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명가로 거듭나는 길 험난…부채 1조원 산은 지원 없이 해결 불가능

[비즈니스 포커스]
쌍용차 경기 평택 공장. 사진=한경DB
쌍용차 경기 평택 공장. 사진=한경DB
“새우 중에서도 작은 크기인 크릴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전기버스 전문 기업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자 자동차업계 등에서 나타난 반응이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에디슨모터스의 32배나 된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2조9297억원, 에디슨모터스는 897억원에 불과하다. 실적뿐만 아니라 기업 규모나 임직원 등 모든 면에서 양 사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인수 자금 마련과 노동조합의 반발, 적자 해소 등 최종 인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매출만 32배 차이”…쌍용차 삼킨 에디슨모터스, 자금·노조·적자 삼중고
에디슨모터스 두고 안도·우려 상반된 시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우선협상자에 선정되자 업계에서는 두 가지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선 쌍용차가 외국 계열이 아닌 한국 기업에 다시 인수된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이 많다.

쌍용차는 고(故) 하동환 한원그룹 회장이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가 모태다.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86년 당시 재계 5위였던 쌍용그룹에 인수되며 쌍용차가 됐다. 무쏘·코란도·체어맨·렉스턴 등 쌍용차를 대표하는 차량이 이 시기에 제작됐다.

하지만 한국을 뒤흔든 외환 위기로 쌍용그룹도 휘청이며 1998년 대우그룹에 넘어갔지만 대우 역시 풍파를 견디지 못해 채권단에 쌍용차를 넘겨야만 했다. 결국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넘어갔다.

에디슨모터스가 남은 인수 절차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면 쌍용차는 2004년 이후 17년 만에 한국 기업의 품에 돌아오는 셈이다.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을 당시 수많은 기술 유출 논란 등이 불거진 전례를 보면 해외 자본이 아닌 에디슨모터스가 인수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의견이 많다.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에 물음표를 던진다. 쌍용차의 부채 규모는 7000억원이다. 그중 인수 후 곧바로 갚아야 할 공익 채권만 4000억원에 달한다. 공급망 유지를 포함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전기차·신차 개발 등에 투입될 자금을 합하면 1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자금으로 3100억원을 제시했다. 공익 채권을 막는 것만도 벅차다. KDB산업은행에서 2조원 규모의 쌍용차 자산을 담보로 7000억~8000억원을 대출 받을 계획이지만 KDB산업은행은 금융 지원에 대해 보수적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조달과 사업 지속성 등에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국회 국정 감사에서 “에디슨모터스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 수준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지만 사업성이 판단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청사진’이 단순 목표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쌍용차를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고 내년까지 10종, 2025년까지 20종,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내놓고 테슬라·폭스바겐·도요타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회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직후 “판매 중인 모든 쌍용차 내연기관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꿀 생각”이라며 “2030년에는 매출 10조원의 순이익이 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상용화를 주도하는 가운데 ‘막차의 막차’를 타는 쌍용차가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에서다. 쌍용차의 지난해 영업 손실은 4460억원이다. 현재는 흑자 전환도 요원한 상황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1톤 전기트럭, 9.3m 전기저상버스, 8.8m 전기저상버스를 생산·판매하며 전기모터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에 해당 기술력이 이른 시간 안에 이식될 수 있을지도 변수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출처: 한국경제신문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출처: 한국경제신문
180명 vs 4612명, 100% 고용 승계 가능할까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노동조합이라는 큰 산도 넘어야 한다. 에디슨모터의 임직원은 180여 명, 쌍용차는 4612명으로 25배 차이다. 구조 조정 없는 100% 고용 승계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쌍용차는 그동안 임직원을 줄이지 않기 위해 복지 반납과 임금 축소 등을 실시해 왔다. 올해 6월부터는 무급 휴업을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고강도 자구안도 이행 중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무급 휴업 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지금보다 많은 생산량이 필요하다며 인위적인 구조 조정을 절대 단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 임직원의 협조 없이 인수 작업 완료는 불가능하다며 구조 조정에 대한 여지는 남겨 뒀다.

강영권 회장은 “쌍용차는 구조 조정으로 살아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며 “임직원이 이미 무급 휴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력을 줄인다고 해도 적자가 나는 기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2~3교대를 해서라도 20만 대 이상 생산·판매해야 흑자 전환되고 30만 대 구조가 완성돼야 회생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반면 KDB산업은행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노조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자금 지원도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노조 간 갈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원 감축 없는 경영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쌍용차 노동자는 내연기관차를 생산해 왔던 이들로 하루빨리 전기차를 개발하려면 인력을 교체해야 한다. 100% 고용 승계는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