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2차전지 소재 기술 선점 위한 투자 박차…파이낸셜 스토리 실현 잰걸음
[비즈니스 포커스] 투자 전문 지주회사 SK(주)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핵심 계열 회사인 SK머티리얼즈 합병을 발표한 뒤 2025년까지 5조1000억원을 첨단 소재 사업에 투자해 글로벌 1위로 도약한다는 구체적 청사진을 발표해 시장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합작 법인의 기업 가치 제고 효과 주목
SK(주)는 최근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SK(주) 첨단 소재 파이낸셜 스토리 투자자 간담회’를 열었다. SK(주)는 이 자리에서 2025년까지 반도체 소재 사업에 2조7000억원, 화합물 반도체 소재에 1조원, 차세대 2차전지 소재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첨단 소재 사업이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합병에 따른 양 사의 주주 가치 제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합병 법인이 시장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미래 사업 가치를 인정받는 첨단 소재 투자 영역을 내재화함으로써 펀더멘털을 다지고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SK(주)는 신주를 발행해 SK머티리얼즈 주식과 교환하는 소규모 합병 형태로 SK머티리얼즈를 흡수·합병한다. SK머티리얼즈 보통주 1주당 SK(주) 보통주 1.58주가 배정될 예정이다. 합병은 SK머티리얼즈가 특수 가스 등 사업 부문 일체를 물적 분할해 신설 법인을 만들고 동시에 존속 지주 사업 부문이 SK(주)와 합병하는 형식이다. 특수 가스 신설 법인은 사업 회사로서 사업 경쟁력과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게 된다. 합병 절차는 10월 29일 SK머티리얼즈 주주 총회와 SK(주) 이사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SK(주)와 SK머티리얼즈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첨단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합병을 결정했다. 첨단 소재 분야는 전기차의 대중화와 인공지능(AI) 등 고부가 핵심 기술의 출현으로 지속적 투자와 경영 전략 고도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SK(주)가 보유한 글로벌 투자 관리 역량과 재원 조달 능력이 SK머티리얼즈의 풍부한 사업 개발 경험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합병 법인의 첨단 소재 사업 경쟁력이 단기간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SK(주)는 투자자 간담회를 통해 글로벌 주요 소재 기술 기업들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협업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주)는 2016년 SK머티리얼즈(구 OCI머티리얼즈), 2017년 SK실트론(구 LG실트론)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반도체 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첨단 소재 분야 포트폴리오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전기차 2차전지 소재 분야로 외연을 확대해 왔다. SK(주)가 첨단 소재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올해에만 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머티리얼즈 역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합작 법인 설립 등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분야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음극재 개발사인 미국 그룹14(Group14 Technologies)와의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양 사의 시너지가 결합돼 차세대 첨단 소재 선점을 향한 투자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소재 시장 선점…양 사 주주도 ‘윈-윈’ 투자업계에서는 SK(주)의 구체적 첨단 소재 투자 전략 발표에 대해 과거에 없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반도체와 2차전지 소재 밸류 체인 전방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첨단 소재 부문이 SK(주) 중심으로 일원화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머티리얼즈와 합병을 결정하며 SK(주)의 투자 재원과 SK머티리얼즈의 제조·분석 역량이 SK(주) 중심으로 일원화된 것처럼 SK그룹의 첨단 소재 역량이 SK(주) 중심으로 확장될 전망”이라며 “전문 가치 투자자로서 SK(주)의 기업 가치 상승에 첨단 소재 부문의 높은 기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의 주주들은 합병을 통해 기존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사업에서 SK(주)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 화합물 반도체, 2차전지 등 고성장 사업의 투자 효과는 물론 SK(주)가 보유한 바이오·그린·디지털 등 핵심 포트폴리오의 가치도 공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재무적 성과가 합병 법인 주주 환원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긍적적 평가가 나온다. SK(주)는 그동안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배당 확대를 기본 원칙으로 재무 현황과 투자 규모를 감안해 배당 규모를 결정해 왔다. 투자 전문 회사에 걸맞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이익을 실현하면 이를 배당 재원으로 반영하는 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SK(주)의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주당 총 7000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올해 중간 배당은 주당 1500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SK머티리얼즈 주주는 보통주 1주당 SK(주) 보통주 1.58주를 배정받는 만큼 주당 배당액이 기존 4000원(SK머티리얼즈 연간 배당금)에서 1만1045원(SK(주) 연간 배당금 7000원×합병 신주 배정 1.58주 기준)으로 약 2.8배(주당 7045원)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SK(주)는 SK머티리얼즈의 특수 가스 사업 등 신설 법인에 대해서도 전방 산업의 견고한 수요가 전망됨에 따라 증설 등 지속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견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SK머티리얼즈 특수 가스 사업 부문의 주력 제품인 삼불화질소(NF₃)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제조 공정에서 잔류물을 제거하는 세정 가스로 사용된다.
SK머티리얼즈는 NF₃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3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배선 형성 공정상 금속 접착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증착 가스인 육불화텅스텐도 글로벌 시장의 36%를 점유 중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제조 공정에서 규소(Si) 절연막이나 규소 반사 방지막 형성 시 증착 가스로 사용되는 모노실란(SiH₄)은 43%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신설 법인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기존 글로벌 우량 고객사와의 계약은 물론 주력 제품 생산 기술의 일체를 이어 받아 안정적 사업 환경을 이어 갈 예정이다.
SK(주) 관계자는 “제한적 투자 재원과 전문 투자 역량 등을 고려하면 향후 SK머티리얼즈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과감한 매각, 사업 구조 조정 등 고도의 경영 전략을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고 양 사의 합병 시너지가 훨씬 클 것으로 판단했다”며 “합병 법인은 SK(주)와 SK머티리얼즈가 보유한 역량을 결집해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친환경 소재 사업에서 단기간 차별화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주주 환원 제고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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