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평등 심화했지만 투자 시장 접근성 높아져…디지털 자산 시대, 커뮤니티 가치 주목해야

[비트코인 A to Z]
도지코인 일러스트./한국경제신문 DB
도지코인 일러스트./한국경제신문 DB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가진 자는 더 가지고 못 가진 자는 더 못 가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빠진 ‘영끌족’ 혹은 ‘빚투족’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때 집을 샀더라면’, ‘그때 주식을 샀더라면’, ‘그때 비트코인을 샀더라면’이라면서 누군가는 벼락부자가, 누군가는 벼락거지가 되는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금융의 민주화, 커뮤니티화

최근 발표된 서울의 평균 집값은 11억원에 달한다. 이제는 월급만으로 집을 살 수 없다며 모두가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행히 요즘엔 유튜브·팟캐스트·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금융 정보를 접하고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로빈후드·미니스탁·토스 등과 같은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투자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투자은행(IB)·벤처캐피털(VC)·헤지펀드 등 기존 월스트리트의 소유물이었던 금융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과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주식을 단순히 세컨더리 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비상장 기업의 비전과 방향성에 동의하는 조합원을 구성해 초기 지분을 구매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엔젤리그는 스타트업의 주식을 공동 구매 형태로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소액으로도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구매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엔젤리그의 평균 수익률은 107%에 달했다. 특히 야놀자·컬리·크래프톤·토스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인 스타트업)은 그 이상의 엄청난 수익률을 달성했다.

해외 비상장 주식 투자 플랫폼 트위그는 로빈후드·스페이스엑스·크라켄 등에 유망한 해외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식과 디지털 자산을 연동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테슬라·애플·구글 등 미국 기업의 주식을 암호화폐와 연동한 상품을 출시했다.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테라(Terra)는 주식 등 금융 자산 기반의 합성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발행함으로써 특정 국가나 규제 기관의 검열받지 않고 누구나 24시간 어디서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존 전통 금융 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자산 관리에 대한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플랫폼이 등장했고 저담보 대출을 통해 암호화폐를 공매도할 수 있는 플랫폼도 나왔다. 또한 누구나 자신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인덱스 펀드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도 생겨났다.

앞으로 암호화폐의 개방형 금융 플랫폼과 같이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전통 금융권만이 지녔던 권한과 기회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점차 주어질 것이다. 기관투자가와 대형 은행권들에만 유리했던 기존 금융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시도들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해소됐다.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간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투자자들은 커뮤니티를 이뤘고 전통 자산이 아닌 롱테일의 새로운 자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한창 뜨거웠던 ‘게임스탑’ 사태가 그 예시다. 월스트리트벳(WSB)의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들의 공매도에 분노하고 전략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면서 공매도 세력들을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시켜 버린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건의 진원지는 월스트리트벳이라는 레딧의 한 커뮤니티다. 레딧 커뮤니티는 트위터와 함께 월스트리트벳의 밈(meme) 문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을 이를 포워딩하고 공유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됐다.

암호화폐 중 하나인 도지코인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월스트리트벳·트위터 커뮤니티에서 도지코인을 외치며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밈 문화와 힘입어 도지코인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주목받게 됐다.

게임스탑과 도지코인을 사례를 보아 이 밈 문화를 주도한 것은 월스트리트벳과 트위터의 주요 사용자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다. 이들은 밈을 잘 만들고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밈을 활용해 일종의 문화를 만들어 냈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 자산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이를 주도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특정 자산에 대한 새로운 부가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 커뮤니티는 그들만의 합의 구조를 만들게 되고 이에 속한 사람들은 유대감·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연방 은행이 찍어내는 달러와도 비슷하다. 달러라는 화폐의 가치도 특정 커뮤니티의 합의(달러의 경우 모든 국가의 합의)와 믿음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의 패권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약 80년간 유지해 오면서 점차 그 힘이 약해지고 있다. 2008년 이후 양적 완화를 실시하고 2020년 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제한적으로 달러를 유통시켰다. 달러의 가치가 약해지면서 달러와 화폐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졌고 새로운 자산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비트코인과 명품 브랜드, 대체 불가능한 토큰(NTF)도 그렇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트코인 지지자들의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비트코인에 대한 가치가 형성된다.

명품 브랜드는 이들만의 철학이 있고 명품을 좋아하는 팬덤이 형성돼 있다. 명품은 일반적인 상품이 줄 수 없는 명품 브랜드만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명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고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 있다.

명품처럼 NFT를 좋아하는 팬덤과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비싸고 희소성 있는 NFT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모이면 NFT에 대한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는 특정 자산이 아닌 ‘특정 사람’에 대한 가치도 만들 수 있다. 연예인·유튜버·크리에이터처럼 커뮤니티가 응원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토큰(퍼스널 토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커뮤니티와 교류할 수 있게 된다.
당근마켓 앱화면 갈무리/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 앱화면 갈무리/당근마켓 캡처
커뮤니티의 가치와 돈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3조원의 가치 평가를 받고 투자를 마무리했다. 기업 가치 3조원은 한국 대형 유통 기업 신세계그룹보다 높은 수준이다. 당근마켓이 단순하게 중고 거래만을 중점으로 했다면 이런 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근마켓의 강점은 중고 거래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에 있다. 당근마켓은 특정 지역의 사용자들을 위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중고 거래뿐만 아니라 동네 맛집과 카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커뮤니티의 가치와 힘은 강력하다.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아래에서 위로(bottom-up)’ 방식의 가치 창출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회적인 변화를 조금씩 일으키는 중이다.

앞으로 특정 자산 혹은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뤄질 때 커뮤니티의 요소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세상과 디지털 자산의 시대가 도래할수록 사람들이 형성하는 커뮤니티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커뮤니티가 권력이고 돈이 될 수 있다.

예준녕 디스프레드 공동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