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개발 합병 후 시공능력 12위로 껑충…개발형 사업도 시너지 기대

[비즈니스 포커스]
DL건설이 분양하는 충북 진천 e편한세상 예상도. 출처: DL건설
DL건설이 분양하는 충북 진천 e편한세상 예상도. 출처: DL건설
DL건설이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DL이앤씨에 이어 메이저 건설사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고려개발을 흡수·합병한 후 1년여가 지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DL건설의 시작은 1956년 설립된 ‘천광사’다. 1968년 건설업 면허를 취득했고 1974년 동강기업을 인수해 삼호주택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격적인 주택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1976년에는 해외 건설업 면허를 취득해 이듬해 쿠웨이트에 첫 해외 지사를 세우고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984년에는 대림산업이 위탁 운영을 맡았고 1986년 산업 합리화 조치에 따라 대림그룹에 정식 인수돼 대림산업과 고려개발 등과 함께 건설부문의 3대 축을 이뤘다. 1994년 삼호유통, 1999년 대림흥산을 각각 합병한 후 지난해 7월 고려개발과 합병해 대림건설로 사명을 변경했다.

관계사인 대림산업이 DL이앤씨로 사명을 변경하자 대림건설도 올해 3월 ‘DL’을 활용해 DL건설로 변경했다. DL건설은 DL이앤씨와 브랜드 아파트 ‘e편한세상’을 공유하며 ‘형제 관계’를 구축해 왔다.

고려개발 흡수 1년, 시공능력평가 5계단 상승

DL건설은 고려개발을 흡수·합병한 후 메이저 건설사 반열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잘 나타난다. 올해 7월 말 발표된 2021년 건설 업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DL건설은 지난해보다 5계단 상승한 12위에 랭크됐다. 대기업집단의 주력 건설사가 1~11위에 모두 포진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 전문기업으로서 DL건설의 위상은 최고 수준이다.

핵심 건설 시장인 주택 정비 사업 분야에서 메이저 건설사에 버금가는 수주 경쟁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 순위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DL건설은 2015년 이후 주택 경기 호조에 힘입어 민간 사업을 중심으로 개선된 수주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고려개발 합병으로 수주 잔액을 확충하고 대규모 정비 사업을 따내면서 주택 정비 사업에서 업계 8위에 해당하는 1조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9~12위는 메이저 건설사인 삼성물산·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SK건설 등이다.

해당 사업 부문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다. 올해 역시 8월 말까지 서울 목동과 인천 등에서 4000억원 규모의 정비 사업 물량을 수주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DL건설의 수주 경쟁력과 수익성, 재무 구조 등은 중견 건설사 중에서 가장 앞선 수준”이라며 “모기업 브랜드 아파트인 e편한세상을 발판으로 정비 사업 등 핵심 건설 시장에서 메이저 건설사와 맞먹는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DL건설의 2019~2020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11.2%, 11.7%다. 올해 상반기에는 12%대로 들어섰다. 비슷한 순위의 중견 건설사 대비 2배 가까이 높다.
DL건설, 메이저 건설사 면모를 갖추다
브랜드파워·자금력 기반으로 개발형 사업 본격 추진

DL건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1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7654억원) 대비 20% 늘었다. 도시 정비 사업이 포함된 민간 건축 공사 매출이 6384억원으로 총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69억원, 순이익은 905억원을 달성했다.

수주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 정도 늘었다. 고려개발을 지난해 7월 흡수·합병한 영향이다. 올해 상반기 수주 잔액은 5조24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8653억원)보다 83.2%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DL건설의 현재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개발형(디벨로퍼) 사업 수주 잔액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발형 사업 없이 높은 수준의 마진을 내고 있다는 것에 건설업계는 놀랍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도급 위주의 사업 구조는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메이저 건설사처럼 자체 주택과 사회간접자본(SOC) 민자 사업 등 개발형 사업을 일정 수준 이상 수주해야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이를 통해 향후 풍부한 현금성 자산이 개발형 프로젝트 추진(토지 매입·지분 출자 등)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DL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순현금은 4100억원이다.

고려개발이 쌓아 온 개발형 프로젝트 노하우도 관련 사업 추진에 시너지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개발은 앞서 거제도 매립 사업과 용산 아크로타워, 천안 종합 휴양지 등 대규모 개발 사업과 20여 개의 SOC 민자 사업에 참여해 디벨로퍼 경험이 풍부하다.
DL건설, 메이저 건설사 면모를 갖추다
이와 함께 주택 분양도 순조롭다. DL건설의 올해 분양 목표는 6700가구였지만 인허가 일정 지연 등으로 4900가구로 낮춘 상황이다. 당초 목표치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분양 공급 3593가구와 비교해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분양 물량은 2325가구로 목표의 절반 정도를 달성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편한세상을 기반으로 올해 분양 계획은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브랜드 아파트를 바탕으로 수주·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3년간의 일감은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L건설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든다는 e편한세상의 브랜드 가치로 차별화된 주거 철학을 제시해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개발형 사업 추진으로 대형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