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2023년까지 2조5000억원 투입…물류 전 영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즈니스 포커스]
CJ대한통운 직원들이 통합관제센터에서 물류센터 현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직원들이 통합관제센터에서 물류센터 현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사진=CJ대한통운)
대규모의 인력을 활용하던 전통적 노동 집약형 산업인 물류 시장이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물류 시장에도 도래하면서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이 중심이 된 첨단 산업으로서의 혁신을 시작하고 있다.

물류업계는 AI, 빅데이터, 자동화 로봇·설비 등을 활용한 효율적인 물류 전략이 향후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연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의 랙이송 AGV 기반 피킹 시스템.(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의 랙이송 AGV 기반 피킹 시스템.(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올해의 쾌거는 ‘디지털 트윈’”
CJ대한통운은 11월 14일 2023년까지 ‘혁신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물류 현장에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CJ대한통운은 기술을 각 사업 현장에 접목하기 위해 핵심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TES물류기술연구소’에 힘을 쏟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기존 물류 연구소를 ‘TES물류기술연구소’로 변경해 대대적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TES물류기술연구소는 빠르게 변화하는 물류 산업에 발맞춰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고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며 시스템이 사람을 리딩하는 물류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IT를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키워 왔다. 먼저 TES물류기술연구소와는 별도 조직인 ‘정보전략팀’에서 전사적 IT를 총괄 중이다. 이 밖에 택배 이커머스, 계약 물류, 포워딩 등 각 사업부에도 IT 업무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파트를 운영한다.

CJ대한통운은 IT와 이커머스 관련 전문 인력을 800명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최고의 기술 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조기 확보하고 이들이 성과를 창출하도록 인사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전문화된 교육 체계를 구축해 개개인의 기술 전문 역량을 더욱 높이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과는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CJ대한통운의 최대 성과는 ‘디지털 트윈’이라고 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현실 물류센터와 동일한 환경의 가상 세계 물류센터를 구축해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올해 말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물류 설비의 위치, 작업 속도, 작업자 동선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볼 수 있어 프로세스 개선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현장의 데이터를 모아 AI가 각 시나리오를 학습해 몇 시간이 걸릴 일을 수초에서 수분 만에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을 접목해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은 물론 현장 프로세스의 혁신 스피드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CJ대한통운은 이송 로봇, 로봇 팔, 자동 분류기 등 여러 종류의 자동화 로봇·설비를 통합 관리하는 ‘물류센터 제어 시스템(WCS : Warehouse Control System)’을 전국 물류센터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WCS는 자동화 물류센터에서 중추신경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물류 창고 관리 시스템(WMS : Warehouse Management System)에서 송출된 출고·입고·보충 등과 같은 오더 정보는 가장 먼저 WCS로 보내진다. WCS는 WMS에서 받은 오더 정보를 식별해 고정 노선 이송 로봇(AGV : Automated Guided Vehicle), 자율주행 이송 로봇(AMR : Autonomous Mobile Robot), 디팔렛타이저(depalletizer) 등 물류센터 내에 있는 자동화 로봇·설비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CJ대한통운은 WCS의 도입으로 자동화 프로세스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체계적 관리 아래 운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게 됐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류 전 과정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가능
이와 함께 CJ대한통운은 타사와의 협업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먼저 CJ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 프로그램 ‘CJ 오벤터스(O!VentUs, Open+Venture+Us)’를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스타트업·연구소와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TES물류기술연구소에서는 ‘물류센터 내 이동 자원 트레킹 기술’이라는 주제로 CJ그룹 통합 오픈 이노베이션인 ‘오벤터스’ 4기에 참여했다. 오벤터스 4기에 선발된 모션투에이아이와 함께 물류센터 내 지게차와 피킹 카트 등 동적 자원의 실시간 위치를 측정하고 이를 시각화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IT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CJ대한통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한진은 대전에 AI를 활용한 자동 분류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물류센터 기공에 첫 삽을 떴다. 이 물류센터는 총면적 14만9110㎡ 규모로 준공될 예정이다. 한진은 이곳에 2850억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핵심은 AI 시스템을 도입해 화물 분류를 전면 자동화하는 것이다. 택배 물품의 크기뿐만 아니라 포장 형태까지 AI가 분류하는 방식이다. 분류된 택배 상자를 지역별로 실어 갈 수 있도록 정렬하는 작업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또 화물차 568대가 동시에 상·하차 작업을 실시할 수 있다.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한진은 지난 10월 KT와 ‘AI 원팀(AI One Team)’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AI 원팀은 ‘대한민국 AI 1등 국가’를 목표로 작년 2월 출범한 산학연 협력체로 한진이 새롭게 합류한다.

한진은 ‘AI 원팀’ 합류를 통해 AI를 활용한 새로운 물류 서비스, 물류 운영 효율화 모델 개발과 탄소 배출 저감, 비저빌리티(visibility) 관제 시스템 강화를 위한 AI 적용, 물류 산업 지식을 가진 AI 인재 육성 등 물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녹색 물류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또 AI 원팀에 한진이 참여함에 따라 AI 관련 활동들이 물류 영역으로 확대될 것도 기대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기관들과 함께 AI 원팀으로서 회사가 보유한 물류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