한다.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로 대변되는 2세대 게임 개발사들은 장르의 다변화, 다양한 인수·합병(M&A),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FPS에 기반한 배틀로얄 장르를 전 세계에 유행시켰고 PC·모바일·콘솔을 아우르는 플랫폼에 대한 대응력을 가지고 있다. 펄어비스도 검은 사막을 모든 플랫폼에서 선보이며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게임즈는 채널링에서 시작해 퍼블리싱과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게임을 오프라인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표방하며 카카오VX(스크린골프 사업 운영), 세나테크놀로지(스포츠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라이프MMO(위치 기반 게임 개발) 등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3N 업체에 비해 가벼운 조직과 빠른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성공한 게임 라인업이 많지 않다. 크래프톤을 제외하면 자금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정리=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