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시동’…진격의 K배터리 CEO
지동섭 SK온 사장

[스페셜 리포트]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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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섭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돼 설립된 새로운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돼 독자 경영에 나섰다.

지 사장은 “SK온은 가장 안전하고 오래가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 사장은 1990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해 SK텔레콤에서 미래경영실장·전략기획부문장 등을 지낸 SK그룹의 대표적인 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SK텔레콤에서는 30대에 임원으로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지 사장은 SK루브리컨츠를 이끌면서 2년간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직속으로 배터리 사업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E모빌리티 그룹의 리더를 겸임했다. 배터리 생산 중심의 사업 구조를 뛰어넘어 배터리 관련 전방위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밑그림을 그려 왔다.

지 사장은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대표를 맡으면서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톱 자리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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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1위 향한 성장 스위치 켰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소송 합의와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설립에도 관여했다. 지 사장은 강한 업무 추진력과 온화한 성품을 소유한 외유내강형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하자 양 사가 배터리 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도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초대 사장에게 먼저 축하 서신과 함께 “배터리 산업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자”고 전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SK온은 현재 연간 40GWh 수준인 생산 능력을 2023년 83GWh, 2030년 500GWh 이상 확대해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포드와 세운 블루오벌SK를 통해 10조2000억원(약 5조1000억원씩)을 공동 투자해 총 129GWh 규모의 미국 내 배터리 합작 공장 3곳을 짓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설될 배터리 공장은 미국 테네시 주에 1곳, 켄터키 주에 2곳이 들어설 예정이다. SK온은 블루오벌SK 투자를 통해 단숨에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선두 기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기업공개(IPO) 시점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된다.

지 사장은 독자 경영을 시작한 뒤 첫 행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대학의 석·박사 출신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핵심 인재 영입에 나섰다. 현재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최대 고민은 기술 인력 부족 문제다.

해외 생산 공장을 늘리면서 외국 인재들이 많이 필요해졌는데 전기차 시장 개화에 따라 인재 영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배터리 공급 확대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SK온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지 사장은 10월 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FP 배터리는 비싼 코발트와 니켈 등이 필요 없어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생산해 왔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 불안정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슈로 안전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SK온의 주요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도 LFP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기로 했고 테슬라도 일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이 LFP 배터리를 개발하면 기존 하이니켈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시장뿐만 아니라 중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까지 가능해진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