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주류로 부상한 '기후금융'...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지속 가능한 투자 최우선"

[스페셜]
래리 핑크 블랙록 CEO / 사진=연합
래리 핑크 블랙록 CEO / 사진=연합
기후 금융이 월가의 ‘주류’가 된 데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해마다 투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연례 서한’을 보낸다. 말하자면 이 서한은 운용 자산만 9조 달러(약 1경원)인 글로벌 금융 시장 최대의 ‘큰손’이 어떤 기업들에 투자할지에 대한 힌트가 담겨있는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핑크 회장이 이 연례 서한을 통해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핑크 회장은 2020년 연례 서한을 통해 “기후 위기가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기후 리스크가 중대한 투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석탄 생산 기업을 포함해 환경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높은 위험이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석탄 화력 발전 매출 비율이 25%가 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투자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1년 핑크 회장이 연례 서한에서 강조한 것은 다름아닌 ‘넷 제로’다. 2050년 넷 제로(탄소 중립)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 계획을 기업들에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지속 가능한 투자’를 최우선 순위로 삼고 ‘기후 변화 리스크’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겠다는 지난해 연례 서한과 같은 맥락이지만 그 강도가 보다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전략 또한 한층 더 구체화됐다. 핑크 회장은 "기술과 데이터의 발달로 인해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기후 리스크에 잘 준비된 기업에 관한 맞춤형 인덱스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어떤 기업도 30년 계획을 쉽게 세울 수는 없지만 블랙록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넷 제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